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13세 딸아이 몸에 문신이”...또 어떤 충격적 문제작 나올까, 황금종려상 주인공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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78회 칸영화제 황금종려상 후보작 미리보기

줄리아 뒤쿠르노 ‘알파’

줄리아 뒤쿠르노 ‘알파’

칸영화제의 레드카펫은 단지 ‘빨간 카펫’이 아니다. 100년이 넘는 영화의 역사 속에서 시각과 청각을 결합한 인간의 종합예술인 영화에 대한 존중, 그리고 경외감을 표하는 거룩한 장소다.

저 레드카펫이 평지가 아닌, 계단으로 이뤄졌다는 점도 상징적이다. 걷는 것이 아니라 오르는 것이기 때문이다. 칸영화제 참석자들은 전통 영화의 ‘1초당 24프레임’을 상징하는 24개의 계단을 오르고, 이 계단 위에 선 영화들은 세계 영화사에 영원히 기록된다.

올해로 78회째를 맞는 프랑스 칸영화제가 오는 13일부터 24일까지 프랑스 팔레 드 페스티벌(축제의 궁전)에서 열린다. 이번에 레드 카펫 입장을 허락받은 칸 황금종려상 수상 후보(경쟁 부문 진출작)는 22편. 칸영화제 웹사이트와 영화 비평 외신 등을 통해 제78회 칸영화제 진용을 미리 살펴봤다.

프랑스 국민배우 쥘리에트 비노슈가 심사위원장을 맡은 가운데 ‘스트롱맨의 시대’ 속 억압과 독재를 다룬 작품들, 공동체의 해체라는 화두 아래 가족의 의미를 담아낸 작품들이 특히 눈에 띄었다.

다르덴 형제 ‘젊은 엄마들’

다르덴 형제 ‘젊은 엄마들’

◇ 배급사 ‘네온’의 6번째 질주?

올해 칸영화제 최고 기대작은 쥘리아 뒤쿠르노의 ‘알파’다.

뒤쿠르노는 2021년 ‘티탄’으로 이미 황금종려상을 수상한 감독. 하지만 그녀가 황금종려상 트로피를 받아 봤다는 사실보다도, 이 영화 배급사가 ‘네온’이란 점 때문에 팬들의 기대감은 커진다.

왜 그런가? 네온은 배급한 영화가 지난 6년간 무려 5번의 황금종려상을 받았을 만큼 ‘괴물 배급사’여서다. 2019년 칸 황금종려상을 받은 ‘기생충’의 배급사도 네온이었고, 2021~2024년 황금종려상 수상작인 ‘티탄’ ‘슬픔의 삼각형’ ‘추락의 해부’ ‘아노라’도 몽땅 네온의 차지였다. 진주를 골라내는 눈이 탁월하는 뜻이다.

네온이 배급한 뒤쿠르노 신작 ‘알파’는 이상한 질병에 걸렸다는 소문 때문에 따돌림을 당하던 13세 소녀 알파를 비춘다. 알파가 어느 날 왼쪽 팔뚝에 문신을 한 채 울상으로 돌아오자, 알파의 엄마는 충격을 받는다. 뒤쿠르노는 인간 신체의 변화에 따른 인간 심리를 다뤄온 보디 호러물 감독인데, ‘알파’ 역시 감독의 전작인 ‘티탄’과 맥을 같이할 것으로 보인다.

아리 애스터의 ‘에딩턴’도 기대작이다. 주인공은 할리우드 스타 호아킨 피닉스.

이 영화는 2020년 4월 팬데믹 한복판에서 시작된다. 소도시 에딩턴을 배경으로 보수 성향이 강한 보안관 조는 식료품점에서 마스크 착용을 거부해 논란을 빚고, 재선을 꿈꾸는 시장 테드는 조와 심각하게 반목한다. 조가 차기 시장 선거에 출마하면서 갈등은 극에 달한다. 우리가 지나온 동시대를 배경으로 사회 갈등을 포착한 영화다. 세계적인 독립영화 제작사 A24의 신작이다.

다이 마이 러브

다이 마이 러브

린 램지 감독의 ‘다이 마이 러브’도 주목할 만하다. 그는 ‘케빈에 대하여’를 연출해 호평을 받았고 ‘너는 여기에 없었다’로 2017년 칸영화제 각본상과 남우주연상(하필 또 주연이 호아킨 피닉스다)을 거머쥐었다. ‘다이 마이 러브’는 외딴 농가에서 살아가는 한 여성이 출산 후 정신질환에 시달리며 일어나는 이야기를 담은 몽환적인 작품. 제니퍼 로런스와 로버트 패틴슨이 주연을 맡았다.

