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1000만명 유전체' 정보 한곳에…모든 癌 비밀 푼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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미국 샌프란시스코에서 열린 ‘JP모간 헬스케어 콘퍼런스’에서 인류 역사상 가장 큰 규모의 유전체 수집 프로젝트가 발표됐다. 1000만 명의 유전체를 수집·분석해 항암제 등 맞춤형 치료제를 개발하고 미래에 걸릴 질병을 예측할 수 있게 될 것으로 전망된다.

○국가 프로젝트의 10배 규모

15일(현지시간) 유전체 분석업체인 트루베타는 미국의 17개 제약사 및 병원과 협력해 ‘트루베타 게놈 프로젝트’를 시작한다고 밝혔다. 앞서 지난 13일 JP모간 헬스케어 콘퍼런스 발표에서 글로벌 기업인 일루미나와 리제네론은 이 프로젝트를 위해 1억1950만달러, 2000만달러를 투자해 트루베타의 지분을 인수하기로 했다. 이 외에도 프로비던스병원, 애드보케이트헬스 등 다수의 미국 병원 및 보험사 등이 투자에 참여했다.

이들이 목표로 제시한 숫자는 1000만 명이다. 이전에 국가 단위로 진행됐던 바이오뱅크 프로젝트와 비교해도 10배가 넘는 규모다. 미국 국민 100만 명의 유전체 빅데이터를 모으는 ‘올 오브 어스’를 진행하고 있다. 세계에서 가장 선제적으로 국민의 생체 정보를 수집한 영국의 ‘UK바이오뱅크’, 핀란드 ‘핀젠’ 등은 각각 50만 명 수준이다.

○모든 환자정보는 익명화

이번 프로젝트를 주도하는 트루베타는 2020년 설립돼 전자건강기록(EHR)을 기반으로 1억2000만 명 이상이 익명화된 환자 데이터를 보유한 기업이다. 트루베타 게놈 프로젝트가 시작되면 미국 전역 의료시설로부터 받은 환자의 시료를 기반으로 생체 데이터를 만들어낸다. 유전체 정보뿐 아니라 단백체, 대사체 등 여러 종류의 데이터가 포함된 ‘다중오믹스’ 데이터다. 모든 환자 정보는 익명화된다.

트루베타는 이렇게 축적한 방대한 데이터를 인공지능(AI)으로 분석해 인류를 위한 연구에 활용하겠다는 계획이다. 특히 최근 각광받는 맞춤형 치료제 개발에 쓸 수 있다. 환자에게 약을 처방하기 전 유전체 정보를 분석해 약물의 효능을 극대화하는 식이다. 프로젝트에 참여하는 에릭 웩슬러 프로비던스병원장은 “귀중한 데이터 속에서 암 치료법을 찾을 수 있다고 믿는다”며 “환자 개인별 맞춤관리와 맞춤형 치료를 촉진하고 질병을 예방할 수 있는 기회가 생길 것”이라고 말했다.

○유전정보를 신분증처럼

이번 프로젝트는 AI 신약개발 플랫폼을 훈련하는 데 활용해 정확도를 끌어올릴 수도 있다. 제약산업에서 AI는 십수 년이 걸리는 신약개발 기간을 절반 이상 단축할 뿐 아니라 전통적 방법으로는 해결할 수 없는 난치병 약도 개발할 수 있는 기술로 평가된다.

국가 차원의 활용 방안도 있다. 전문가들은 국민의 유전체 데이터가 충분히 쌓이면 유전 정보를 마치 주민등록증처럼 쓸 수 있다. 2018년 미국 컬럼비아대 연구진이 국제학술지 ‘사이언스’에 공개한 결과에 따르면 수백만 명의 유전체 데이터를 확보하면 개인을 특정하는 것도 가능해진다.

유전체 분석을 위한 플랫폼은 마이크로소프트(MS)가 제공한다. 양사는 2021년부터 전략적 협력 관계를 이어오고 있다. 트루베타는 MS의 애저 기반 멀티모달 AI 모델로 수십억 개의 데이터를 변환하고 분석할 계획이다.

테리 마이어슨 트루베타 창업자는 “게놈 프로젝트를 통해 질병 치료 비용을 크게 낮추고 국가 전체의 건강을 개선할 수 있을 것으로 기대된다”고 말했다.

샌프란시스코=이영애 기자 0ae@hankyung.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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