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화천대유 의혹' 떨쳐낸 권순일 "수사기관 위법행위, 진상 조사해야"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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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화천대유 무등록 변호’ 혐의로 재판에 넘겨진 권순일 전 대법관이 1심에서 공소기각 판결을 받았다. 검찰이 ‘위법 수사’를 한 만큼 기소 자체가 무효라는 게 재판부의 판단이다. 권 전 대법관은 “위법 행위를 한 사람들에 대해 상응하는 책임을 물어야 할 것”이라고 말했다.

서울중앙지방법원 형사21단독 김대규 부장판사는 11일 변호사법 위반 혐의로 기소된 권 전 대법관에게 공소기각을 선고했다. 권 전 대법관은 2020년 대법관에서 퇴임한 뒤 대한변호사협회에 변호사 등록을 하지 않은 채, 화천대유자산관리로부터 돈을 받고 법률대리 등을 한 혐의로 2024년 8월 기소됐다.

변호사법에선 변호사로 등록하지 않은 자가 대가를 받고 법률대리나 상담 등을 하는 행위를 금지하고 있다. 권 전 대법관은 화천대유의 행정·민사소송 자료 검토, 소송서류 작성 등 업무를 하고 고문료로 월 1500만원을 받은 것으로 알려졌다. 화천대유는 대장동 민간업자인 김만배씨가 최대 주주로 있는 회사다.

재판부는 “수사와 기소 절차에 문제가 있었다”는 권 전 대법관 측 주장을 받아들였다. 서울중앙지방검찰청은 2020년 9월 권 전 대법관에 대한 사후수뢰와 공직자윤리법 위반, 변호사법 위반 등 혐의 고발장을 접수해 수사를 시작했다. 이후 서울중앙지검은 2022년 1월 공직자윤리법과 변호사법 위반 부분을 경기남부경찰청에 이송했다. 그런데 2023년 9월 서울중앙지검은 경기남부청과 유선 협의롤 통해 사건을 재이송받았다.

이후 검찰은 공직자윤리법 위반 혐의에 대해선 무혐의 처분을 하고, 변호사법 위반 혐의에 대해 기소를 결정했다. 문제는 검·경 수사권 조정에 따라 변호사법 위반 혐의에 대해선 검사가 직접 수사를 개시할 수 없다는 점이다. 재판부는 “검사가 수사개시권을 갖지 않은 범죄에 대해, 사법경찰관의 수사가 종결되지 않는 상태에서 단지 수사 필요상 이유로 이송받은건 허용되지 않는다”고 판시했다.

권 전 대법관의 변호사법 위반 혐의가 검사가 수사개시권을 갖고 있는 뇌물죄(사후수뢰) 혐의와 직접 관련성이 있는 만큼, 검찰 수사가 가능하다는 지적도 나왔다. 재판부는 이에 대해 “(이 주장이 수용되려면) 검사가 인지한 경우여야 하는데, 이 사건은 검사 인지가 아니라 고발장이 접수된 사례”라고 설명했다. 재판부는 “이 사건은 공소제기 절차가 법률 절차를 위반해 무효인 경우에 해당한다”고 판단했다.

권 전 대법관은 판결 직후 취재진과 만난 자리에서 “법을 법대로 선언한 용기 있는 재판부에 감사의 말씀을 드린다”며 “정치적 목적을 위해서 법을 왜곡하고 증거를 조작하고 죄를 만들어내는 행태는 더 이상 용납해서는 안된다”고 강조했다. 이어 “수사기관의 위법 행위로 인해 인권을 침해당하고 억울한 일을 당한 국민이 많다”며 “진상을 조사해서 위법 행위를 밝히고, 그러한 위법 행위를 한 사람들에 대해선 그에 상응하는 책임을 물어야 한다”고 말했다.

권 전 대법관은 “변호사 할 생각이 없어서 등록을 안 한 것뿐”이라며 “(그런데도) 압수수색을 하고, 휴대폰 포렌식하고, 가족들에 대해 통신 조회하고, 계좌 조회하고, 5년 동안 이렇게 한 사람의 인권을 철저하게 유린하는 게 대한민국 민주 법치 국가에서 가능한 일인가”라고 목소리를 높였다.

이인혁 기자 twopeople@hankyung.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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