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현장리포트] 한파만큼 싸늘했던 민심…경기장 곳곳 빈자리와 사령탑 향한 무반응만 보였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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축구국가대표팀 선수들이 20일 고양종합운동장에서 열린 오만과 2026북중미월드컵 아시아 최종예선 7차전 홈경기를 치르고 있다. 민심이 바닥을 친 상황에서 1-1 무승부로 결과까지 내지 못하자 경기장은 순식간에 적막에 휩싸였다.  고양 | 주현희 기자 teth1147@donga.com

축구국가대표팀 선수들이 20일 고양종합운동장에서 열린 오만과 2026북중미월드컵 아시아 최종예선 7차전 홈경기를 치르고 있다. 민심이 바닥을 친 상황에서 1-1 무승부로 결과까지 내지 못하자 경기장은 순식간에 적막에 휩싸였다. 고양 | 주현희 기자 teth1147@donga.com

한국축구는 11회 연속, 통산 12회 월드컵 본선 진출에 바짝 다가섰다. 그러나 20일 고양종합운동장에서 벌어진 오만과 2026북중미월드컵 아시아 최종예선 B조 7차전 홈경기에선 싸늘한 민심을 다시금 확인했다.

대한축구협회(KFA)는 2022카타르월드컵 16강 진출 이후 행정적 난맥상을 되풀이했다. 위르겐 클린스만 전 감독(독일)과 홍명보 감독을 A대표팀 사령탑으로 선임하는 과정에서 논란을 빚었고, 2023년 3월에는 승부조작 가담자에 대한 기습 사면을 시도하며 비판을 자초했다. 민심이 바닥을 보인 상황에서 KFA 행정을 총괄한 정몽규 회장이 올해 2월 4연임에 성공하자, 팬들의 반응은 더욱 싸늘해졌다.

앞서 홍 감독 체제로 치른 홈경기인 지난해 9월 팔레스타인전(서울월드컵경기장·0-0 무)과 10월 이라크전(용인미르스타디움·3-2 승)에선 야유가 끊이질 않았다. 팬들은 KFA의 쇄신을 부르짖으며 정 회장과 홍 감독을 향해 ‘나가’를 외쳤다.

경기장 방문과 응원을 모두 중단한 팬도 적지 않았다. 서울월드컵경기장과 용인미르스타디움의 수용 규모는 각각 6만6704석과 3만7155석이지만, 지난해 팔레스타인전과 이라크전의 관중은 각각 5만9579명과 3만5198명에 그쳤다. 매진이 잦았던 파울루 벤투 전 감독(포르투갈) 시절과는 크게 다른 분위기였다.

이날 오만전도 별반 다르지 않았다. 올해 한국축구의 첫 A매치라 이날만큼은 뜨거운 열기가 감돌 법도 했지만, 싸늘한 분위기가 이어졌다. 북중미행이 점점 다가오고 있음에도 월드컵 본선을 향한 기대와 관심은 이전만 못 했다. 킥오프 직전까지 무려 6192석이 남아있던 탓에 경기장 곳곳에 빈자리가 많아 애국가 제창 때도 A매치 특유의 열기는 느껴지지 않았다. 평일 저녁에 교통대란이 겹친 사실을 고려해도 관중 동원에는 아쉬움이 남았다.

팬들의 무반응 역시 눈에 띄었다. 평소보다 관중이 적어 함성이 작았는데, 경기 전 전광판에 등장한 홍 감독을 향해 팬들이 반응하지 않아 분위기는 더욱 싸늘해졌다. 킥오프 이후 ‘홍명보호’가 헛심 공방을 반복하며 고전했지만, 일제히 약속이라도 한 듯 격려 대신 침묵으로 일관했다. ‘비판보다 무서운 게 무관심’이라는 말이 체감될 정도였다.

결과까지 내지 못했으니 분위기가 올라올 리가 없었다. 이날 한국은 황희찬(울버햄턴·전반 41분)의 선제골을 지키지 못하고, 후반 35분 알리 알부사이디에게 동점골을 내줘 1-1 무승부에 그쳤다. 잔디 문제로 백승호(버밍엄시티)와 이강인(파리 생제르맹)이 각각 전반 38분과 후반 40분에 교체되는 악재까지 겹쳤다.

심판의 경기 종료 휘슬이 울리는 순간 고양종합운동장은 적막에 휩싸였다. 황희찬은 경기 후 기자회견에서 “오랜만에 대표팀에 복귀해 골을 넣을 수 있어 감사하다. 그러나 이기지 못한 점이 아쉽다”며 “이런 경기들을 통해 한층 성장해야 한다. 이번에 3번째 월드컵 본선 도전인데, 그 동안 최종예선에서 좋았던 경기들도 많았지만 좋지 않았던 경기들도 많았다. 팀적으로 더 단단해지도록 노력하겠다”고 밝혔다.

고양|권재민 기자 jmart220@donga.com 기자의 다른기사 더보기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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