오너그룹의 민낯이 드러나고 있다. 한화에어로스페이스(한화에어로)가 국내 자본시장 역사상 최대 규모인 3조6000억원의 유상 증자 계획을 발표했다. 유증은 기존 주주의 주식 가치를 떨어뜨리는 주가 악재다. 방위산업 실적이 급증해 주가도 급등했던 한화에어로의 주가는 갑자기 곤두박질쳤다. 그런데 지주사 한화 주가도 덩달아 급락했다.
한화에어로가 유증을 한다는 것은 최대주주인 한화의 돈도 들어간다는 뜻이다. 한화 소액주주들에겐 동의조차 구하지 않은 기습 발표다. 발표 직후 한화의 주가는 한화에어로와 거의 비슷하게 12%나 급락했다. 여의도 증권가에선 “경영권 승계 의도가 다분하다”는 의견이다. 당국이 오너 그룹들에게 지주사 체제를 유도하고 있는데 한화그룹 삼형제의 한화에 대한 지분율은 한 자릿수에 불과하다.
오너 입장에선 한화 가치가 떨어질수록 비용 부담이 줄어 유리한 상황이다. 오너 지배력 강화는 최근 일련의 계열사 지분 취득으로, 회사 성장을 위해 필요한 자금 조달은 유증으로 해결하려는 모습이다. 유증과 함께 가족회사(한화에너지)의 기업공개(IPO) ‘작전’도 시작됐다. IPO를 통해 벌어들인 돈은 김승연 회장의 한화 지분에 대한 상속세 마련과 삼형제의 한화 지분 취득 등에 사용될 것으로 전망된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