호암 이병철 삼성 창업회장의 붓글씨 작품 ‘공수래공수거(空手來空手去)’가 처음으로 경매에 나왔다. 경영난으로 무기한 휴간에 들어간 교양지 월간 <샘터>가 소장하던 작품이다.
케이옥션은 오는 21일 열리는 ‘케이옥션 프리미엄 온라인 경매’에 이 작품이 출품됐다고 6일 밝혔다. <샘터>가 내놓은 표지 원화 49점, 샘터 소장 컬렉션 11점 등 총 60점이 이번 경매에서 새 주인을 찾는다. 1970년 창간된 샘터는 수십년 간 문화 교양지로 국민적인 사랑을 받아왔지만 1990년대 중반부터 자금난을 겪었고, 2026년 1월호를 마지막으로 발행을 멈췄다. 이번 경매는 그 56년이 남긴 그림들을 처음으로 시장에 내놓는 자리다.
샘터 소장 컬렉션 중 대표작은 호암의 ‘공수래공수거’(空手來空手去)다. 호암이 1981년 샘터 창립자인 김재순 전 국회의장에게 직접 써서 보낸 서예 작품으로, 오랫동안 샘터 이사장실 한가운데 걸려 있었다. 세로 32.5㎝, 가로 134.5㎝ 종이에는 ‘빈손으로 왔다 빈손으로 간다’는 구절을 먹으로 썼다. 케이옥션은 “호암이 생전 즐겨 썼던 문구로, 그의 경영 철학과 삶의 태도를 담고 있다”고 설명했다. 경매 시작가는 1500만원이다.
표지 원화도 주목할 만하다. 샘터는 창간 초기부터 운보 김기창, 남정 박노수, 월전 장우성 등 당대 국내 미술계를 대표하던 화가들의 원화를 표지에 실었다. 원화를 볼 기회가 드물던 시절, 샘터 표지화는 한국 근현대 미술을 대중에 널리 알리는 창구가 됐다. 이번에 나오는 원화 49점은 1970년대부터 2002년까지 실제 잡지에 실렸던 작품들이다. 박노수의 '산수도'(시작가 100만 원), 손응성의 '교외의 풍경'(400만 원), 김기창의 '도자기'(300만 원) 등이 나왔다.
프리뷰는 11일부터 21일까지 서울 신사동 케이옥션 아트타워 전시장에서 열린다. 경매는 21일 오후 4시부터 작품 10점씩 5분 간격으로 순차 마감한다.
성수영 기자 syoung@hankyung.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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