영화 ‘페니키안 스킴’은 ‘애스터로이드 시티’에 이어 2년 만에 칸 경쟁 부문에 또 진출한 웨스 앤더슨의 영화다. 항공 산업에서 큰 부를 얻은 노년의 사업가가 9명의 아들 대신 수녀가 된 유일한 외동딸에게 유산을 상속한다. 이미 칸 황금종려상을 2회 수상한 다르덴 형제의 신작 ‘젊은 엄마들’은 10대 미혼모를 정면으로 다룬 서정적인 작품으로 알려졌다. 벨기에의 한 청소년 모자 보호소에 살아가는 5명의 젊은 엄마가 등장한다.

타릭 살레 ‘공화국의 독수리’

타릭 살레 ‘공화국의 독수리’

◇수상한 시절의 정치 스릴러

‘스트롱맨’의 우격다짐이 정의로 변질돼버린 오늘의 시대상을 반영하듯 억압과 독재, 폭력과 공포를 다룬 정치 스릴러도 대거 칸을 찾는다.

타리크 살레의 ‘공화국의 독수리’는 이집트 당국의 강압으로 대통령 선전 영화 주연배우로 낙점된 조지를 비춘다. 자신의 의지와 달리 영화에 참여한 조지는 영화 제작을 진두지휘하는 장군의 아내와 위험한 관계를 맺는다. 타의에 의한 억압의 문제, 그리고 이로 인해 벌어지는 비밀스러운 음모가 작품의 정서를 이룰 것으로 예상된다.

클레베르 멘돈카 필류의 ‘비밀 요원’도 정치 스릴러다. 브라질 독재정권 말기, 주인공 마르셀루는 모든 것을 잊고 살고자 귀향하지만 다시 정권의 감시망 안에 들어서게 된다. 도시 전체가 축제로 들뜬 가운데 고문과 밀고로 점철된 정치적 트라우마를 겪는 마르셀루는 정체성과 미래를 고민한다.

이란 사회의 억압적인 분위기를 비추는 신작 2편도 칸 경쟁 부문에서 상영된다.

자파 파나히 ‘단순한 사고’

자파 파나히 ‘단순한 사고’

자파르 파나히의 ‘단순한 사고’는 한 가족이 외딴 도로를 여행하면서 아주 단순한 사고를 경험한 뒤 연쇄적으로 벌어지는 기이한 사건을 다뤘다고 전해진다.

특이한 점은 이란 출신의 자파르 파나히 감독이 동료 모하마드 라술로프 감독과 함께 정치적인 억압 속에서 영화를 만들어왔다는 점이다. 모하마드 라술로프는 작년 칸영화제에서 ‘신성한 무화과의 씨앗’으로 특별상을 받았는데, 당시 ‘그가 정치적 억압을 뚫고 프랑스 칸에 도착했다’는 사실만으로도 외신이 대서특필한 만큼 주목을 받았다.

이란 사회의 불의한 모습을 정면으로 다뤄온 사이드 루스타이의 ‘여자와 아이’도 눈길을 끈다.

사이드 루스타이는 이란 정부의 승인 없이 칸영화제에 신작을 출품해 2년 전 6월형을 선고받은 전례가 있다. ‘여자와 아이’는 반항적인 아들을 혼자 키우는 45세 간호사가 약혼자와 재혼하다가 비극을 맞으면서 일어나는 이야기로 알려졌다. 다만 이번 영화의 출품은 이란 정부의 승인을 받았다고 한다.

우크라이나 출신 세르게이 로즈니차의 ‘두 명의 검사’는 1930년대 스탈린의 대공포 시대로 향한다. 젊은 검사 코르네프는 인민위원회의 부패로 억울하게 투옥된 남성의 절받한 편지를 받고 체제에 도전하기로 결심한다.

사회적 사건을 재해석한 작품들도 레드카펫을 밟는다.

