9월 5일까지 세종문화회관 S씨어터에서 진행되는 ‘Sync Next 26(싱크 넥스트 26)’의 개막작으로 한불수교 140주년 기념 공연작 ‘바람만으로 모래만으로는 소리가 나지 않는다’가 지난 7월 3~5일 세계 초연을 올렸다. 공연은 프랑스 아티스트 3인과 한국의 아티스트 3인의 만남과 관계 속에서 발생하는 소리에 주목했다.
공연 ‘바람만으로 모래만으로는 소리가 나지 않는다’는 한국과 프랑스 아티스트들이 소리의 발생에 주목하는 공연이다. 해미 클레멘세비츠(사운드 아트), 김예지(해금), 올리비에 마랭(비올라 다모레)이 공동 구성을 맡았고, 거문고 심은용, 중세성가 크리스티앙 플루아, 정가 조윤영이 참여했다. 이들은 동서양의 전통과 현대 음악의 경계를 명확히 구분하지 않은 채, 즉흥과 구성이 이끄는 앙상블 형식으로 공연을 진행한다. 정가와 중세성가, 현악기의 음색과 전자 사운드, 호흡과 발성, 마찰과 공명이 교차하며 발생하는 ‘소리’에 주목하는 것.
이들의 시작은 2024년 뉴욕 아트 오미(Art Omi) 레지던시에서의 만남으로 거슬러 올라간다. 해금 연주자 김예지와 비올라 다모레 연주자 올리비에 마랭의 문화적 교류를 계기로, 두 사람은 비올라 다모레가 가진 ‘공명현’의 특징을 활용한 음색과 한국 전통악기와의 조화를 시도했다. 그리고 2025년 프랑스 출신 사운드 아티스트 해미 클레멘세비츠가 합류했고, 세 사람은 공통의 관심사인 ‘언어’와 ‘소리’를 공유, 본격적으로 공연을 구상하게 되었다. 이후 한불수교 140주년 기념 공연을 기획하며 중세성가 크리스티앙 플루아, 거문고 연주자 심은용, 정가 가객 조윤영이 합세, 여섯 명의 아티스트가 정가와 성가처럼 각국의 문화를 음율, 시간의 충돌, 동시대를 재구성하는 컨템퍼러리(Contemporary) 공연을 만들어냈다.
한국·프랑스 6인의 아티스트가 만나는 소리
‘바람만으로 모래만으로는 소리가 나지 않는다’는 총 5장(챕터)으로 구성, 각 장면 안에서 소리의 근원을 다루었다. ‘아이가 처음 뱃속에서 듣는 태초의 소리는 어땠을까’ 또는 ‘중세 성가의 환경인 석조건물, 층고, 유리의 울림은 어땠을까’라는 상상을 통해 장면들을 구현했다.
이번 공연에 대해 김예지(해금 퍼포머)는 “공연 제목인 ‘바람만으로 모래만으로는 소리가 나지 않는다’를 은유적으로 보면, 모래바람은 작은 소리다. 모래와 바람이 만나야 소리가 나는 것처럼 모든 소리는 관계로부터 출발한다는 얘기를 하고 있다”고 말하며, 이어 “많은 장면에 중세성가의 아름다움, 정가의 아름다움, 그 이질적임이 상충하고 교차하고 조화를 이룬다. 저희는 ‘소닉 시어터(Sonic Theater)’라고 부른다. 외국에서 ‘시어터(Theater)’는 열린 개념으로 두 사람의 대화도, 한 사람의 퍼포먼스도 시어터가 될 수 있다. 소닉(Sonic 소리)이라는 개념을 쓴 이유는 공조기도 음악의 요소가 될 수 있다는 의도가 담겨 있기 때문이다. 관객 여러분이 소리를 즐기러 와주셨으면 좋겠다”고 설명했다.
지난해 ‘싱크 넥스트 25’에 이어 ‘싱크 넥스트 26’에도 참여한 해미 클레멘세비츠(사운드 아티스트)는 “음악적 취향은 누구나 가지고 있다. 공연을 보러 오면 내가 지금 경험하는 음악에서 평소 좋아하는 음악을 떠올리겠지만, 관람객 분들이 공연의 의도나 연출 포인트를 고민하는 것보다 직감적으로 음악을 경험했으면 좋겠다”라고 덧붙였다.
