韓·美, 차세대 '우주 반도체' 개발 손 잡았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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수백 종의 우주 반도체로 구성된 초대형 전자기기 국제우주정거장(ISS)의 내부 모습. ISS는 지구 상공 약 400㎞를 초속 7.7㎞로 돌고 있다.  NASA 제공

수백 종의 우주 반도체로 구성된 초대형 전자기기 국제우주정거장(ISS)의 내부 모습. ISS는 지구 상공 약 400㎞를 초속 7.7㎞로 돌고 있다. NASA 제공

‘우주 반도체’는 스페이스X와 블루오리진이 쏘아 올린 새로운 첨단 산업이다. 화성까지 인류를 실어 나를 스타십을 비롯해 화성 등에 들어설 각종 우주 기지와 모빌리티에 내장될 신개념 반도체다. 아직 전체 반도체 시장의 1% 수준에 머물고 있지만, 우주산업이 발전하면서 2031년엔 129억달러 시장으로 성장할 것으로 예상된다. 아직 뚜렷한 강자가 없는 이 시장에 한국이 도전장을 냈다. 한국전자통신연구원(ETRI)이 미국 에너지부 산하 아르곤국립연구소(ANL)와 손잡았다.

○ 우주정거장 등에 쓰이는 특수 반도체

17일 ETRI에 따르면 아르곤국립연구소가 우주·방위산업 반도체 개발을 위해 해외 기관과 손잡은 것은 이번이 처음이다. 협약식은 지난 6일 미국 일리노이주에 있는 ANL에서 열렸다. ANL은 핵에너지 분야에서 미국을 대표하는 연구소다.

ANL은 2023년부터 ETRI와 협력하고 있다. 인공위성이나 우주선에서 방사선 감지장치로 사용되는 MAPS를 제작하기 위해서다. 이 장치가 우주 공간에서 제대로 쓰이려면 방사선에 내성이 강한 우주 반도체가 필수다. ETRI 관계자는 “이번에 ANL과 공동으로 설계할 우주 반도체는 전자이온충돌기(EIC)라는 신형 입자 가속기에 탑재될 MAPS에 들어간다”고 설명했다. EIC는 우주의 기본적인 구조나 물질 형성 방법을 연구하기 위해 아주 작은 입자인 전자를 빠르게 가속해 이온과 충돌시키는 새로운 실험장치다.

과학계는 앞으로 우주 반도체 연구개발(R&D)에 불이 붙을 것으로 예상한다. 특히 방사선의 영향을 받지 않는 내(耐)방사선 반도체 산업의 주도권을 한국이 가져와야 한다고 입을 모은다. 반도체 강국이라는 이점을 우주로 확장해야 한다는 주장이다. 우주 반도체의 고장 원인 중 30% 이상이 방사선 때문인 것으로 알려졌다. 지구 저궤도 상공에 떠 있는 국제우주정거장(ISS)의 1년 운영비는 40억달러 안팎에 달하는데 상당액이 방사선에 의한 파손을 보수하는 데 쓰인다.

○ ETRI, 차세대 반도체 시장 개척

현재 전체 반도체 시장에서 우주·방산 반도체가 차지하는 비율은 1%에 불과하지만 시장 성장성은 밝다. 글로벌 시장조사업체 얼라이드마켓리서치에 따르면 우주·방산 반도체 시장은 2021년 69억달러 규모에서 2031년 129억달러로 연평균 7.6% 고성장할 전망이다.

ETRI는 차세대 반도체 설계 분야의 개척자로 꼽힌다. 나노 소재 기술을 활용한 저전력 반도체 칩랫 패키징 기술을 세계 최초로 상용화했다. 스웨덴 최대 국책연구기관인 RISE와 스마트 그리드, 대형 모빌리티 등에 쓰이는 산업용 전력반도체를 공동 개발하고 있다. 이 같은 경험에 ANL과의 협력을 더해 영역을 우주·항공·방산 반도체로 넓힌다는 구상이다. 방승찬 ETRI 원장은 “우주·방산 반도체 분야의 새로운 기회를 열 것”이라고 기대했다.

강경주 기자 qurasoha@hankyung.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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