25일 이재명 대통령의 이혜훈 기획예산처 장관 후보자 지명 철회 발표는 국회 인사청문회 종료 이틀 만에 나왔다. 청문회가 지난 23일 밤 12시를 넘겨 끝났고, 25일 오전 지명 철회 결정이 난 걸 감안하면 사실상 하루 만에 속전속결로 의사결정이 이뤄졌다. 여권 관계자는 “야당은 물론이고 여당에서조차 임명 불가 기류가 굳어지자 정치적 결단을 내린 것”이라고 말했다. 이 후보자가 낙마하면서 새로 출범한 기획예산처 수장 공백 장기화도 불가피하게 됐다.
◇여당에서도 불가론…선제적 지명 철회
이 대통령은 지난달 28일 이 후보자를 깜짝 발탁하며 ‘좌우 통합형 인사’를 강조했다. 야권 텃밭(서울 서초갑)에서 3선 국회의원을 지낸 보수성향 경제학자 출신인 이 후보자 발탁을 탈(脫)진영·탈이념 정책 기조의 대표 사례로 내세웠다. “보수든 진보든 능력 있으면 쓴다”는 이 대통령의 실용주의 인사 철학이 부각됐다.
하지만 과거 진보 진영의 확장 재정 정책을 포퓰리즘이라며 강도 높게 비판해온 데다 최근까지 윤석열 전 대통령의 12·3 계엄을 옹호한 이력이 드러나며 여권 내에서도 “부적절한 인선”이라는 비판이 제기됐다. 여기에 보좌진 갑질, 강남 아파트 부정 청약, 장남 입시 특혜 의혹까지 줄줄이 터져 나오면서 결국 낙마했다. 이 대통령은 신년 기자회견에서 이 후보자에게 제기된 의혹과 관련해 “문제가 있어 보이기는 하다”고 했다.
이 대통령은 지난주까지만 해도 “청문회에서 본인 해명을 들어보겠다”는 입장을 고수했지만 청문회 해명이 석연치 않자 지명 철회를 결정했다. 홍익표 청와대 정무수석은 결정적 낙마 사유가 무엇인지 묻는 말에 “특정 사안을 언급하는 건 적절하지 않다”며 “다양한 문제 제기가 있었고, 일부는 소명한 부분이 있지만 그 소명이 국민적 눈높이에 미치지 못한 부분도 있다”고 했다.
여당 내에서 임명 불가론이 커진 점이 지명 철회의 결정적 요인이 된 것으로 보인다. 더불어민주당 소속 국회 재정경제기획위원회의 한 위원은 “의혹이 해소되기는커녕 오히려 국민을 더 화나게 했다”고 했다. 민주당 원내 핵심 관계자도 “해명됐다고 보기 어렵다”고 했다. 이 후보자 임명을 강행하더라도 예산처 장관으로서의 업무를 원활하게 수행하는 데 어렵다는 판단이 작용했을 것이라는 분석이다. 예산처 출범은 이 대통령 공약 사안으로, 예산처는 각 부처의 예산 조율을 총괄하는 역할을 한다.
◇관료 출신 후보자 거론
예산처는 청와대 발표 직후 “경제 대도약과 구조개혁을 통한 근본적인 체질 개선의 엄중함을 깊이 인식한다”며 “민생 안정과 국정과제 실행에 차질이 없도록 본연의 업무를 흔들림 없이 추진하겠다”는 입장을 냈다. 리더십 공백 장기화에 대비해 임기근 차관 중심으로 업무를 챙기겠다는 취지다. 청와대도 가급적 빨리 후임 장관 후보자를 내겠다는 입장이다.
관가에서는 예산처 장관 후보자로 임 차관, 한훈 전 농림축산식품부 차관 등이 오르내리고 있다. 이 후보자 지명 철회가 있었던 만큼 청문회 부담이 상대적으로 작은 관료 출신을 중용할 수 있다는 관측이다. 임 차관은 예산통 관료 출신으로 예산·정책 전문가다. 한 전 차관 역시 예산라인으로 분류된다. 지난 대선 때 이 대통령 캠프에서 활동하기도 했다.
중도 성향의 여권 정치인을 후보로 지명할 가능성도 거론된다. 홍 수석은 “통합 차원에서 보수 진영 인사도 고려할 수 있지만, 반드시 그런 인사를 모시겠다는 의미는 아니다”고 했다. 청와대 관계자는 “한 번 낙마한 자리이기 때문에 도덕성 문제를 포함해 신중하게 사람을 찾아야 하는 상황”이라고 말했다.
김형규/남정민 기자 khk@hankyung.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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