‘바람만으로 모래만으로는 소리가 나지 않는다’는 7월 초 진행된 세종문화회관 ‘싱크 넥스트 26’ 개막작에 이어 백남준아트센터, 일민미술관, 프랑스 국립 기메 동양박물관, 영국 스톤네스트에서도 연내 공연이 예정되어 있어, ‘싱크 넥스트’의 창작 초연이 본격적인 국내외 투어로 이어지는 첫 사례이기도 하다.
한편, 올해 ‘싱크 넥스트 26’은 K-팝과 탈출, 컨템퍼러리 서커스 등 각종 실험적 무대를 선보일 예정이다. 오는 7월 17~19일 여유와 설빈, 7월 24~27일 김관지, 8월 1~3일 코드세시, 8월 7~10일 음이온, 8월 15~17일 이하느리, 8월 21~24일 김혜경, 8월 28~29일 김창완밴드, 9월 4~5일 힙노시스테라피(HYPNOSIS THERAPY) 공연이 예정돼 있다.
Interview ‘바람만으로 모래만으로는 소리가 나지 않는다’
해미 클레멘세비츠·김예지·올리비에 마랭
About Artist
- 해미 클레멘세비츠: 설치 미술 및 사운드 아티스트
- 김예지: 해금 퍼포머
- 올리비에 마랭: 비올라, 비올라 다모레(17~18세기 유럽에서 사용된 현악기) 연주자
Q 올리비에 마랭 씨는 과거 한국을 방문한 적 있는데, 이번 방한 목적과 ‘싱크 넥스트’에 기대하는 점이 있다면?
올리비에 마랭 “한국에 두 번째로 왔지만, 지난번엔 여행을 하지 못하고 서울에만 있었다. 이번엔 다른 도시도 방문하려고 하고 있다. 한 나라의 문화에 젖어 들려면 일상을 살아봐야 하는 것 같다. 한국인의 일상을 공유하고 배우며 한국의 문화에 대해 알게 될 수 있을 것 같다. 한국에서 머무는 동안 여러 가지 소리를 수집하려고 한다. 다른 나라나 도시에 갔을 때 하는 일이 소리·소음을 수집하는 일인데, 소음과 소리가 각 도시의 분위기를 잘 알려준다고 생각한다.”
Q 각국의 아티스트들과 함께 하며 새롭게 느낀 점이 있다면?
김예지 “2024년부터 해외 교류를 해왔다. 그 전에도 서양악기와의 컬래버를 지속해오며 서로 조화롭게 어울러지길 바라는 방향으로 작업했었다. 서양악기와 음색이 잘 조화가 되려고 ‘농현’(현을 놀려(눌러) 음의 높이와 미세한 떨림을 만드는 것), ‘시김새’(꾸밈)를 덜 하는 등 시도를 해왔다. 그런데 해외에 나가 보니 한국 음악의 특징이 소중한 자산 같았다. 농현과 시김새 등이 우리의 고유의 목소리였다. 바이올린에서도 모든 사람이 동일하게 떠는 것 같지만 일종의 지문 같은 것이다. 파동을 밀어주는 농현 역시 고유성이 될 수 있을 것 같아서 컬래버할 때도 농현으로 튜닝을 해보거나, 비올라나 첼로에 어떤 음이 들어가면 재미있는 소리가 날까 고민을 하며 많이 시도해봤다. 최근 저희 작업도 한국의 고유성을 잃지 않으며 컨템퍼러리한 색을 찾기 위해 많은 시도를 하고 있다.”
해미 클레멘세비츠 “한국에 오기 전부터 국악에 관심이 많았다. 한국에 와 컬래버해 보니 익숙치 않은 음색에 대한 실험을 해볼 가능성이 있었다. 내가 다루는 전자적인 음색과(드럼, 퍼커션 등의 악기) 한국 전통악기 소리와 직감적으로 호흡이 잘 맞았고, 음색의 만남을 통해 큰 자극을 받았다. 세 명이 프로젝트를 구성할 때 한불수교 맥락에서 연결되면 좋겠다는 것이 시작점이었다. 프로젝트를 구성하며 한국의 정가를 필수로, 그리고 중세성가가 떠올랐다. 모음의 미세한 차이가 있지만, 한국과 프랑스의 언어가 만나는 실험을 할 수 있겠다 싶었다. 양쪽의 전통악기 역시 각자의 특징을 가지고 있어, 또 다른 선이 연결이 된 것이다. 동과 서, 과거와 현재의 소리, 그 안에서 균형을 잡으려고 하고 있다.”
