박사 배출 속도가 일자리 증가 앞서
낮은 임금·생활비 상승도 이탈 원인
금융·제약·AI업계 연봉, 대학의 3배
영국에서 박사 학위 취득자들이 대학을 떠나 민간 기업으로 이동하는 현상이 확산하며 학계에 위기감이 커지고 있다. 한때 안정적이고 높은 사회적 지위를 보장하던 학계 경력이 불안정해진 반면 금융·제약·인공지능(AI) 업계가 훨씬 높은 연봉과 더 나은 연구 환경을 제공하면서 ‘탈(脫) 학계’ 흐름이 가속화되고 있다는 분석이다.
25일(현지시간) 영국 파이낸셜타임스(FT)에 따르면 영국 고등교육통계청(HESA) 자료 기준 2022~2023년 박사 졸업생 가운데 졸업 15개월 후 대학에서 강의·연구직에 종사한 비율은 41%로 집계됐다. 이는 2018~2019년 졸업생의 49%보다 크게 낮아진 수치다.
특히 물리·과학 분야 박사들의 학계 잔류율은 같은 기간 43%에서 33%로 급락했다. 예술·인문계 박사들은 대학에 남는 비율 자체는 큰 변화가 없었지만 정규 연구직 대신 시간강사나 계약직 비중이 늘어난 것으로 나타났다.
박사 배출 속도가 대학 일자리 증가를 훨씬 앞지르고 있는 것이 가장 큰 문제점으로 지적됐다. 영국의 연간 박사 학위 수여자는 2000년 1만4150명에서 2022년 2만4025명으로 급증했지만 대학 연구직은 오히려 감소했다. 실제 영국 대학 교원 수는 지난해 전년 대비 1% 줄어든 24만4755명으로 집계됐다.
대학 재정 악화와 낮은 임금, 생활비 상승도 연구자 이탈을 부추기고 있다. 일부 연구자들은 연구보다 연구비 신청서 작성에 더 많은 시간을 쓰고 있다고 불만을 토로하고 있다.
반면 금융·제약·AI 기업들은 박사 인력을 적극적으로 흡수하고 있다. 영국 박사 졸업생의 졸업 직후 중간 연봉은 4만2000파운드(약 8567만원) 수준이지만, 헤지펀드나 AI 기업의 계량분석·머신러닝 직군은 초봉이 12만5000파운드(약 2억5485만원)를 넘는 경우도 적지 않다.
프랑스 물리학자이자 헤지펀드 캐피털펀드매니지먼트(CFM) 회장인 장필리프 부쇼는 “박사 학위는 이제 수많은 산업의 문을 여는 여권이 됐다”고 말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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