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100만원 넘는데 이럴 줄은"…가전 사려던 예비신부 '화들짝'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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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지난 2월 20일 오전 서울 강남구 그랜드 인터컨티넨탈 서울 파르나스 호텔에서 열린 '2025 로보락 신제품 론칭쇼'에서 신제품 로봇청소기 S9 맥스V 시리즈를 소개하고 있다. 사진=뉴스1

지난 2월 20일 오전 서울 강남구 그랜드 인터컨티넨탈 서울 파르나스 호텔에서 열린 '2025 로보락 신제품 론칭쇼'에서 신제품 로봇청소기 S9 맥스V 시리즈를 소개하고 있다. 사진=뉴스1

"요샌 로봇청소기도 인공지능(AI), 인공지능 하는데 왜 정작 어떤 칩셋을 쓰는지 안 써있죠?"

예비 신부 김예린 씨(29)는 G마켓과 옥션에서 진행하는 '빅스마일데이' 기간을 맞아 로봇청소기를 구매하려 알아보다가 의문이 들었다면서 이 같이 말했다. 김씨는 "다들 음성 인식도 강조하고 얼마나 똑똑한지 내세우는데 정작 (세부 정보를) 알 수 있는 건 없으니 팥소(앙꼬) 없는 찐빵 같다"며 "로봇청소기가 100만원대를 넘는데 혼수 가전으로 이왕이면 좋은 걸 사고 싶다"고 말했다.

10일 업계에 따르면 중국 로봇청소기 로보락, 에코백스, 드리미는 어떤 칩셋을 쓰는지 정보를 공개하지 않는다. 이들 업체의 국내 공식 홈페이지를 확인한 결과 최대 흡입력, 제품 규격, 배터리 등의 청소 기능 자체의 정보는 적혀 있었지만 AI를 구동하는 프로세서 정보는 나와 있지 않았다.

로봇청소기 업체들은 최근 들어 부쩍 AI 기능을 강조하고 있다. 시장이 고도화되며 진공 흡입력과 걸레질 청소 능력은 기본 사양으로 자리 잡았다. 로봇청소기 업체들은 AI 기능으로 사물을 인식하고 회피하며 이상 없이 스테이션으로 복귀하는 기능을 강조하는 이유다. 아울러 AI가 카펫, 러그, 매트 등을 인식해 환경에 맞춘 청소 기능을 갖췄다는 점도 앞세우고 있다.

문제는 프로세서 정보가 공개되지 않아 AI를 구동하는 데 어떤 하드웨어 장치가 들어갔는지 알 수 없다는 것. 특히 신경망처리장치(NPU)는 AI 연산에 필수적인 장치로 탑재 여부에 따라 칩 성능을 좌우한다.

업계 관계자는 "중국 로봇청소기들은 자국 칩셋 회사인 올위너, 록칩, 호라이즌의 선라이즈 프로세서를 주로 쓰는데 NPU가 없는 칩을 사용하는 경우도 있는 걸로 안다"며 "앱(애플리케이션)을 통해서 로봇청소기를 컨트롤하는 만큼 안드로이드나 iOS 업데이트를 로봇청소기도 따라가야 할 텐데 그러려면 칩 성능이 중요하다"고 설명했다.

때문에 AI 기능을 강조하면서 칩셋 정보를 기재하지 않는다면 소비자의 알 권리가 보장되지 않는다는 목소리도 나온다. 소비자기본법은 "물품 등을 선택함에 있어서 필요한 지식 및 정보를 제공받을 권리"를 소비자 권리로 규정하고 있다.

국내 소비자들은 결국 가장 중요한 제품 사양 중 하나인 칩셋에 관한 정보도 모른 채 로봇청소기를 구매해야 하는 상황이다.

시중에 판매되는 주요 로봇청소기 업체 중에선 삼성전자만 칩셋 정보를 공개하고 있다. 삼성전자는 공식 홈페이지를 통해 자사 로봇청소기 제품에 퀄컴의 로봇·사물인터넷(IoT)용 프로세서(QRB4210)를 탑재했다고 명시했다.

업계 일각에선 고객사과의 계약에 따라 공개가 쉽지 않을 수 있다는 관측도 나온다. 또 다른 업계 관계자는 "칩셋은 기업간거래(B2B)로 공급되기 때문에 계약사항이 걸려 있어 공개하기 어려운 부분이 있다"며 "고객사가 어디인지 공개하기 어려운 것처럼 어디와 계약 맺고 있는지 말하는 건 내부적 이야기"라고 말했다.

황진주 인하대 소비자학과 교수는 "상품에 대한 정보를 자세히 적어놓지 않으면 소비자를 기만한 것과 같다"며 "AI 기능이 실질적으로 많지 않음에도 해당 기능을 과장했는지도 알 수 없는 상황이라 허위 광고 요건에도 부합할 수 있다. 제조사가 정보를 미흡하게 표시한 것은 소비자의 알 권리를 박탈한 것"이라고 지적했다.

박수빈 한경닷컴 기자 waterbean@hankyung.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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