Q 이번 공연에선 공조기가 돌아가는 소리, 외부의 소리마저도 공연 일부로 포함된다고 설명했는데, 그 이유가 궁금하다. 일민미술관, 백남준아트센터 등 공연 장소마다 공연 요소가 다르게 다가올 수 있는 부분이 있는지.
김예지 “극장이라는 공연 자체가 숙연하고 조용해야만 하는 공간이라고 생각해왔는데, 이번 공연은 소리를 꺼내는 작업을 하는 것이다. 예를 들어 수원미술관의 독특함은 행궁동이었다. 수원화성 옆 행궁동은 골목골목이 이어져 있는데, 미술관에도 이 같은 특징을 건축적으로 적용했다고 한다. 대각선 같은 벽면, 높은 천고와 기울어진 형태다 보니 이를 저희가 동선으로 연출해보기도 하고, 목소리의 공명 느낌이 성당과 유사한 소리가 나지 않을까 기대를 하고 있다. 세종문화회관 S씨어터의 경우 조명기 전원 장치 등 숨겨져야만 한 다양한 소리를 드러냄으로써 환기를 주고 싶었다. 일민미술관은 옥상에 올라가면 광화문 광장, 산의 전경들이 멋있다. 그곳이 교통의 요충지이다 보니 차량 통행도 많고, 소음들도 많이 들린다. 그를 위에서 들을 때 소리들이 일종의 하모니처럼 들린다. 그런 요소를 잘 살릴 수 있지 않을까.”
해미 클레멘세비츠 “수원미술관, 세종문화회관 등 공연하는 곳의 환경도 다르고 소리도 차이가 있을 거라고 예상하기 때문에, 구체적인 소리뿐만 아니라 전체 구성도 다르게 할 예정이다. 악보대로 가는 것보다 저희 공연의 다양한 챕터를 공간마다 재구성할 예정이다.”
Q 이번 ‘싱크 넥스트’는 컨템퍼러리를 지향한다. 이번 공연에서 말하는 컨템퍼러리의 정의는 무엇인가.
김예지 “‘컨템퍼러리’라는 단어는 단순히 ‘현대’라는 뜻과 동일어처럼 보이지만, 예술계에선 훨씬 더 복합적인 맥락으로 쓰이는 것 같다. 예를 들어 해체적인 태도, 자유로운 움직임 같은 특징들이 그렇다. 저희 공연에서 말하는 컨템퍼러리는 살아가는 모습을 음악으로 드러내는 방식 같다. 오늘날 인공지능이 인간의 지능과 점점 가까워지고, 휴대폰과 노트북 같은 기계적 장치들이 우리 삶과 동행하는 시대에 컨템퍼러리는, 각자의 전통이 굉장히 서로 뒤섞이며 공존하는 시대라고 생각한다. 그런 점에서 저희의 만남 자체가 또 하나의 컨템퍼러리라고 말할 수 있을 것 같다.”
올리비에 마랭 “프랑스어로 컨템퍼러리는 ‘동시대를 산다’, ‘자신이 살고 있는 시대를 산다’는 뜻이다. 여기서 질문을 해볼 수 있다. ‘그렇다면 컨템퍼러리 아티스트란 무엇인가’. 이는 우리가 사는 세상을 연결해주는 사람이라고 답할 수 있다. 다른 나라와 교류가 쉬워진 시대에서, 컨템퍼러리 아티스트는 교차점에 있는 사람이 아닐까 싶다. 다른 문화와 시간성의 교차점에서 과거와 현재를 잇고, 동쪽과 서쪽을 잇는 여러 가지 선의 교차점에 있는 사람이라는 생각이 든다. 컨템퍼러리라는 단어는 그 자체로 많은 질문을 던진다. 이번 공연을 통해 그 의미를 새롭게 해석할 수 있을 것 같다. 각 아티스트가 느끼는 감정이 서로 다르고, 의견도 다양하며, 문화적 배경 또한 제각각이다. 그렇기에 컨템퍼러리란 단어를 매개로 이러한 차이를 작품 속에 자연스럽게 녹아 들게 하고 반영하는 것이 중요하지 않을까 생각이 든다.”
[글 이승연 매경 시티라이프부 기자lee.seungyeon@mk.co.kr 사진 세종문화회관]
[본 기사는 매일경제 Citylife 제1039호(26.07.20) 기사입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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