이재명 대통령은 1일 “대한민국의 투자 수단이 주택 또는 부동산으로 한정되다 보니 자꾸 주택이 투자 또는 투기 수단이 되면서 주거 불안정을 초래해 왔다”고 말했다.
이 대통령은 이날 주재한 제28회 국무회의 첫 발언에서 “최근에 주택, 부동산 문제 때문에 약간의 혼선과 혼란들이 있었다”며 이같이 밝혔다. 이어 “다행히 최근 주식시장, 금융시장이 정상화하면서 대체투자 수단으로 조금씩 자리 잡아 가는 것 같다”며 “이 흐름을 잘 유지해야 되겠다는 생각이 든다”고 말했다.
이 대통령이 취임 후 부동산시장에 대한 인식을 드러낸 것은 이번이 처음이다. 이날 코스피지수가 장중 3100을 넘는 등 주식시장이 활황세를 보이자 부동산에 묶인 투자 자금을 자본시장으로 유도하겠다는 의지를 나타낸 것으로 해석된다. 이 대통령은 대선 과정은 물론이고 취임 이후에도 한동안 부동산 관련 언급을 삼갔다. 문재인 정부가 부동산 정책을 쏟아내다가 지지율을 잃은 경험 등을 고려해 신중히 접근하는 것이라는 분석이 나온다.
서울을 중심으로 집값이 급등하자 금융위원회 등 관계 부처는 지난달 28일부터 수도권 주택 구입 시 6억원 이상 주택담보대출을 전면 금지하는 등 이재명 정부의 ‘1호 부동산 대책’을 내놨다. 대통령실과 금융당국은 이번 대책의 시장 반응 등 정책 효과를 신중하게 모니터링하고 있다. 강유정 대통령실 대변인은 이날 브리핑에서 “현재 상태로는 대출 규제(에 따른) 어떤 흐름이 나타나는가를 지켜보는 것으로 안다”고 말했다. 다만 대통령실이 종부세, 양도세 등 부동산 세금은 당분간 건드리지 않을 것이라는 관측이 나온다.
李 "주식이 대체 투자수단"…부동산 쏠림에 '구두 경고장'
주식시장 활성화 대책 내놓고…부동산에 묶인 돈, 전환 유도
이재명 대통령은 후보 시절 “투자 자산으로 부동산에 접근하는 걸 막을 길은 없다”며 “세금을 매겨서 (수요를) 억누르지 말자는 생각”이라고 여러 차례 밝혔다. 다만 하준경 대통령실 경제성장수석이 교수 시절부터 보유세를 높여야 한다고 주장한 만큼 장기적으로는 종합부동산세 인상 등 논의가 이뤄질 수 있다는 관측이 나온다.
대통령실과 여당인 더불어민주당, 국토교통부 등 관련 부처는 현재 부동산 공급 대책을 짜고 있다. ‘6·27 대출 규제’를 통해 집값 급등을 단기간 진화하더라도 대규모 공급 대책이 없으면 수포로 돌아갈 가능성이 있기 때문이다. 강유정 대통령실 대변인은 1일 브리핑에서 “공급 요구가 있기 때문에 공급망에 대한 검토도 있는 것 같다”며 “정책실 주도로 주택 공급에 관한 정책을 검토하고 있다”고 말했다.
당정은 3기 신도시 조성을 앞당기고 공공기관이 참여하는 공공 재개발 등으로 주택을 빠르게 공급하는 방안 등을 고려하고 있다. 진성준 민주당 정책위원회 의장은 이날 MBC 라디오에서 “새롭게 (공급책을) 마련하기보다 문재인 정부 시절 계획했던 3기 신도시, 공공 재개발을 신속하게 추진하는 게 우선시돼야 한다”고 말했다. 그러면서 “윤석열 정부에서 주택 공급이 제대로 추진되지 못해 2026~2027년쯤 주택 부족 현상이 나타날 것”이라며 “주택 공급 계획을 신속하게 마련해야 한다”고 강조했다.
4기 스마트 신도시 개발, 1기 신도시 전면 재정비, 서울 재개발·재건축 용적률 상향 및 분담금 완화 등 이 대통령이 후보 시절 내놓은 부동산 관련 공약이 이번 공급 대책에 포함될지도 주목된다.
당정은 아울러 주식시장 활성화 대책도 마련하고 있다. 이날 이 대통령이 “주식이 대체 투자 수단으로 자리 잡아야 한다”는 입장을 밝혔기 때문이다. ‘코리아 디스카운트’(한국 주식시장 저평가)를 해소하고 배당을 늘려 증시를 활성화하면 부동산에 쏠린 투자자 관심을 주식 등 대체 투자 수단으로 분산해 집값 안정화와 국내 기업 육성이라는 ‘두 마리 토끼’를 잡을 수 있다는 게 이 대통령의 구상으로 보인다.
김형규 기자 khk@hankyung.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