수년간 급등한 부동산 가격과 공시지가 현실화로 인해 다주택자들의 종합부동산세 및 보유세 부담이 최근 몇 년 사이 급격히 가중됐습니다. 이에 정부와 여당은 초고가 주택에 대한 과세표준을 세분화하고, 공시가격을 현실화하며, 공정시장가액비율을 조정하는 등 다각도의 세부담 강화 방안을 유지해 왔습니다. 특히 비거주 고가 주택을 보유한 경우 그 부담은 더욱 높아질 것이라는 목소리도 높습니다.
이러한 상황 속에서 2021년경부터 고율의 종합부동산세 부담을 획기적으로 피할 수 있다고 알려진 이른바 절묘한 절세방법이 유행처럼 번지기 시작했습니다. 이는 소유권 자체를 완전히 이전하는 매매가 아니라 신탁법상의 신탁등기를 활용하는 방식이었습니다. 특히 신탁된 부동산의 경우 위탁자 지위를 이전할 때 발생하는 등록세 등 절차비용이 만원 미만으로 매우 적게 든다는 점이 강력한 셀링 포인트였습니다.
일부 변호사 사무실들은 이를 홍보물로 제작해 특수관계가 없는 법인이나 개인에게 지위를 이전하면, 단 몇 만원의 취득세 만으로 수천만원에서 억대에 이르는 보유세 폭탄을 피할 수 있다고 대대적으로 홍보했습니다. 이에 많은 다주택자가 전문가인 변호사의 조언에 따라 복잡한 신탁계약을 체결했고, 해당 변호사는 자신이 보유한 법인의 명의까지 제공할 수도 있다고 했습니다.
조세 회피를 위한 가짜 신탁?
그런데 최근 대법원은 이런 행위가 정당한 절세가 아닌, 법이 엄격히 금지하는 명의신탁에 해당한다는 판결을 매달 연이어 선고하면서 시장에 경종을 울리고 있습니다. 그중 한 사례 속 A씨는 경기 화성의 한 아파트를 보유한 다주택자로, 상당한 세 부담을 느끼던 중 인터넷을 통해 변호사가 고안했다는 신탁 절세 방안을 접했습니다. A씨는 조언에 따라 배우자와 자녀 명의를 이용해 복잡한 신탁계약과 위탁자 지위 변경계약을 체결했습니다.
이 과정에서 A씨는 아파트 가치를 단돈 100만원으로 평가해 취득세를 산정했고, 고작 13만원의 취득세를 납부하며 수억 원대 부동산의 보유세 회피를 시도했습니다. 과세관청은 즉각 총 1억 4000만 원의 취득세를 부과하며 대응했고, A씨는 이 부과 처분이 부당하다며 소송을 제기했습니다. 그러나 대법원은 이 거래의 실질을 들여다본 뒤 이를 신탁법상의 신탁으로 인정할 수 없다고 단호하게 지적했습니다.
해당 계약의 구조를 보면 수탁자의 신탁재산에 대한 처분 및 관리 권한이 원천적으로 박탈돼 있었습니다. 또한 위탁자인 A씨가 원하기만 하면 언제든 100만원이라는 소액만 지급하고 일방적으로 지위를 회복할 수 있도록 설계된 점이 치명적이었습니다. 신탁법 제2조에 따르면 신탁이란 위탁자와 수탁자 사이의 신뢰 관계에 기하여 재산을 이전하고, 수탁자가 수익자의 이익을 위해 그 재산의 관리, 처분, 운용을 하게 하는 법률관계를 말합니다.
즉 수탁자에게 실질적인 관리 권한이 부여돼야 하는 것이 본질입니다. 그런데 대법원은 이 계약이 오로지 조세 회피만을 목적으로 설계되었을 뿐, 재산 관리나 운용이라는 신탁 본연의 동기가 전혀 없다고 봤습니다.
취득세 취소의 역설 - 범죄행위의 자백
이 사건의 전개 과정에서 가장 역설적인 대목은 대법원이 A씨에게 부과된 취득세 1억 4000만 원을 취소하라고 판결했다는 사실입니다. 이와 유사한 다수의 하급심 판례는 A씨가 취득세를 부담해야 한다고 판단했지만, 대법원은 A씨가 취득세를 부담할 필요가 없다고 판단했습니다. 따라서 겉으로 보기엔 세금을 내지 않게 된 A씨가 승리한 것처럼 보이지만, 그 속내를 들여다보면 실상은 A씨에게 감당하기 힘든 날벼락에 가깝습니다.
