핵무기 10개 분량 우라늄 처리 관건… “외부 반출” vs “이란서 희석”

3 hours ago 2

[美-이란 ‘종전 MOU’ 합의]
‘이란 핵무기 개발-보유 금지’엔 공감… 우라늄 농축 범위-중단 기간 이견
제재 완화-동결자금 해제도 쟁점… 이란, 14개항 공개 “재건자금 조성”
밴스 “트럼프, 서명식 참석할수도”
일각 “60일짜리 협상 로드맵” 지적

도널드 트럼프 미국 대통령이 14일 전쟁 발발 106일 만에 이란과의 종전을 위한 양해각서(MOU) 서명 합의 사실을 밝혔다. 워싱턴=AP 뉴시스

도널드 트럼프 미국 대통령이 14일 전쟁 발발 106일 만에 이란과의 종전을 위한 양해각서(MOU) 서명 합의 사실을 밝혔다. 워싱턴=AP 뉴시스
미국과 이란이 전쟁 발발 106일 만에 종전을 위한 양해각서(MOU) 체결에 합의하며 새로운 협상 국면이 조성됐지만, 이번 MOU가 실질적으로는 ‘60일짜리 협상 로드맵’에 그칠 수 있다는 지적이 나온다. 향후 60일간의 추가 협상 기간 동안 △이란이 보유한 순도 60%의 고농축 우라늄 440kg의 처리 △미국의 대(對)이란 경제 제재 해제와 동결자금 처리 등 핵심 쟁점에 관한 타협을 이뤄야 하는데 이를 둘러싼 양측의 입장 차이가 상당하기 때문이다.

MOU 합의 원문이 아직 공개되지 않은 가운데 미국과 이란 측은 벌써부터 주요 쟁점에서 자신에게 유리한 내용만을 강조하고 있다. 또한 이란의 탄도미사일 개발, 헤즈볼라와 후티 등 이란의 중동 내 대리 세력에 대한 지원 금지 등도 이번 MOU에서 다뤄지지 않은 것으로 알려졌다.

만성적 경제난에 신음하는 이란과 고유가에 따른 여론 악화를 우려하는 도널드 트럼프 미국 대통령 모두 ‘일단 급한 불부터 끄자’는 식의 임시 휴전을 서둘렀다는 평가다. 영국 파이낸셜타임스(FT)는 11월 미국 중간선거를 앞둔 트럼프 대통령이 이란과의 ‘편의적 휴전(a truce of convenience)’에 만족하고 있다고 진단했다.

● “이란 내 우라늄 희석” vs “불가” 팽팽

4월 10, 11일 양일간 파키스탄 수도 이슬라마바드에서 종전 협상을 진행했지만 합의에 실패했던 모하마드 바게르 갈리바프 이란 의회 의장(왼쪽)과 J D 밴스 미국 부통령. 사진 출처 갈리바프 의장 X·이슬라마바드=AP 뉴시스

4월 10, 11일 양일간 파키스탄 수도 이슬라마바드에서 종전 협상을 진행했지만 합의에 실패했던 모하마드 바게르 갈리바프 이란 의회 의장(왼쪽)과 J D 밴스 미국 부통령. 사진 출처 갈리바프 의장 X·이슬라마바드=AP 뉴시스
J D 밴스 미국 부통령, 모하마드 바게르 갈리바프 이란 국회의장, 아바스 아라그치 이란 외교장관 등이 19일 스위스 제네바에서 만나 이 MOU에 서명하기로 했다. 밴스 부통령은 14일 폭스뉴스 인터뷰에서 “트럼프 대통령이 직접 참석하는 것도 가능하다”며 대통령의 참여 가능성을 열어 뒀다.

미국과 이란은 MOU를 통해 ‘이란의 핵무기 개발 및 보유 금지’라는 큰 원칙에는 공감대를 형성한 것으로 보인다. 트럼프 대통령 또한 이번 합의가 “이란 핵무기를 완전히 막는 장벽이 될 것”이라고 자신했고 이란 역시 핵무기 개발 의사가 없다는 입장이다.

