해외 페이퍼컴퍼니, 수사기관은 무엇을 볼까 [황우진의 글로벌 퍼스펙티브]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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사진=게티이미지뱅크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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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페이퍼컴퍼니(paper company)'라는 단어는 그 자체로 강한 낙인 효과를 갖는다. 언론 보도에서 누군가 해외에 페이퍼컴퍼니를 보유하고 있다는 말이 나오면, 독자는 사실관계를 확인하기도 전에 불법이나 은닉을 먼저 떠올리기 쉽다. 2016년 파나마 소재 로펌 모색 폰세카(Mossack Fonseca)의 내부 자료가 대규모로 유출되며 이른바 '파나마 페이퍼스'가 전 세계적 파장을 일으킨 이후, 페이퍼컴퍼니라는 단어는 더욱 부정적인 이미지와 결합됐다.

한국에서 흔히 말하는 '페이퍼컴퍼니'는 실질적 사업 활동 없이 '서류'상으로만 존재하는 회사를 가리키는 표현으로 쓰인다. 영미권에서는 이와 유사한 개념으로 '껍데기'만 있다는 의미의 '셸 컴퍼니(shell company)'라는 표현이 널리 쓰인다. 이렇듯 외관과 달리 실질이 없다는 전제와 어감 때문에, 페이퍼컴퍼니를 보유했다는 언론 보도만으로도 그 소유자는 무언가를 숨기고 있다는 의심을 받기 쉽다.

핵심은 형식이 아니라 실질

그러나 페이퍼컴퍼니의 설립이나 보유가 곧바로 불법을 의미하는 것은 아니다. 문제의 본질은 회사의 형식이 아니라 실질이다. 세무상으로 소득이나 재산, 거래의 명의자와 사실상 귀속자가 다르면 명의보다 실질을 중시해 사실상 귀속자를 기준으로 과세가 이뤄질 수 있다. 금융거래 영역에서도 특정금융정보법령상 금융회사는 법인 고객의 배후에 있는 실제 소유자를 확인해야 한다.

결국 페이퍼컴퍼니가 법적 문제로 번지는 지점은 등기부상 주주나 이사가 누구인지가 아니라, 그 회사를 실제로 지배하고 이익을 가져가는 사람이 누구인지, 그리고 그 사실을 금융기관·과세 및 외환당국에 투명하게 설명했는지에 있다. 즉 페이퍼컴퍼니라 하더라도 프로젝트 파이낸싱, 펀드, 지주회사 등 합리적 사업 목적이 있고, 실제 소유자와 지배구조가 금융기관 및 관련 당국에 투명하게 설명되며, 설립 주체 내부적으로 이사회 의결 등 적법한 절차를 거친 후 외국환거래법상 해외직접투자 신고, 해외금융계좌 신고 등 관련 외환·세무 신고 의무가 적법하게 이행됐다면 그 자체로 위법하다고 단정하기 어렵다.

미국 금융범죄단속네트워크(FinCEN)도 셸 컴퍼니를 일반적으로 물리적 실체가 없고, 우편 주소 외에는 실제 사업장이 없으며, 독자적 경제적 가치를 거의 창출하지 않는 비상장회사·유한책임회사·신탁으로 설명한다. 동시에 대부분의 셸 컴퍼니가 다른 사업체의 주식이나 무형자산을 보유하거나, 국내외 통화·자산 이전 및 기업합병을 용이하게 하는 등 합법적인 목적을 위해 설립된다고 전제한다.

탈법·범죄와 결합될 때가 진짜 위험 신호

페이퍼컴퍼니가 법적 리스크로 전환되는 첫 번째 지점은 그 설립 목적이 탈법적이거나 범죄적 목적과 결합된 것으로 의심되는 경우다. 만약 페이퍼컴퍼니가 현행법을 우회하려는 탈법 행위, 재산국외도피, 역외탈세, 범죄수익 은닉을 위한 도관(conduit)으로 사용됐다면, 그 설립·운영 경위와 자금흐름은 범죄의 동기, 수단, 은닉 방법을 뒷받침하는 중요한 정황 또는 구성요건 사실로 평가될 수 있다.

필자는 서울중앙지검 국제범죄수사부(옛 외사부) 수석검사로 2년간 근무하며 페이퍼컴퍼니와 연관된 세관 사건들을 다수 지휘하고, 직접 수사를 하기도 했다. 특히 인상적이었던 점은 현장 확인의 강도였다. 검사들은 법무부나 대검찰청 등 일부 기획 부서를 제외하면 수사 목적의 국외 출장 기회가 제한적인 편이다. 반면 세관 특별사법경찰관들은 페이퍼컴퍼니 여부를 확인하기 위해 이른바 조세피난처로 알려진 해외 관할지까지 직접 방문해, 법인 등기부상 주소지에 실제 사무실이 존재하는지 확인하는 경우도 있었다.

