해외 전시회 수요 줄며 '울상'…방한 전시·포상관광 늘며 '화색' [MICE]

8 hours ago 1

고환율로 해외서 여는 행사 비용 부담 커져
늘어난 비용에 출품업체도 참가 규모 축소
취소 기업 늘면서 행사 품질 저하 우려까지
해외 연사 초청비 급증해 국내 연사로 대체
원화 약세에 기업회의, 포상관광 수요 증가

  • 등록 2025-01-15 오전 6:00:00

    수정 2025-01-15 오전 6:00:00

세계 최대 가전·정보기술(IT) 전시회 CES 2025 개막일인 7일 오전(현지시간) 미국 네바다주 라스베이거스 컨벤션센터가 관람객으로 북적이고 있다. (사진=연합뉴스)

[이데일리 이민하 기자] 반도체 패키징 회사 A사는 올해 해마다 참가하던 중국 반도체 산업 박람회 참가를 고민 중이다. 지난해 180원대를 유지하던 원·위안 환율이 올해 들어 200원까지 치솟으면서 참가비는 물론 부스 시공, 인건비, 숙박비 등 비용이 눈덩이처럼 불어났기 때문이다. 회사 관계자는 “참가 신청이 늦어질 경우 부스 배정에서 불이익이 예상되지만, 워낙 부담이 늘어 당분간은 환율 변동 추이를 지켜볼 생각”이라고 말했다.

매년 서울에서 열리는 기계설비 전문 박람회는 올해 고환율 효과를 기대하고 있다. 해외 기업의 참가 비중이 높은 행사 특성상 달러로 결제하는 참가비의 환차익 규모가 예년보다 클 것으로 예상돼서다. 주최 측 관계자는 “참가비는 지난해와 동일하지만 원·달러 환율이 오르면서 수입이 늘어났다”며 “최적의 달러 매도(환전) 시점을 잡기 위해 환율 추이를 예의주시하고 있다”고 했다.

역대급 고환율에 마이스 업계의 희비가 엇갈리고 있다. 해외에서 열리는 행사에 참여하거나 현지에서 직접 행사를 여는 아웃바운드 수요는 고환율 탓에 시장이 갈수록 경색될 기미를 보이고 있다. 앞으로 원·달러 환율이 ‘마의 1500원’ 선을 넘어설 경우 타격은 더 커질 것으로 예상된다.

반면 해외에서 국내로 들어오는 기업회의, 포상관광 등 인바운드 시장은 원화 약세로 가격 경쟁력이 올라가면서 수요 증가를 기대하고 있다. 달러 강세로 인한 환차익 덕분에 수익도 예상치를 웃돌 것으로 예상하고 있다.

한 전시컨벤션 기획사 관계자는 “당장은 비수기라 영향이 크지 않은 상태”라며 “성수기가 시작되는 3월까지 고환율 기조가 이어질 경우를 고려해서 예상되는 피해 등 대비책을 마련 중이지만 쉽지 않다”고 토로했다.

1년간 월별 원·달러 환율 추이 [이데일리 이미나 기자]

고환율 여파 해외 전시·박람회 참가 취소

고환율로 갈수록 고민이 깊어지는 분야는 해외에서 열리는 전시·박람회들이다. 전시장 임대료와 장치비 등을 달러로 지불할 때 전보다 비용 부담이 커졌기 때문이다. 업계에선 물가 상승에 환율 상승까지 더해질 경우 비용 증가 폭은 전년 대비 최소 15~20% 이상 될 것으로 보고 있다.

한 전시컨벤션센터 해외 전시기획팀 관계자는 “환율이 오르면서 전시장 임차료와 장치비 부담이 커졌다”며 “현지에 대금을 내는 시점을 조정해 환율이 조금이라도 떨어지길 기다리는 상황”이라고 말했다.