다만 이란이 보유한 고농축 우라늄의 희석 방안을 둘러싼 이견은 상당하다. 로이터통신 등은 국제원자력기구(IAEA) 기준을 인용해 이란이 보유한 우라늄을 추가로 농축하면 핵무기 10개를 제조할 수 있다고 평했다. 미국은 이 우라늄을 미국 혹은 제3국으로 반출해 희석해야 핵 위험이 제거된다는 입장이다. 반면 갈리바프 의장의 전략 고문인 메디 모하마디는 14일 이란 메르통신에 “이란 내에서 농축 우라늄 문제를 해결할 것”이라며 ‘자국 내 희석’을 강조했다.

농축 우라늄 희석은 독한 술에 물을 타 도수를 낮추는 것과 같은 원리로 이뤄진다. 고농축 우라늄에 저농축 우라늄을 섞으면 전체 농도가 낮춰지고 이에 따라 핵무기 개발 또한 어려워진다는 의미다. 희석한 우라늄을 핵무기 제조에 필요한 수준까지 다시 고농축하려면 상당한 시간과 시설이 필요하다. 또 미국은 군사적 사용이 불가능한 수준의 저농축만 허용하거나 일정 기간 농축 자체를 중단하는 방안을 선호한다. 2015년 이란과 핵 합의를 체결했던 버락 오바마 미 행정부는 당시 이란의 우라늄 농축 수준을 3.67%로 제한했다. 반면 이란은 핵확산금지조약(NPT)이 보장한 평화적 핵 이용권과 우라늄 농축 권리는 포기할 수 없다며 맞서고 있다.

우라늄 농축 중단에 관해서도 미국은 15∼20년을, 이란은 이보다 짧은 기간을 원하고 있다. 또 미국은 IAEA가 이란 내 핵시설 사찰을 확대하고 미신고 시설에 대한 접근권도 보장받아야 한다고 주장하나 이란은 거부하고 있다. 또 15일 이란 타스님통신은 중동 내 미군이 양측의 최종 합의 후 30일 이내에 이란 인근 지역에서 철수해야 한다고도 주장했다.

오바마 행정부에서 이란과의 핵합의(JCPOA) 실무 협상을 이끌었던 웬디 셔먼 전 미 국무부 부장관은 14일 ABC방송에 “향후 60일 안에 이 모든 조율을 끝내지 못할 것”이라며 “JCPOA 협상 때도 18개월이 걸렸다”고 평했다.

● 이란 동결자금 해제 등도 향후 뇌관

4월 16일 이란 수도 테헤란에 페르시아어로 “호르무즈 해협의 통제권은 이란의 것”이라고 쓴 대형 광고판이 등장했다. 테헤란=AP 뉴시스

4월 16일 이란 수도 테헤란에 페르시아어로 “호르무즈 해협의 통제권은 이란의 것”이라고 쓴 대형 광고판이 등장했다. 테헤란=AP 뉴시스
이란에 대한 경제 제재 완화와 동결자금 해제는 또 다른 뇌관이다. 미국은 이란이 핵물질 폐기, 핵시설 해체, 우라늄 농축 중단 등을 이행하면 그때마다 상응하는 경제적 보상을 제공하는 ‘조건부·단계적 제재 해제’ 기조를 고수한다. 이란은 신속하고 대대적인 경제 보상을 요구한다. 로이터통신은 14일 미국이 250억 달러(약 37조5000억 원)의 이란 동결자산 해제에 동의하는 방안을 검토 중이라고 전했다. 이란의 전체 동결자산 규모는 1000억 달러(약 150조 원)로 추산된다. 또 모하마디가 메르통신에 공개한 MOU 14개 항목의 초안에 따르면 단순한 제재 완화를 넘어 미국과 그 동맹국이 이란에 3000억 달러(약 450조 원) 규모의 ‘재건 계획’을 제시해야 한다는 내용이 담겼다. ‘보상’ 표현이 없지만 사실상 전쟁 배상금이라는 분석이다.

워싱턴=신진우 특파원 niceshin@donga.com
세종=정순구 기자 soon9@donga.com
안규영 기자 kyu0@donga.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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