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일단 박수받으니까 기분은 좋다. 그러나 그보다도, 한편으로는 빨리 한국 관객분들과 영화로 만나고 싶다.”
영화 ‘호프’로 올해 제79회 칸영화제 경쟁 부문(In Competition)에 진출해 첫 상영을 가진 배우 황정민은 18일(현지시간) 프랑스 칸의 한 호텔에서 국내 기자들과 만나 첫 소감을 이렇게 밝혔다. ‘호프’에서 황정민은 괴생명체를 추격하는 경찰 범석으로 출연한다.
영화의 러닝타임 2시간 40분 가운데 초반부 약 50분은 황정민의 ‘독무대’일 정도로, 그가 연기한 범석은 그야말로 영화 ‘호프’를 이끄는 가장 중요한 배역이다.
“서사의 흐름에서 제가 첫 스타트를 끊게 되니까, 호연이가 등장하고(배우 정호연, 극중 후배경찰 성애 역), 또 성기(배우 조인성)가 등장하기 전까지 제가 잘 끌고 나가야 했다. 최대한 관객들의 ‘멱살’을 끌고가야 한다는 생각이었다. 어떻게 하면 관객분들이 궁금증을 더 깊어질지를 고민하는 게 고통스러울 정도였다.”
‘호프’의 최대 관심사는 극중 범석이 마주하는 괴생명체의 존재다. 외신에서도 ‘호프’에 등장하는 크리처에 대한 평가가 상당하다. 다른 감독의 어떤 영화에서 영향을 받았는지, 또 이 괴생명체의 전사(前史)는 무엇인지 등이 향후 관객과 평단 사이에서 오래 회자될 쟁점이 될 것으로 보인다.
황정민이 연기한 범석은 극중 괴생명체의 존재를 처음 마주하는 인물인데, 촬영 당시엔 상상만으로 연기를 수행해야 했다. 특히 이 영화에는 괴생명체의 눈을 범석이 바라보고 심적인 동요를 일으키는 장면이 나오는데, 이 장면 전까지만 해도 제거해야 할 괴수였던 괴생명체는 이 장면 이후로 범석을 고민케 한다. 그렇다고 해서 피가 튀고 뼈가 꺾이는 결투가 멈추는 건 아니다.
“늘 상대방 눈을 보고 연기하다가 아무것도 없는 ‘맹탕’에서 시작해야 하니 어려웠다. 특히 영화에는 범석도 괴생명체도 각자 공포를 느끼는 얼굴을 서로 쳐다보는 장면이 있다. 어떻게 하면 관객들과 함께 궁금증을 가진 채로 나아갈 수 있을지 고민했다.”
그가 ‘호프’의 출연을 결심한 이유는 오로지 ‘나홍진’이란 세 글자 때문이었다.
나홍진 감독의 전작 ‘곡성’에서 황정민은 무당 일광으로 출연한 바 있다. “나 감독님과 또 한 번 작업을 해보고 싶었다. 나보다 더 집요한 사람을 만나면 끌리게 된다. 집요한 사람일수록 좋은 결과물을 만들어낸다는 걸 알고 있기 때문이다. 처음 대본을 받았을 땐 ‘나홍진 감독이 SF를 한다고?’란 생각이었고 그런 궁금증이 대단히 컸던 것 같다.”
‘호프’ 촬영 당시의 비화도 소개했다. 특히 범석이 괴생명체를 쫓는 초반부 장면에서 그의 마을은 그야말로 ‘쑥대밭’이 된다. 세트장이 아니라 실제 주민들이 사는 공간에서 촬영했다고 그는 말했다.
“일단 촬영장에 가면 주민분들께 ‘죄송해요’라는 말부터 꺼냈다. 본인 삶의 공간을 비워주시고 지나다니지도 못하시면서도 역정 한 번 내지 않으셨다. 그래서 빨리 촬영을 끝내고 빨리 이곳에서 나가자는 생각이었다. 그래야 우리도 살고, 이분들도 산다고 생각했다. (웃음)”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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