세계무역기구(WTO)가 미국 도널드 트럼프 행정부발 관세 충격으로 내년 글로벌 상품 무역 성장률이 크게 둔화할 수 있다고 전망했다.
7일(현지시간) WTO는 2026년 글로벌 상품 무역 성장률 전망치를 0.5%로 발표했다. 이는 지난 8월 발표한 1.8% 대비 대폭 하향 조정된 수치라고 파이낸셜타임스(FT) 등은 보도했다.
대부분의 지역에서 내년 무역 전망이 하향 조정됐다. 특히 중동 지역의 수출은 지난 4월 5.1%에서 10월 -0.9%로 가장 큰 폭으로 감소했다.
WTO는 내년부터 트럼프 관세 영향이 본격화되고, 다른 국가들의 보복관세도 시행될 가능성이 있어 글로벌 무역 흐름이 더욱 악화될 수 있다고 경고했다. 도널드 트럼프 대통령이 지난 1월 백악관으로 돌아온 이후 미국의 실효관세율은 기존 2.5% 미만에서 거의 17%로 뛰어올랐으며, 이는 1930년대 이후 최고치라고 FT는 전했다.
응고지 오콘조이웨알라 WTO 사무총장은 이날 스위스 제네바 본부에서 열린 기자회견에서 "미국의 '일방적인 행동'이 전례 없는 정책 불확실성을 초래했다"며 "내년 전망은 더 암울하기 때문에 우려스럽다"고 밝혔다.
다만 WTO는 올해 글로벌 무역이 트럼프 관세에도 불구하고 예상보다 더 나은 성과를 거둘 것이라며 무역 성장률 전망치를 지난 8월(0.9%)보다 상향된 2.4%로 조정했다.
이는 미국 기업들이 관세 발효를 앞두고 연초에 미리 상품을 대량으로 구입해 비축했기 때문이라고 WTO는 분석했다.
인공지능(AI) 관련 상품의 무역이 급증한 것도 영향을 끼쳤다. 반도체, 서버, 통신장비 등 100여 개 AI 관련 제품군의 올해 상반기 무역은 지난해 같은 기간보다 20% 증가했다고 WTO는 밝혔다.
[김제관 기자]