호남 반도체 단지 환경평가 단축…부처 총동원 '속도전'

1 week ago 3

정부가 광주 군공항 부지를 서남권 반도체 클러스터 부지로 결정하면서 비수도권 첨단산업 육성을 위한 첫 단추가 끼워졌다. 정부는 청와대 주도의 원스톱 관리를 통해 환경영향평가 등 까다로운 행정 절차를 대폭 간소화하는 파격적인 속도전을 펼칠 방침이다. 그러나 실제 착공과 가동까지는 각종 인허가와 핵심 인프라 확보 등 넘어야 할 난제도 적지 않다는 지적이 나온다.

◇ 공사 기간 획기적 단축 전망

광주 군공항 부지는 통상 대규모 산업단지 조성의 최대 걸림돌로 꼽히는 부지 매입 단계에서 강력한 경쟁력을 갖춘 것으로 평가된다. 국가산단 조성을 지연시키는 대규모 토지 보상과 문화재 조사, 주민 이주 절차 부담이 사유지에 비해 상대적으로 작기 때문이다. 군공항과 탄약고 부지를 포함한 개발 가능 면적은 총 826만㎡ 규모다. 대규모 단일 용지인 데다 공항 특성상 평탄화 작업이 완료돼 있어 초기 부지 공사 기간을 획기적으로 줄일 수 있다는 강점이 있다. 광주송정역 등 도심과 가깝고 도로와 항공 등 물류 경쟁력도 우수하다는 평가다.

6일 서남권 반도체 단지가 들어설 예정인 광주 군공항 일대에서 제1전투비행단 훈련기가 하늘을 날고 있다.   연합뉴스

6일 서남권 반도체 단지가 들어설 예정인 광주 군공항 일대에서 제1전투비행단 훈련기가 하늘을 날고 있다. 연합뉴스

삼성전자와 SK하이닉스 고위 경영진 역시 현장을 찾아 입지 조건 등을 면밀히 검토한 뒤 긍정적으로 판단한 것으로 알려졌다.

관건은 군공항 이전 절차와 토지 정화 작업이다. 당장 전남광주 무안군민의 반발, 안보 공백, 토지 오염 정화 등이 선결 과제로 꼽힌다. 광주 군공항을 비우려면 무안군에 새로 설비를 완비한 기지를 마련해야 한다는 게 군 안팎의 시각이다. 광주에 미국 공군기지도 자리 잡고 있어 한·미 주둔군지위협정(SOFA)에 따른 양국 간 합의 절차가 필수적이다. 강훈식 청와대 비서실장은 이에 대해 “군공항을 비울 방법을 다각적으로 검토할 것”이라며 “안보 공백이 발생하지 않는 범위에서 조기에 옮기겠다는 것이 전제돼 있다”고 강조했다. 김용범 청와대 정책실장은 이날 YTN 라디오에 나와 “지금 공항의 훈련 소요를 여타 공군기지로 빨리 소산하는 계획을 정부와 공군이 짜면 무안에 새로 건설되는 걸 기다리지 않을 수 있다”고 말했다. 통상 1~2년 걸리는 토지 오염 정화 작업도 필요하다.

◇ 주민 민원 해결 등이 난제

호남 반도체 단지 환경평가 단축…부처 총동원 '속도전'

청와대와 정부는 임기 내 착공 및 건설 완료를 위해 부처 총동원령을 내리는 ‘파격적 속도전’을 예고했다. 이재명 대통령은 이날 청와대에서 삼성전자, SK하이닉스 경영진과 만나 전력·용수 등 핵심 인프라 구축과 인재 확보 방안, 주거·교통·교육 등 정주 여건 개선 방안을 집중적으로 논의했다. 강 실장은 “한 달 정도 뒤에는 구체적인 다른 윤곽을 보고하겠다”고 말했다. 정부가 벤치마킹한 모델은 대만 TSMC의 일본 구마모토 공장으로 알려졌다. 구마모토 공장은 2022년 4월 착공해 가동까지 단 1년10개월이 걸렸다.

속도전의 핵심은 통상 사계절 조사를 거치느라 최소 2년 이상 소요되는 환경영향평가 등 행정 절차의 간소화다. 정부는 수질, 대기, 토양 등 각 분야의 평가를 순차적으로 진행하던 기존 방식에서 벗어나 관련 부처와 전문 연구기관을 동시에 투입해 일괄 평가하는 원스톱 방식을 도입할 방침이다. 공기업 인프라 건설 시 필수인 예비타당성조사를 면제하거나 사전 환경성 검토 단계를 간소화해 행정 소요 기간을 절반 수준으로 줄이겠다는 전략이다.

업계에선 이 같은 속도전의 실현 가능성이 결국 지방자치단체 인허가와 주민 민원을 얼마나 빠르게 해결하느냐에 달렸다고 보고 있다. 인프라가 이미 갖춰진 상태에서 건물만 지은 미국 테일러 공장이나 일본 구마모토 공장과 같은 사례와 달리 호남 클러스터는 맨땅에 전력계통망과 송전선로를 신설해야 해 주민들과의 대규모 민원 협상과 보상 절차가 불가피하기 때문이다.

하혜수 경북대 행정학부 교수는 “정부가 주도해 데드라인을 정해두고 속전속결로 진행한다면 기간을 절반 가까이 줄일 수 있을 것”이라면서도 “환경영향평가 등을 담당하는 전문 연구기관들은 사후 부실 평가의 책임 위험 때문에 무작정 속도만 내기보다 꼼꼼한 분석을 선호해 차질을 빚을 수 있다”고 말했다.

김채연/김형규/강해령 기자 why29@hankyung.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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