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이어 8회말 2사 만루 기회에 타석에 들어선 박승규는 장타성 타구를 날렸다. 박진만 감독을 비롯해 삼성 더그아웃에 있던 모든 이가 2루에서 멈추라는 사인을 보냈다. 하지만 박승규는 조금도 주저하지 않고 3루까지 내달렸다. 추가 득점 확률을 조금이라도 높이기 위해 프로야구 역사상 32번밖에 나오지 않은 ‘히트 포 더 사이클’ 기록을 제 발로 걷어찬 박승규의 플레이는 ‘히트 포 더 팀’이라는 애칭으로 불렸다.
경기 후 지인들의 연락이 빗발친 게 당연한 일. 하지만 박승규는 연락 두절 상태였다. 여느때처럼 개인 훈련을 하고 있었기 때문이다. 안방구장 대구 삼성라이온즈파크에서 19일 만난 박승규는 “훈련은 스스로와 한 약속이기 때문에 지키려고 한다. 그 정도의 대가를 치르지 않으면 목표로 하는 정도의 선수가 될 수 없다고 생각한다”고 말했다.

‘히트 포 더 팀’ 경기 이후 삼성 더그아웃 화이트보드에는 ‘팀보다 위대한 선수는 없다’는 문구가 등장했다. 그날 박승규가 인터뷰에서 했던 말을 팀 베테랑 포수 강민호(41)가 적어둔 것이다. 강민호는 이날 박승규에게 “오랜만에 남자한테 반했다”는 농담 섞인 찬사를 보냈다. 박승규는 “팀에 좋은 에너지를 주게 된 것 같아서 기쁘다. 그 글귀를 보면서 나도 매일 한번 더 다짐하게 된다”고 했다.
‘원 팀’이 된 삼성은 그날부터 7연승을 내달렸다. 19일 LG전 패배로 연승은 중단됐지만 12승 5패 1무(승률 0.706)으로 선두를 달리고 있다. 박승규 역시 타율 0.345(29타수 10안타) 1홈런 6타점으로 힘을 보탰다.
박승규는 경기고를 졸업하고 2019년 신인드래프트 때 삼성에서 2차 9라운드 82순위로 지명을 받아 네 시즌동안 1, 2군을 오가다 국군체육부대(상무)에 입대했다. 박승규는 “입대 전 기회가 왔을 때는 조급한 마음이 컸다. 그런데 군대에서는 스스로에게 집중할 시간이 생긴다. ‘이렇게 머물면 이도 저도 아닌 선수가 되겠다’ 느꼈고 스스로 뭐가 필요하고 뭘 해야하는지에 대해 생각하게 됐다”고 돌아봤다.
선수로서 이루고 픈 목표에 “히트 포 더 사이클 기록은 없었다”고 말한 박승규는 “목표는 당연히 큰데 아직 말씀드리기는 이른 것 같다. 현재 목표는 좌절하거나 고난을 겪고 있는 팬분들께서 내 플레이를 보고 조금이나마 마음의 불씨를 얻고 ‘나도 다시 일어서자’고 나아갈 수 있는 마음을 드리는 것”이라고 했다.
대구=임보미 기자 bom@donga.com
© dongA.com All rights reserved. 무단 전재, 재배포 및 AI학습 이용 금지
- 좋아요 0개
- 슬퍼요 0개
- 화나요 0개

3 hours ago
1
















English (US)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