취득세가 취소된 이유는 해당 신탁계약이 부동산 실권리자명의 등기에 관한 법률, 즉 부동산실명법 제4조 제1항을 위반하여 무효인 명의신탁이었기 때문입니다. 대법원 판결은 명의만 타인에게 빌려주고 관리처분 권한이 부여되지 않은 명의신탁은 법률상 무효이므로, 거래 자체가 효력이 없어 취득세를 부과할 법적 근거도 사라진다는 논리입니다.
따라서 A씨로서는 수천만원 단위의 취득세를 내지 않기 위해 역설적으로 자신이 무효인 명의신탁이라는 범죄행위를 저질렀음을 스스로 증명해야 하는 아이러니한 처지에 놓였던 것입니다. 당장 눈앞의 취득세를 면하기 위해 거래 무효를 주장하는 것이 당시에는 합리적인 소송 전략처럼 보였을지 모릅니다. 하지만 A씨는 취득세는 면했을지언정 법을 어긴 범죄 행위를 대법원에서까지 공식적으로 확인받게 된 셈입니다.
부동산실명법 위반의 대가
문제는 A씨가 앞으로 감내해야 하는 부동산실명법 위반에 따른 법적 응징이 취득세보다 훨씬 가혹하다는 점입니다. 첫째는 과징금 폭탄입니다. 부동산실명법 제5조에 따라 명의신탁 당사자에게는 부동산 가액의 최대 30%에 해당하는 무거운 과징금이 부과됩니다. 만약 해당 아파트 시세가 10억 원이라면, 아끼려던 세금의 몇 배를 상회하는 최대 3억원의 과징금을 납부해야 할 수도 있습니다. 배보다 배꼽이 훨씬 더 큰 상황입니다.
문제는 여기서 끝이 아닙니다. 바로 형사처벌의 위험입니다. 명의신탁은 단순한 행정 절차의 실수가 아닌 엄연한 범죄 행위입니다. 동법 제7조에 따라 위탁자는 5년 이하의 징역 또는 2억원 이하의 벌금형에 처해질 수 있습니다. 물론 변호사의 조언을 따른 A씨가 실제 실형을 살 가능성은 낮을지라도, 재산세를 조금 아껴보려다 억대의 과징금은 물론 전과자라는 평생의 낙인까지 찍히게 된 것입니다.
심지어 이런 거래를 고안하고 자신이 소유한 법인을 수탁자로 제공하여 명의를 대여해준 변호사 또한 법적 책임에서 자유롭지 못할 가능성이 있습니다. 만약 그 경우 해당 변호사가 단순한 법률 조언자 수준을 넘어 명의신탁 실행 과정을 주도적으로 분담하고 지배했다고 평가된다면, 부동산실명법 위반의 공범으로 수사 대상이 될 가능성도 배제할 수 없습니다. 전문가라는 이름 뒤에 숨어 범법을 조장한 것으로 판단될 수도 있기 때문입니다.
절세와 탈세 사이
이처럼 대법원은 올해 유사한 취지의 판결을 매달 잇달아 선고하며 부동산 시장에 강력한 경고 메시지를 보내고 있습니다. 이러한 탈법적인 신탁계약은 더 이상 법망 안에서 용납될 수 없음을 분명히 밝힌 것입니다. 설령 전문가인 변호사의 조언이라 할지라도 그것이 법의 본질을 왜곡하거나 탈법적인 구조를 가지고 있다면, 그에 따른 모든 법적 책임은 결국 납세자 본인이 지게 됩니다.
부당한 세 부담을 피하려다 재산의 상당 부분을 잃고 형사처벌까지 받게 되는 최악의 상황은 누구에게나 일어날 수 있습니다. 따라서 새로운 절세 방안을 제안받았을 때는 그것이 실질 과세 원칙과 부동산실명법에 부합하는지, 형식에만 치중한 꼼수는 아닌지 냉철하게 검증해야 합니다.

4 weeks ago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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