이재명 대통령이 20일 기후에너지환경부의 업무보고 자리에서 "너무 급격하게 탈탄소를 추진하느라 산업 발전에 장애가 되는 상황이 되지 않도록 균형을 맞춰달라"고 지시했다. 기후부 핵심 국정과제인 탄소감축과 관련해, 최초로 정책의 속도 조절을 주문한 것으로 해석된다.
김성환 기후부 장관은 이날 '정부 출범 1주년 성과' 보고에서 탈탄소 전기국가로의 전환을 서두르겠다는 내용을 이 대통령에게 보고했다.
김 장관은 2035년까지 온실가스를 최대 60%까지 낮추는 목표를 수립했다고 밝혔다. 재생에너지 100GW 발전용량을 확보하고, 발전 부문 배출권 유상할당도 단계적으로 50%까지 확대해 확실히 탄소 배출을 줄이는 전략이다.
그는 신규 원전 2기 건설을 결정하면서도 재생에너지를 확대해 조화로운 에너지 믹스를 추진하고 있다고도 밝혔다. 또 전기차가 완성차 시장의 변방에서 주류로 자리 잡았다고도 소개했다.
이런 보고 이후 이 대통령은 김 장관에게 "에너지 확보와 기후·환경 문제가 가치 충돌을 일으키는 경우가 꽤 있지 않느냐"고 물었다. 김 장관이 "인간이 자연을 파괴하지 않으면서 새로운 에너지 체계로 가는 것이어서 지금은 괜찮다"고 답하자, 이 대통령은 "괜찮냐, (장관의) 좌우 뇌가 충돌하고 그러지 않느냐"고 재차 물었다.
김 장관이 "전혀 그렇지 않다. 이제는 석유·석탄을 쓰지 않고 태양과 바람으로 에너지를 생산하고 자원순환을 잘해야 한다"고 답하자, 이 대통령은 "장관님 좌우 뇌가 충돌 안 하다 보니, 다른 부처하고 충돌하는 것 아니냐"고 꼬집었다. 국가온실가스감축목표(NDC) 등을 정하는 과정에서 산업계 혹은 산업통상부와 갈등을 벌인 것을 언급한 것으로 풀이된다.
이 대통령은 "탈탄소 목표 이행도 중요한데, 산업 발전이나 지방 기업 유치에 장애가 생기지 않도록 해달라"면서 "(탈탄소 목표는) 실질에 관한 문제이기도 하지만, 가치의 문제에 가깝다"고 말했다.
이에 김 장관은 '재생에너지 단가 인하'를 돌파구로 제시했다. 김 장관은 "그 핵심은 재생에너지 가격을 얼마나 빨리 낮추느냐에 달렸다"며 "사우디아라비아에선 태양광 발전이 30원, 미국·독일은 50원까지 떨어졌다. 우리도 태양광 kWh당 단가를 80원까지 낮추고 ESS(에너지저장장치)를 붙여 120원 정도가 되면 충분히 경쟁력이 있다고 본다”고 했다.
이어 “실제 가스 발전은 140~150원, SMP(계통한계가격)로 하면 170~180원까지 올라간다”고 덧붙였다.
이에 이 대통령은 “일정한 기간까지는 화석 연료 의존을 피하기 어렵다”며 “너무 급격하게 (탈탄소를) 하느라고 산업 발전에 장애가 되는 상황이 되지 않도록 잘 균형을 맞춰 달라”고 당부했다.
관가에선 이 대통령이 기후부 최대 정책인 '탈탄소·에너지 대전환' 기조에 대해 공식적으로 속도 조절을 주문한 것은 사상 처음이라는 해석이 나온다. 호르무즈 사태를 계기로 연료 공급망의 중요성이 확인됐고, 산업 경쟁력을 지키는 현실이 무엇보다 더 중요하다는 해석이다.
전날 기후부는 100GW 확대 전략을 공개하면서 이를 위해 발전사에 발전량 일부를 반드시 재생에너지로 공급하도록 강제하는 '재생에너지 공급 의무화 제도'(RPS)를 폐지하고, 경쟁입찰을 통한 장기 고정가격 계약 방식을 도입해 태양광 전력 가격을 낮추는 가격을 공개했다. 이에 업계 일각에서는 전력 매입단가를 낮추면서, 공급을 확대하는 건 모순이라는 지적이 나왔다.
김대훈/김형규 기자

1 week ago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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