환자 중심 신약 정책의 마지막 퍼즐은 빠른 건보 급여 적용[홍은심 기자와 읽는 메디컬 그라운드]

16 hours ago 1

신약 허가 심사 240일로 단축 불구
건강보험 적용 늦어 환자들 속앓이
약가 등 전주기 신속 접근 체계 필요

홍은심 기자

홍은심 기자
식품의약품안전처가 신약 허가 심사 기간을 평균 420일에서 240일로 단축하겠다고 밝혔다. 암과 희귀질환 환자들이 혁신 신약을 더욱 빠르게 사용할 수 있게 하겠다는 취지다. 신약 개발 속도가 빨라지고 새로운 치료법이 쏟아지는 상황에서 허가 절차를 효율화하겠다는 방향 자체는 의미가 있다.

그러나 허가와 접근성은 다른 문제다. 환자에게 중요한 것은 허가 날짜가 아니라 실제로 치료를 시작할 수 있는 시점이다. 국내에서 신약이 실제 진료 현장에서 사용되기까지는 식약처 허가 이후에도 건강보험심사평가원의 급여 적정성 평가, 국민건강보험공단의 약가 협상, 보건복지부 고시 등의 절차가 남아 있다. 허가는 시작일 뿐이다. 환자가 건강보험 혜택을 받으며 치료받기까지는 또 다른 시간이 필요하다.

우리나라의 신약 접근성은 주요 선진국에 비해 낮은 수준이다. 한국글로벌의약산업협회가 발표한 ‘글로벌 신약 접근 보고서’에 따르면 2012∼2021년 미국·유럽·일본에서 허가된 신약 460개 가운데 한국에서 건강보험 급여가 적용된 비율은 22%였다. OECD 평균은 29%였으며 일본과 영국은 각각 48% 수준으로 조사됐다.

신약 도입 속도 역시 느린 편이었다. 글로벌 최초 출시 후 1년 이내 국내에 도입된 신약 비율은 한국이 5%로 OECD 평균인 18%에 크게 미치지 못했다. 결국 해외에서 이미 사용되고 있는 혁신 신약이 국내에 들어오는 데도 시간이 오래 걸리고 들어온 이후에도 환자가 실제로 사용하기까지는 추가적인 장벽이 존재하는 셈이다.

최근 몇 년 동안 식약처의 신약 허가 심사 체계는 지속해서 개선됐지만 의료 현장에서 체감하는 어려움은 여전히 급여 단계에 집중돼 있다. 신약의 임상적 가치가 인정돼 허가를 받더라도 건강보험 적용 여부가 결정되기까지 상당한 시간이 소요되기 때문이다. 김석진 삼성서울병원 종양내과 교수는 “신약이 허가에만 그쳐서는 안 된다”며 “좋은 약이 있는데도 경제적 여유가 없어서 치료를 포기하거나 기존의 치료제를 사용할 수밖에 없는 현실이 매우 안타깝다”라고 말했다.

특히 중증질환 환자들에게는 이 기다림의 시간이 단순한 행정 절차 이상의 의미를 갖는다. 질환이 진행되는 동안 환자는 치료 기회를 기다려야 하고 일부는 경제적 부담을 감수하고 비급여 치료를 선택해야 한다. 반대로 비용을 감당하기 어려운 환자는 효과가 기대되는 치료제가 있어도 사용하지 못하는 상황에 놓인다.

김 교수는 “신약 접근성 문제는 환자의 생존과 직결되는 문제”라며 “모든 신약을 급여화할 수는 없겠지만 적어도 국제적으로 급여가 적용되고 표준 진료 지침에서 권고되는 치료제에 대해서는 우리나라도 더욱 적극적으로 검토할 필요가 있다”고 말했다. 물론 건강보험 재정의 지속가능성 역시 중요한 과제다. 한정된 재원 안에서 급여 범위를 결정해야 하는 만큼 임상적 효과와 비용 효과성에 대한 평가는 필요하다. 그러나 환자 접근성을 높이기 위한 논의가 허가 단계에만 머물러서는 안 된다.

식약처의 신약 허가 혁신이 실질적인 환자 접근성 혁신으로 이어지기 위해서는 건강보험심사평가원의 급여 평가와 국민건강보험공단의 약가 협상까지 포함한 ‘전주기 신속 접근 체계’가 필요하다. 신약이 얼마나 빨리 허가됐는가보다 중요한 것은 ‘환자가 그 약을 언제 사용할 수 있는가’다.

환자가 기다리는 것은 치료다. 신약 개발의 최종 목적 역시 허가가 아니라 환자에게 치료 기회를 제공하는 데 있다.

홍은심 기자 hongeunsim@donga.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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