도미니크 몰의 ‘사건 137’은 2018년 11월 프랑스에서 시작된 대규모 반정부 시위인 ‘노란 조끼 운동’이 중심 소재다. 한 청년이 경찰의 고무총에 맞아 중상을 입고, 감찰기관 소속 조사관 스테파니가 이 사건의 진상을 규명하는 서사를 담았다. 칼라 사이먼의 ‘로메리아’는 입양아인 18세 마리나가 생물학적 아버지를 찾아가면서 가족의 상처를 마주하는 이야기다. 1980년대 스페인의 마약 확산과 그로 인한 에이즈 감염을 소재로 삼았다고 전해진다.

오리버 허머너스 ‘소리의 역사’

오리버 허머너스 ‘소리의 역사’

◇지옥의 사막에서 두 손을 맞잡고

21세기 들어 자꾸만 해체되고 붕괴되는 가족의 의미를 되짚는 신작들도 주목을 끈다.

올리버 렉스의 ‘시라트’는 실종된 딸 마리나를 찾고자 12세 아들과 함께 사막을 향하는 여정을 다뤘다. 아버지와 아들의 여정은 단지 딸을 찾기 위한 발걸음이 아니라 가족 간 관계를 재탐구하는 길이 된다. 시라트(sirat)는 이슬람에서 ‘지옥 위를 가로지르는 가느다란 다리’를 뜻한다고 한다. 믿음이 있는 자는 이 다리를 건너 천국에 쉽게 도달하지만, 죄가 많은 이는 다리에서 떨어져 지옥을 경험한다. 가족이란 두 손을 꽉 잡고 세상이라는 다리를 건너야 하는 공동체가 된다.

요아킴 트리에르의 ‘아섹숀스베르디’는 성공한 연극배우 노라가 소원했던 아버지와 재회하면서 벌어지는 이야기다. 성공한 영화감독인 부친은 딸 노라에게 주연을 제안하는데, 노라는 이를 거절한다. 부친이 할리우드 스타에게 주연을 제안하면서 사건이 벌어진다.

하야카와 치에 ‘르누아르’

하야카와 치에 ‘르누아르’

일본 감독 하야카와 치에의 ‘르누아르’는 11세 소녀가 암 투병 중인 아버지, 항상 일로 바쁜 어머니 사이에서 성장하다가 텔레파시에 대한 관심을 키우는 이야기다. 아야카와 치에는 국가의 공식 안락사 허용이란 뜨거운 주제를 다룬 ‘플랜75’로 주목받은 그 감독이다. 가족사를 중심으로 기억과 트라우마를 다룬 또 다른 작품은 마샤 실린스키의 ‘떨어지는 소리’다. 1910년대, 1940년대, 1980년대, 2020년대에 각각 성장한 네 여성을 중심으로, 그들은 각자의 시대를 살지만 서로의 삶이 미묘하게 연결돼 있음을 발견하게 된다.

LGBTQ(성소수자)를 다룬 작품으로는 올리버 허머너스의 ‘소리의 역사’, 하프시아 헤르지의 ‘막내 아이’가 꼽힌다. ‘소리의 역사’는 민속음악에 대한 열정으로 미국 북동부를 여행하는 두 젊은 남성의 로맨스를 다룬다. ‘막내 아이’는 파리에 정착한 알제리 이민자의 딸이 성적 정체성으로 고민하는 이야기다. 원제 ‘LA PETITE DERNIÈRE’는 주로 ‘막내로 태어난 딸아이’를 뜻한다고 한다. 이 영화에는 한국계 배우 박지민도 출연한다.

켈리 라이카트의 ‘마스터마인드’는 예술품 절도를 다룬다. 미술관을 방문한 뒤 보안의 허점을 발견한 목수가 미술품을 훔치면서 벌어지는 이야기다. ‘비포 선라이즈’ ‘비포 선셋’으로 명성을 얻은 리처드 링클레이터의 ‘누벨 바그’는 장뤼크 고다르의 영화운동을 추념한다.

프랑스 칸영화제의 본행사장인 ‘팔레 드 페스티벌’ 뤼미에르 대극장 레드카펫을 참석자들이 오르고 있다. 사진은 2023년 촬영 모습. [김유태 기자]

프랑스 칸영화제의 본행사장인 ‘팔레 드 페스티벌’ 뤼미에르 대극장 레드카펫을 참석자들이 오르고 있다. 사진은 2023년 촬영 모습. [김유태 기자]

제78회 칸영화제 경쟁부문 진출작은 매일경제 홈페이지(mk.co.kr)를 통해 전편을 칸 현지에서 생중계합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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