국민건강보험공단이 흡연 때문에 발생한 손실을 배상하라며 국내외 담배회사들을 상대로 낸 533억원 규모 손해배상 소송 2심에서도 패소했다. 법원은 “흡연과 폐암 사이의 개별적 인과관계를 인정하기 어렵다”는 1심 판결의 법리를 재차 확인했다. 건보공단은 “시대착오적 판단”이라며 즉각 상고하겠다고 밝혔다.
◇ 法, 담배회사 손 들어줘
서울고등법원 제6민사부(부장판사 박해빈 권순민 이경훈) 15일 건보공단이 KT&G와 한국필립모리스, 브리티쉬아메리칸토바코(BAT)코리아 등을 상대로 낸 손해배상 청구소송 항소심에서 공단의 항소를 모두 기각했다.
이번 소송은 건보공단이 2014년 30년 이상 흡연한 뒤 폐암(소세포암 편평세포암) 또는 후두암을 진단받은 환자 3465명에 대해 2003~2012년 지급한 보험급여 약 533억원을 담배회사들이 배상해야 한다며 제기했다. 건보공단은 담배회사들이 수입·제조·판매한 담배에 설계상·표시상 결함과 불법행위가 있어 환자들이 암에 걸렸고, 이에 따른 손해배상 책임이 있다고 주장했다.
1심 재판부는 6년간 심리 끝에 2020년 11월 원고 패소 판결했다. 건보공단의 보험급여 지급은 국민건강보험법에 따른 의무 이행이므로 법익 침해가 발생했다고 보기 어렵다는 이유에서다. 또 흡연 피해자들이 담배회사에 손해배상을 청구할 권리가 없다고 봤다. 담배에 제조물책임법상 결함을 인정하기 어렵고, 흡연과 폐암 발병 사이의 개별적 인과관계도 증명되지 않았다고 판단했다.
항소심 재판부도 같은 결론을 내렸다. 재판부는 1999년 폐암 환자와 유족이 정부와 KT&G를 상대로 제기해 시작된 담배 소송에서 대법원이 2014년 내린 판결을 인용하며 “개인이 흡연했다는 사실과 폐암 등에 걸렸다는 사실이 증명됐다고 해도 그 자체만으로 둘 사이의 개별적 인과관계를 인정할 수 없다”고 판시했다. 과학적으로 흡연이 폐암의 원인이라는 사실이 입증되더라도 각 환자의 폐암이 흡연 때문에 발병했다고 단정하기는 어렵다는 법리를 재확인한 것이다.
◇ 건보공단 “유해성 입증됐는데 ”
건보공단 측은 “과학과 법의 괴리가 크다”며 법원 판결에 아쉬움을 드러냈다. 호흡기내과 전문의인 정기석 건보공단 이사장은 판결 직후 기자회견에서 “담배를 피우면 100%는 아니지만 폐암에 걸릴 수 있다는 사실은 과학적 진실”이라며 “담배의 유해성에 대해 법원이 아직도 이렇게 유보적으로 판단하는 것은 비통한 일”이라고 말했다.
정 이사장은 “담배회사가 극히 일부 의료계의 잘못된 주장만을 끌어와 끊임없이 재판부를 오도했다”고 비판하며 상고 방침을 밝혔다. 그는 “환자를 대상으로 담배의 유해성·중독성 인지 여부 등을 심층 면접해 추가 입증 자료를 확보하겠다”고 덧붙였다.
정희원 기자 tophee@hankyung.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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