이숭용 SSG 감독(왼쪽)이 22일 두산과 시즌 개막전에서 승리 후 포수 이지영을 독려하고 있다. |
22일 SSG와 두산의 시즌 개막전에 관중들로 가득 찬 SSG랜더스필드 전경. |
한국시리즈를 방불케하는 총력전이었다. 믿었던 1선발을 조기강판했고 필승조를 비롯한 불펜 투수 6명을 투입했다. 초강력 승부수는 최고의 결과로 이어졌다. SSG 랜더스가 창단 후 개막전 전승 기록을 이어갔다.
이숭용(54) 감독이 이끄는 SSG는 22일 인천 SSG랜더스필드에서 열린 두산 베어스와 2025 신한은행 SOL뱅크 KBO리그 개막전에서 6-5 짜릿한 역전승을 거뒀다.
지난 시즌 1000만 관중 시대를 연 KBO리그이고 비시즌 기간에도 그 열기가 이어졌다. 팬들은 개막전만을 손꼽아 기다렸고 예매가 오픈되자마자 치열한 클릭 전쟁을 벌였다. 그 가운데서도 SSG랜더스필드의 경기가 가장 빨리 매진 소식을 알렸다.
SSG는 이날 오전 10시 경 매진 소식을 전했다. 2만 3000석의 판매좌석이 모두 팔려나갔는데 이는 올 시즌 KBO리그 첫 번째 매진인 동시에 SSG의 개막전 3년 연속 매진 기록이기도 했다.
경기를 앞둔 이숭용 감독은 "부담도 느끼지만 늘 감사하다. 지난 시즌에는 홈에서 승률이 그렇게 좋지가 않았는데 올해는 홈 승률에 대해서도 더 신경을 쓰고 싶다"며 "관중들이 이렇게 오시는 만큼 좋은 퍼포먼스를 해야하고 웬만하면 좋은 승리로 기분 좋게 스트레스도 풀고 집에 돌아갈 수 있게끔 만드는 게 저희가 해야 할 역할"이라고 강조했다.
SSG 선발 앤더슨(왼쪽에서 3번째)이 4회초 아쉬운 표정으로 조기 강판되고 있다. |
1선발 드류 앤더슨을 내세운 SSG는 2회말 상대 선발 콜 어빈을 공략하며 3점을 선취했다. 1,2회를 잘 막아낸 앤더슨이 5회 이상 버티며 제 역할을 해주면 기분 좋은 승리를 챙길 수 있을 것이라는 예감을 갖게 했다.
그러나 예상치 못한 데에서 문제가 생겼다. 앤더슨이 3회 1점을 내주더니 4회 흔들리며 추가 3실점하며 역전을 허용했다. 결국 4회를 채 버티지 못하고 한두솔에게 공을 넘겼다.
이후 SSG의 벌떼 야구가 시작됐다. 한두솔이 ⅔이닝, 이로운이 1⅓이닝을 실점없이 막아냈다. 6회 2사 주자 없는 상황에서 등판한 김건우가 연속 볼넷을 허용하며 흔들렸고 김민이 배턴을 넘겨받았다. 이 과정에서 김재환에게 적시타를 맞고 1실점했지만 더 이상은 흔들리지 않았다.
노경은 8회 2사까지, 이후엔 마무리 조병현이 등판했다. 만원관중에게 어떻게든 승리를 선사하겠다는 이숭용 감독의 의지를 읽어볼 수 있는 대목이었다.
앤더슨에 이어 4회부터 마운드에 오른 한두솔. |
7회 마운드에서 전력투구를 펼치는 김민. |
8회 선수들이 응답했다. 1사에서 박성한이 볼넷을 얻어냈고 하재훈의 타석에 대타로 나선 오태곤이 통렬한 좌월 투런 역전 홈런을 터뜨렸다.
승리까지 아웃카운트 3개. 강승호를 2루수 뜬공으로 돌려세운 조병현은 양석환에게 강력한 직구를 뿌려 헛스윙 삼진을 잡아냈다. 대타 김인태에게 안타를 맞았지만 박준영을 중견수 뜬공으로 돌려세워 올 시즌 SSG의 첫 승리를 확정지었다.
경기 후 이숭용 감독은 "개막전이라 꼭 이기고 싶었다. 만원관중으로 화답해 주신 팬분들에게 좋은 선물이 된 거 같다"며 "불펜을 빨리 가동한 상황에서 한 박자 빠른 투수 교체로 최소 실점으로 잘 막았다. (한)두솔이, (이)로운이, (김)민이, (노)경은이, (조)병현이까지 너무 잘 던져줬다. 승리의 밑거름이었다"고 칭찬했다.
야수들 가운데선 단연 오태곤이 수훈선수였다. 이 감독은 "야수에서는 태곤이가 히어로다. 박빙승부에서 결정적인 홈런을 쳐줬다"며 "하위 타선에서 5타점이 나왔다. 투타의 핵심 선수들이 빠져있지만 선수들이 똘똘 뭉쳐 만든 시즌 첫 승"이라고 만족감을 나타냈다.
8회 마운드에 올라 역투를 펼치는 노경은. |
선수들도 승리에 대한 열망의 크기는 똑같았다. 이로운은 "이길 수 있을 것이라고 믿고 있었다. 지고 있어도 질 것 같지 않았다"며 "마운드에 올라가서 중간다리 역할을 잘하고 싶었다. 경기가 이길 분위기였다. 팬들도 열심히 응원해줘서 승리할 수 있었다"고 소감을 밝혔다.
이어 "개막전이라도 144경기 중 한 경기라 생각했다. 내 본분을 다하고 싶었다. 내가 잘 막으면 타자들이 점수를 내 줄 것이라 믿었다"고 동료들에 대한 깊은 신뢰감을 나타냈다.
마무리로서 팀의 첫 승을 챙긴 조병현 또한 "경기에 나가고 싶었고 오늘 질 것 같지 않았다"며 "그리고 (오)태곤 선배가 홈런을 쳐주셨다. 너무 기뻤고 나도 팀에 도움이 돼 기분이 좋다"고 전했다.
최고의 엔딩으로 시즌 출발을 알린 조병현은 "작년보다 더 높은 곳을 바라보고 최대한 늦게 시즌이 끝나도록 하겠다"며 "9회에 올라가면 무조건 이기는 게임 만들 수 있도록 하겠다"고 각오를 밝혔다.
8회초 2사부터 마운드에 올라 승리 투수가 된 조병현(왼쪽)이 포수 이지영과 승리 후 이야기를 나누고 있다.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