서울중앙지검 국제범죄수사부 검사 시절, 사실은 '영리'법인이면서 페이퍼컴퍼니를 통해 '비영리'법인을 가장한 사례, 사실은 외국인투자기업이 아닌 '국내' 법인이면서 외국인투자 유치를 위한 각종 지원을 받기 위해 페이퍼컴퍼니를 통해 '외국인'투자를 가장한 행위 등에 대해 그 실질을 집중적으로 확인한 바 있다. 물론 해외 페이퍼컴퍼니 수사는 쉽지 않다. 하지만 형사사법공조, FIU(금융정보분석기구) 간 금융정보 교환, 세관 간 공조, 해외 금융기관 자료 확보, 외국환거래법상 해외직접투자·해외부동산 등 신고·보고 자료 및 계좌추적이 결합되면 단순 등기자료만으로는 보이지 않던 실제 소유자와 자금흐름이 드러나는 경우가 적지 않다.

'숨기는 구조' 아닌 '설명 가능한 구조'가 관건

결국 페이퍼컴퍼니 문제의 핵심은 그 회사가 '서류상으로만 존재하는가'가 아니라, 서류 뒤에 숨은 실질을 정직하게 설명할 수 있는가에 있다. 해외 특수목적법인, 지주회사, 펀드 운용을 위한 특수목적기구, 프로젝트 파이낸싱 회사는 국제거래에서 얼마든지 필요할 수 있다. 그러나 그 구조가 실제 소유자를 숨기거나, 국내 소득을 해외 소득으로 가장하거나, 허위 용역료·중개수수료·로열티 명목으로 법인 자금을 해외로 빼돌리거나, 외국환·세무 신고를 회피하기 위한 장치로 사용되는 순간 법적 위험은 전혀 다른 차원으로 커진다. 수사기관은 페이퍼컴퍼니를 확인하기 위해, 그리고 페이퍼컴퍼니로 확인되면 그 실질을 추적하기 위해 심혈을 기울인다는 사실을 명심해야 한다.

따라서 기업 입장에서는 페이퍼컴퍼니라는 표현 자체에 과도하게 위축될 필요는 없지만, 그 구조를 설명할 수 있는 컴플라이언스 체계를 갖춰야 한다. 첫째, 설립 목적이 합리적 사업 목적에 부합하는지 점검해야 한다. 둘째, 최종 지배자와 최종 수익자가 누구인지 금융기관 및 관계 당국에 일관되게 설명할 수 있어야 한다. 셋째, 법인의 이사회 의사록, 회계 장부, 계좌내역, 업무 수행 자료를 입증 가능하게 보관해야 한다. 넷째, 해외직접투자 신고, 해외금융계좌 신고 등 세무·외환 신고 의무를 초기 단계부터 점검해야 한다.

페이퍼컴퍼니 리스크 관리는 결국 '숨기는 구조'를 만드는 것이 아니라 '설명 가능한 구조'를 만드는 일이다. 국제거래 및 해외투자가 일상화된 시대일수록 기업은 해외법인 설립 단계부터 형사·조세·외국환·자금세탁방지 규제를 함께 검토해야 한다.

서울대 법대 및 미국 NYU(뉴욕대) 로스쿨 LL.M.(법학석사) 과정을 졸업하고, 서울대 법학전문대학원 박사과정(국제투자법 전공)을 수료했으며, 미국 뉴욕주 변호사 자격을 취득했다. 사법연수원 32기로 20년간 검사로 재직하는 동안 주UN대표부 법무협력관(부장검사), 법무부 국제법무과 검사, 서울중앙지검 외사부(현 국제범죄수사부) 검사 등 법무‧검찰의 국제 분야 요직을 두루 거친 대표적 국제통 검사였다. 아울러, 지식재산권(IP) 및 공정거래를 전담으로 하는 서울중앙지검 형사6부 검사로서 대검찰청으로부터 부정경쟁방지법 분야 ‘공인전문검사’로 선정된 바 있고, 대전지검 형사1부장 재직 시 대검찰청으로부터 ‘우수 형사부장검사 ’로 선정되었다.
또한, 법무부 국제법무과 재직 시, 국제결혼 파탄 후 배우자 일방이 자녀를 외국으로 임의로 데려가는 문제를 해결하는 국제 조약인 '헤이그 국제아동탈취협약'의 이행법률 및 시행규칙 제정을 주도했고, 대한상사중재원 등과 공동으로 서울국제중제센터를 설립하는 등 법적 인프라 구축에도 크게 기여했다,
현재 법무법인 LKB평산 국제센터장으로서 국제형사, 국제중재, 국제상사, 국제가사 등 다양한 분야의 국제적 사건에서 글로벌 법률 서비스를 제공하고 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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