최근 국내 경제와 문화계에 한 줄기 훈풍이 불고 있다. 중국의 '한한령' 해제에 대한 기대감이 증폭되면서 K콘텐츠, K팝, K푸드 등 한국의 대표 산업이 다시금 중국 시장에서 날개를 펼칠 가능성이 대두되고 있다. 특히 올해 하반기 경주에서 열리는 아시아태평양경제협력체(APEC) 정상회의를 계기로 시진핑 중국 국가주석의 방한이 점쳐지며, 한중 문화 교류 확대와 경제적 협력에 대한 낙관론이 힘을 얻고 있다.
지난 8년간 한한령은 약 22조원에 달하는 문화·경제적 손실을 초래한 '보이지 않는 장벽'으로 작용해온 것으로 알려져 있다. 그런데 최근 들어 한한령 해제에 대한 낙관론이 힘을 얻고 있다. 지난 2월 우원식 국회의장이 시진핑 주석을 만나 해제를 요청했고, 시 주석이 긍정적인 검토 의사를 밝힌 것이 중요한 계기가 됐다. 이어 중국은 부총리급이 이끄는 문화사절단을 한국에 파견할 계획을 세웠으며, 이는 APEC 정상회의를 앞둔 사전 교류의 일환으로 보인다.
시 주석의 방한 가능성도 한중 관계 개선의 상징적 신호로 주목받고 있다. 도널드 트럼프 2기 행정부 출범으로 미·중 갈등이 심화하면서 중국이 한국과의 관계를 전략적으로 활용하려는 움직임도 감지된다. 작년 말 한국을 무비자 입국 대상국에 포함한 조치는 이런 유화 제스처의 연장선으로 해석된다.
중국 내수 침체와 경제 회복 필요성 역시 해제를 촉진하는 요인으로 꼽히며, 한국무역협회는 "공식 해제 선언보다는 민간 교류 확대를 통해 점진적으로 개방할 가능성이 높다"고 내다봤다. 하지만 낙관론만 있는 것은 아니다. 중국은 한한령이 공식 정책이 아니라는 입장을 고수해 왔기에 해제 역시 모호한 형태로 진행될 수 있다. 과거에도 해제 기대감이 여러 차례 제기됐지만 실질적 변화로 이어지지 않은 경우가 많았다. 중국 내 혐한 정서와 경제적 불확실성도 여전히 걸림돌이다. 다만 이번에는 APEC과 시 주석 방한이라는 이벤트와 맞물려 있고, 중국의 대외 개방 의지가 강하다는 점에서 이전과 다른 양상을 기대할 수 있다.
결국 한한령 해제 기대감은 한국 경제에 새로운 활력을 불어넣을 촉매가 될 잠재력을 지녔다. APEC과 문화사절단 방한을 계기로 한중 관계가 회복된다면 K콘텐츠와 산업 전반이 글로벌 시장에서 더 큰 영향력을 발휘할 것이다.
[김준호 매일경제TV MBNGOLD 매니저]