국힘 경선후보 홍준표 전 대구시장 인터뷰
의원 등 원내외 100명 지지
난 더 이상 ‘독고다이’ 아냐
힘 갖추지 못한 평화는 굴종
공세적 軍개편·핵무장 검토
美에너지 수입늘려 관세 대응
李, 文보다 정치보복 더할 것
“지금이야말로 40년 가까이 된 87 체제를 극복하고 새로운 나라를 만들 기회다. 나의 마지막 소명이기도 하다.”
대권에 세 번째 도전하는 홍준표 전 대구시장의 출사표는 과거보다 훨씬 절박했다. 그는 박근혜 대통령 탄핵으로 치러진 2017년 조기 대선에서 ‘궤멸 상태’의 당 지지율 속에 문재인 후보에게 분루를 삼켰다. 2022년 대선을 앞두고는 당원 표심에서 윤석열 후보에게 밀리며 두 번째 도전을 접어야 했다. 그런 그가 윤석열 대통령 파면으로 열리는 조기 대선에 구원투수를 자처하고 나섰으니 묘한 운명이다.
홍 전 시장은 18일 매일경제와 인터뷰에서 “한 번은 민심에, 한 번은 당심 때문에 발걸음을 돌려야 했다”며 “하지만 그간 경험으로 다시 찾아온 당의 위기를 타파할 수 있는 ‘완전체’가 됐다”고 말했다. 이번에는 민심과 당심 모두 자신의 편으로 만들 수 있다는 자신감이 묻어났다. 이날 발표된 갤럽 여론조사도 그에게 용기를 보태준 듯했다.
― 세 번째 대권 도전이다. 무엇이 달라졌나.
▶2017년에는 민심에서 졌고, 2022년에는 당심에서 졌다. 선거를 치르면서 국회의원들한테 손을 내밀어 본 일이 없다. 그렇게 하니 대선은 안되더라. 이번에는 탄핵소추 직후부터 당심을 잡는 데 3개월 주력했다. 의원과 당협위원장을 많이 만났다. 합해서 100명은 나를 지지한다. 이번에는 동지를 얻었다. 이제 ‘독고다이’가 아니다. 민심과 당심 모두를 얻어 이기겠다.
―보수정당 대통령이 2번 탄핵된 이유가 뭔가.
▶ 당이 결속되지 않아서 그렇다. 박근혜 대통령 때도 결속이 안됐다. 당이 밑에서부터 커온 인재를 선발하지 않기 때문이다. 매번 외부에서 이른바 ‘센’ 인사들을 데려오는 구조로 돼 있으니 기반이 취약한 것이다. 더불어민주당은 다르다. 밑바닥에서 커온 사람이 지도부까지 이어진다. 반면 우리는 용병들이 설치는 당이 돼 버렸다. 그게 원인이다.
―한국 경제의 문제점은 뭐라고 보나.
▶ 6공화국 헌법을 잘못 운용했다. 헌법 119조 1항은 자유민주주의 경제에 대한 조항이고, 2항은 경제민주화 조항이다. 원칙은 1항이고 2항은 예외 조항이다. 그런데 지난 40년 동안 경제민주화가 원칙처럼 운용됐다. 노동과 자본의 균형이 무너졌다. 경제가 성장하기 위해서는 자율과 창의가 중심이 되는 경제질서를 다시 만들어야 한다. 자유민주적 경제, 자율과 창의를 통한 성장을 이루려면 규제부터 네거티브 방식으로 바꿔야 한다. 절대 안 되는 것 말고는 전부 허용해야 한다. 그래야 신기술·초격차 기술·신산업이 일어난다.
―도널드 트럼프 미국 대통령을 상대로 국익을 지킬 복안은.
▶ 트럼프 대통령이 관세전쟁을 선포한 배경은 무역 불균형이다. 작년 우리의 대미 무역흑자가 537억달러다. 이걸 해소하면 트럼프도 불만이 없을 거다. 우리가 중동에서 수입하는 원유와 천연가스가 1년에 1400억달러 정도 된다. 이 중 절반을 미국 알래스카산으로 바꾸면 한미 간 무역 균형은 달성된다. 우리에게 손해가 없는 방법이다.
―외교 정책을 어떻게 가져갈 것인가.
▶ 대한민국이 강한 국가가 되면 모든 게 해결된다. 미국이든 중국이든 얕볼 수 없고, 북한은 감히 엿볼 수도 없는 나라로 만들면 된다. 지금 우리가 재래식 군사 전력으로 5위다. 핵 능력까지 갖추면 넘볼 수 없는 나라가 된다. 미국의 최대 과제는 중국 견제다. 미국이 우리를 지렛대로 활용하려면 한국이 강해져야 한다. 그것은 한미 공동의 이익이다. 중국에 가서 ‘셰셰’하고 일본에 가서 ‘아리가토’ 하는 사람이 대통령이 되면 되겠나.
―핵무장과 군 개편에 대한 의지가 강한데.
▶ 미국의 핵우산 정도로는 안된다. 나토식 핵 공유도 있고, 핵 동맹이라는 각서를 받을 수도 있다. 이도저도 안되면 자체 핵무장도 고려해야 한다. 군 개편은 오랜 지론이다. 우리 군은 방어적 군 체제다. 공세적으로 개편해야 한다. 핵과 재래식 전력을 합해 북한에 압도적 우위를 갖추는 일을 5년 동안 실현하겠다. 힘 없는 평화는 굴종이다.
―정부 효율화가 세계적 화두인데.
▶ 19개나 되는 정부 부처는 13~14개로 통폐합할 생각이다. 미래전략원을 새로 만들어서 정권이 바뀌더라도 장기적으로 대한민국이 지향하는 목표를 이어갈 수 있도록 하겠다.
―이준석 개혁신당 후보와 단일화 가능성은.
▶ 지금 이준석 후보에 대해 얘기하는 것은 결례가 된다. 다만 환지본처(還至本處)라는 말로 갈음하겠다.
―왜 홍준표가 대통령이 되어야 하나.
▶ 내가 아니면 대한민국의 혼란, 국제적 위기를 헤쳐 나갈 경륜과 식견을 가진 사람이 있나. 30년 동안 혼란한 정치판에 있었다. 43년 공직에 있으면서 대한민국으로부터 혜택을 참 많이 받았다. 국회의원 5번 등 선출직을 8번 하고, 당 대표도 2번 했다. 10년 동안 함께 일하던 스태프들이 있다. 그 전문가들을 중심으로 탄핵소추 직후부터 만일을 위해 대선 준비를 했다. 탄핵 대선도 이 당에서 제일 잘 안다. 이재명 후보가 대통령이 되면 정치 보복을 문재인 전 대통령보다 10배는 할 것이다. 나는 그럴 일이 없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