환율 고공행진 속 달러 쌓는 기업…예금 한 달 새 21% 불어나

국민 신한 하나 우리 농협 등 5대 시중은행의 기업 달러예금 잔액이 전달 대비 20% 넘게 늘어난 것으로 집계됐다. 달러 대비 약세가 지속하는 가운데 원·달러 환율이 1500원 선을 넘을 수 있다는 전망이 힘을 받으면서 기업과 개인이 달러를 비축하고 있다는 분석이 나온다.

30일 금융권에 따르면 지난 27일 기준 국민 신한 하나 우리 농협 등 5대 은행의 기업 달러 예금 잔액은 약 537억4400만달러로 지난 달 말(443억2500만달러)보다 약 21% 증가했다.

달러 예금은 원화를 달러로 환전해 적립해뒀다가 출금하거나 만기가 됐을 때 원화로 돌려받는 금융상품이다. 만기일에 적립 시점보다 원·달러 환율이 오르면 환차익까지 거두는 것이 가능하다.

통상 원·달러 환율이 오르면 투자자들이 환차익을 얻기 위해 차익 실현에 나서 달러 예금 잔액이 줄어드는 경향이 있지만 이달에는 환율이 오르는데도 예금 잔액이 불어났다. 기업들이 대미 투자를 늘리고 환율 불확실성이 높아지면서 달러 강세가 지속될 것이라는 판단에 달러를 더 쌓아두려는 심리가 강화한 것으로 풀이된다.

개인들도 최근 달러 예금을 모으려는 흐름이 나타났다. 27일 기준 개인이 보유한 달러 예금 잔액은 122억5300만달러로 8월 말(116억1800만달러)부터 4개월 연속 소폭 늘어난 것으로 집계됐다. 5대 은행 중 한 곳의 개인 달러 예금 잔액은 30억달러를 넘어서 2022년 1월 이후 3년 10개월 만에 최고치를 기록한 것으로 전해졌다.

개인과 기업, 기타 공공기관 등을 포함한 전체 달러 예금 잔액도 27일 기준 670억1000만달러로 지난 달 말보다 18% 늘었다. 올해 들어 최대폭 증가다.

원·달러 환율은 7개월 만에 1470원을 돌파하며 고공행진하고 있다. 원·달러 환율 급등세가 좀처럼 진정되지 않는 가운데 정부와 국민연금은 지난 24일 외환시장 안정 대책을 논의했다.

오정민 한경닷컴 기자 blooming@hankyung.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