흉기난동 막다 다친 경찰관 ‘출동 트라우마’ 시달리다 결국…

4 days ago 14

19일 유재성 경찰청장 직무대행이 전날 숨을 거둔 이모 경감(53)을 조문하기 위해 광주의 한 장례식장으로 향하고 있다. 광주=이형주 기자 peneye09@donga.com

19일 유재성 경찰청장 직무대행이 전날 숨을 거둔 이모 경감(53)을 조문하기 위해 광주의 한 장례식장으로 향하고 있다. 광주=이형주 기자 peneye09@donga.com
흉기 난동범을 제압하다 부상을 입고 트라우마에 시달리던 50대 경찰관이 숨을 거뒀다.

유재성 경찰청장 직무대행은 19일 오전 11시경 광주의 한 장례식장에 마련된 이모 경감(53)의 빈소를 찾아 조문했다. 1999년 임용된 이 경감은 전날 광주의 한 병원에서 숨을 거뒀다.

이 경감은 동료 2명과 함께 2024년 4월 19일 광주 남구 송하동에서 행인을 폭행하고 흉기를 휘두르던 50대 난동범을 제압하다 머리, 팔 등을 다쳤다. 이후 이 경감은 광주의 한 대학병원에서 트라우마 치료를 2, 3번 받았으나 회복하지 못하고 줄곧 정신적 고통에 시달렸다고 한다. 지난해 10월엔 남구의 한 대학교에서 발생한 사건 때문에 출동했다가 트라우마가 재발해 10일 동안 잠을 자지 못했고, 올해 2월 근무지를 서부경찰서의 한 지구대로 옮긴 뒤에도 트라우마 증상은 계속됐다.

이 경감의 부인은 “(남편이) 흉기 난동범에게 부상을 입은 뒤 매일 잠을 제대로 자지 못했다. 사건 충격으로 기억력 감퇴, 자신감 결여 등에도 시달렸다”고 호소했다. 아들(24)은 “아버지는 자신보다 동료 직원이나 타인을 먼저 배려하는 분이었다”며 “흉기 난동범에게 받은 신체적 충격은 치유됐지만 정신적 충격은 치료되지 않았다”며 울먹였다.

이 경감의 매형(58)은 “흉기 난동 사건 이후 대학병원에서 2, 3번 정신 상담 등 치료를 받았지만 이후 휴대전화로 안내, 상담 문자만을 받은 것으로 알고 있다”고 말했다. 이어 “정부에서 공무상 부상 경찰관 등에게 의무적으로 트라우마 치료를 받게 하는 제도 마련이 필요한 것 같다”고 강조했다.

경찰 안팎에서는 공무상 부상을 입은 경찰관들에게 신체적 치료는 물론 정신적 치료 방안도 마련돼야 한다는 목소리가 나오고 있다.

우울감 등 말하기 어려운 고민이 있거나 주변에 이런 어려움을 겪는 가족·지인이 있을 경우 자살예방 상담전화 ☎109에서 24시간 전문가의 상담을 받을 수 있습니다.


광주=이형주 기자 peneye09@donga.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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