그나마 현지 법인을 설립해 제반 개최 비용을 현지 화폐로 지급해도 타격이 있기는 마찬가지다. 참가비를 달러로 결제하는 출품업체가 늘어난 비용 부담에 참가 신청을 미루거나 취소하는 사례가 늘고 있어서다. 전체 행사 수입의 80% 이상을 차지하는 출품업체 참가비가 급감할 경우 주최사는 수지상 큰 타격을 입을 수밖에 없다.

한 해외 전시기획팀 관계자는 “환율 급등 이후 박람회 참가 취소 문의가 눈에 띄게 늘었다”며 “예정대로 참가하더라도 가용 예산이 줄어 부스 규모와 파견 인원을 대폭 줄이고 있다”고 전했다.

전시·박람회 품질이 저하될 수 있다는 우려도 나온다. 출품업체가 늘어난 물류비 부담으로 전시품 종류와 양을 줄이면 행사 만족도 등 품질은 이전보다 떨어질 게 불 보듯 뻔하기 때문이다. 한 전시 물류 전문회사 대표는 “고환율이 지속되면 물류비를 줄이려는 곳이 늘어날 수밖에 없다”며 “행사 현장에서 보여주는 전시품이 줄어드는 만큼 성과와 만족도도 이전보다 낮아질 가능성이 크다”고 우려했다.

해외에서 연사를 초청하는 컨벤션 업계도 고환율 여파로 노심초사하고 있다. 한 컨벤션기획사 관계자는 “해외 연사는 원래도 초청비가 비쌌지만, 달러가 오르면서 비용 부담이 더 커졌다”며 “도저히 감당하기 힘들 수준까지 부담이 커져 결국 해외 연사를 국내 연사로 대체하는 방안을 검토 중”이라고 털어놨다.

고환율 득보다 실 커…“피해 최소화 지원책 필요”

(사진=게티이미지뱅크)
고환율로 인한 반사이익을 기대하는 분야도 있다. 해외 기업이 국내에서 여는 기업회의와 포상관광 분야가 대표적이다. 관련 업계에 따르면 온전히 고환율로 인한 영향으로 단정 지을 수는 없지만, 12·3 비상계엄 사태 이후 해외 기업의 포상관광단 방한 문의와 예약이 증가한 것으로 알려졌다.

한 포상관광 전문 여행사 관계자는 “달러 대비 원화가 약세를 보이면서 한국이 이전보다 저렴한 포상관광 목적지가 됐다”며 “해외 파트너는 한국이 갑자기 ‘타임 세일’에 들어간 것 같다고 말할 정도”라고 말했다. 그는 이어 “포상관광단의 경우 달러 환율이 오르면서 참가자들이 더 많은 쇼핑에 나서는 등 이전보다 씀씀이가 커지는 양상도 보이고 있다”고 덧붙였다.

전체 출품기업 중 해외 비중이 높은 국내 전시·박람회 역시 고환율 효과를 기대하고 있다. 행사 참가 시 수반되는 숙박, 교통 등 이전보다 줄어든 비용을 마케팅 포인트로 삼아 해외 출품기업을 늘리려는 움직임도 나타나고 있다. 한 민간 전시 주최사 관계자는 “그동안 참가를 망설이던 해외 기업은 가성비 측면에서 한국에서 열리는 행사 참여에 관심을 보일 수 있다고 보고 해외 기업과 바이어 대상 마케팅 전략을 전면 수정했다”고 밝혔다.

전문가들은 고환율 여파가 마이스 업계에 득보다 실이 클 것으로 보고 있다. 국제화가 덜 된 국내 행사와 업계 상황 등을 고려할 때 환차익보다는 환차손이 더 클 것으로 봐서다. 윤은주 한림국제대학원대 컨벤션이벤트경영학과 교수는 “1~2월은 전통적인 업계 비수기라 업계 피해가 겉으로 드러나지 않지만, 성수기가 시작되는 3월 이후까지 고환율 기조가 이어지면 경기 위축과 물가 상승까지 더해져 피해가 불 번지듯 커질 수 있다”며 “업계 피해를 최소화할 선제적인 지원책 마련이 필요한 시점”이라고 강조했다.

Read Entire Article