광주 흉기난동 때 크게 다친이후 우울증
“기억 안나고 판단 흐려져” 수차례 호소
‘동료 피해줄수 없다’며 4개월만에 복귀
유족 “충분히 치료했어야…순직 인정을”
“사고 후에 단기적으로 기억이 잘 나지 않을 때가 많았어요. 운전을 하고 나면 내가 신호위반을 하지 않았는지, 사람을 치진 않았는지 계속 불안해했어요. 집에 와서도 블랙박스를 20~30분씩 돌려봤습니다.”
지난 2024년 광주 남구 흉기난동 현장에서 시민과 동료를 지키다 크게 다쳤던 경찰관이 결국 세상을 떠났다. 유족들은 “몸의 상처는 봉합됐지만 마음의 상처는 끝내 회복되지 못했다”고 말했다.
광주 서부경찰서 한 지구대 소속 이모 경감(50대)은 지난 18일 숨졌다. 고인은 2024년 4월 19일 광주 남구 송하동 흉기난동 사건 당시 현장에 출동했던 경찰관이다.
당시 경찰은 폭행 신고를 받고 출동했다가 50대 남성 A씨가 휘두른 흉기에 공격당했다. 이 경감을 포함한 경찰관 3명은 얼굴과 손가락, 머리 등을 다쳐 병원으로 옮겨졌다.
현장에서는 공포탄 2발과 실탄 3발이 발사됐고, 경찰은 결국 테이저건으로 A씨를 제압했다. 사건 직후 윤희근 당시 경찰청장은 광주 조선대병원을 찾아 치료비와 심리상담 지원 등을 약속했다. 하지만 이후 이 경감은 극심한 외상 후 스트레스 장애(PTSD·외상 경험 이후 불안·우울·불면 등을 겪는 정신질환)와 우울증에 시달린 것으로 전해졌다.
고인의 아내 양모씨는 19일 광주 서구의 한 장례식장에서 “남편이 사건 이후 ‘기억이 안 난다’, ‘판단이 흐려진다’는 말을 반복했다”며 “최근 일은 물론 과거 기억까지 희미해졌다고 말하며 고통을 호소했다”고 토로했다.
특히 운전 중 불안 증세가 심했다고 한다. 양씨는 “운전하다가도 중간에 차를 세우고 블랙박스를 확인했다”며 “내가 추월을 제대로 했는지, 혹시 사고를 낸 건 아닌지 계속 불안해했다”고 말했다. 이어 “집에 와서도 주차한 뒤 한참 동안 영상을 돌려봤다”며 “본인 스스로를 믿지 못하는 상태였다”고 했다.
밤이면 증상은 더 심해졌다. 고인은 불면증에 시달렸고 식은땀과 불안 증세를 반복적으로 호소했다. 양씨는 “최근 두세 달은 거의 잠을 못 잔 수준이었다”며 “본인이 일을 제대로 못하는 것 같다고 자책했다”고 말했다.
실제 고인은 사건 이후 여러 차례 MRI 검사도 받은 것으로 전해졌다. 양씨는 “당시 병원에서 단기 기억상실 증상이 있다는 말을 들었다”며 “사건 당일 기억은 물론 과거 기억도 잘 떠올리지 못한다고 했다”고 밝혔다.
그러나 충분한 치료와 휴식은 쉽지 않았다고 양씨는 주장했다. 고인은 동료들에게 부담을 줄 수 있다는 이유로 병가와 휴직을 오래 사용하지 못했고, 결국 사건 4개월 만에 복귀했다. 이후에도 치료를 위해 개인 연가를 사용해야 했다고 한다.
양씨는 “남에게 피해 주는 걸 정말 싫어하는 사람이었다”며 “쉬고 싶어 했지만 팀원들에게 민폐가 될까봐 버텼다”고 말했다.
경찰 조직문화에 대한 아쉬움도 드러냈다. 양씨는 “정신건강의학과 치료를 받는 것 자체를 부담스러워했다”며 “문자 안내 수준이 아니라 장기간 강제적으로라도 상담과 치료를 받을 수 있는 시스템이 필요하다”고 호소했다.
이어 “흉기 사건 같은 강한 외상은 단순히 단기 치료로 끝날 문제가 아니다”며 “2~3년이라도 장기적으로 지켜보며 관리해야 한다”고 말했다.
양씨는 현재 남편의 순직 인정도 바라고 있다. 양씨는 “그 사건 이후 사람이 완전히 달라졌다”며 “계속 일을 하다가 이렇게 된 만큼 순직으로 인정받았으면 좋겠다”고 말했다.
※ 우울감 등 말하기 어려운 고민이 있거나 주변에 이런 어려움을 겪는 가족ㆍ지인이 있을 경우 자살예방 상담 전화 ☎109 또는 자살예방SNS상담 “마들랜”에서 24시간 전문가의 상담을 받을 수 있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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