미국 보수 청년 활동가인 찰리 커크 터닝포인트 USA 대표를 총격 살해한 혐의로 체포된 타일러 로빈슨(22)이 정식 기소된 가운데, 115만 달러(약 15억8800만원) 이상으로 불어난 현상금을 두고 논란이 일고 있다.
16일(현지시간) 뉴욕포스트 등 현지 외신에는 "100만 달러 이상의 현상금을 누가 받을까" 등 제목의 보도가 연달아 올라오고 있다.
유타주 검찰은 16일 로빈슨을 가중 살인과 총기 발사 중범죄 혐의로 기소했다. 로빈슨은 FBI가 수배령을 내린 지 33시간 만에 붙잡혔는데, 이 과정에서 부친이 자수를 권유하고 지인 목사에게 설득을 부탁하는 등 체포에 결정적 역할을 한 것으로 알려졌다.
당초 FBI가 내건 현상금은 10만 달러였으나, 사건 직후 보수 진영 인사들이 잇따라 거액을 내놓으면서 규모가 115만 달러까지 불어났다. 트럼프 전 대통령 지지 세력인 알렉스 브루스위츠와 로비 스타벅이 각각 2만5000달러를 기부했고, 이어 헤지펀드 거물 빌 애크먼이 100만 달러를 내면서다.
체포 직후 사회관계망서비스(SNS)에는 '로빈슨 부친이 현상금을 받을 자격이 있는가'를 두고 격론이 벌어졌다. '부친이 현상금을 커크 유족에게 기부했다'는 가짜 뉴스까지 퍼지자 현지 언론들이 이를 정정하기도 했다.
스펜서 콕스 유타 주지사는 "로빈슨 가족이 지인에게 자수 의사를 전했고 이 지인이 당국에 신고했다"며 "올바른 선택을 한 가족에게 감사한다"고 밝혔다. 가족들은 로빈슨이 최근 정치적으로 급격히 변했다고 진술했고, 검찰이 확보한 메모에는 '보수주의자를 죽일 기회'라는 문구가 적혀 있어 커크에 대한 혐오가 범행 동기였던 것으로 보인다.
미국의 현상금 지급은 국무부 산하 '정의에 대한 보상' 프로그램을 통해 결정된다. 현상금 지급 여부와 규모는 위원회 논의를 거쳐 국무장관에게 권고되지만, 최종 결정은 전적으로 국무장관 재량이다. 뉴욕포스트는 "마코 루비오 국무장관이 지급 금액을 줄이거나 승인하지 않을 수도 있다"고 전했다.
보수 진영 내부에서도 의견이 엇갈리고 있다. 스타벅은 "로빈슨 부친이 돈을 받게 된다면 반드시 터닝포인트 USA에 기부해야 한다"고 주장했고, 애크먼은 "FBI가 지목한 정보 제공자에게 지급해야 한다"며 "만약 가족이 범행에 일부라도 관여했다면 소송을 통해 현상금을 환수해야 한다"고 강조했다.
신현보 한경닷컴 기자 greaterfool@hankyung.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