한국예술종합학교(한예종)를 광주로 이전하려는 정치권 움직임에 한예종 총학생회를 중심으로 반대 목소리가 터져나오고 있다. 한예종 이전이 지방 균형 발전에 실질적인 효과가 없을 뿐 아니라 6월 지방선거를 앞두고 문화예술인의 학습권을 정치적 도구로 전락시켰다는 비판이다.
한예종 총학생회는 지난 23일 '아시아 최고 수준의 예술대학을 정치 목표 달성을 위해 잘라 붙이는 것에 반대한다'는 제목의 성명서를 발표했다. 전날 정준호 민형배 등 광주에 지역구를 둔 더불어민주당 소속 의원 11명이 한예종 광주 이전 내용 등을 담은 '한국예술종합학교 설치 및 운영에 관한 법률안'을 발의한 데 따른 조치다.
이 법률안은 오는 7월 출범을 앞둔 전남광주통합특별시에 한예종을 설치한다는 내용을 골자로 한다. 현재 한예종은 서울 성북구 석관동캠퍼스와 서초구 서초동캠퍼스, 종로구 대학로캠퍼스로 나뉘어 있다.
한예종 학생들의 오랜 요구사항이었던 대학원 설립 내용도 법안에 포함됐다. 현재 한예종은 고등교육법상 '대학교'가 아닌 문화체육관광부 산하 국립예술학교인 '각종 학교'로 분류돼 정식 석·박사 과정을 둘 수 없다. 대학원에 해당하는 예술전문사 과정을 운영하고 있지만 정식 학위는 수여할 수 없다.
한예종 총학생회는 법률안에 강하게 반발했다. 총학생회는 성명서에서 "정치적 편의를 위해 학생들에 대한 고려나 일말의 예고 없이 추진된 주장"이라며 "교육기관의 본질과 학생들의 학습권을 외면한 채, 정치적 필요에 따라 학교를 이전 가능한 대상으로 취급하고 있다"고 비판했다.
대다수 전업 예술인이 수도권에 거주하고, 문화시설 기반도 서울을 중심으로 형성돼 있다는 점도 거론했다. 총학생회는 "한예종의 소재지 고집은 이미 형성된 문화예술계의 기반을 놓치지 않겠다는 의지이지, 서울중심주의의 강화가 아니며 될 수도 없다"며 "한예종 설립이 이제 30년을 겨우 넘어가는데, 정부의 서울 쏠림 현상 방기의 책임을 왜 한예종이 져야 하는가"라고 반문했다.
인재 이탈에 대한 우려도 제기했다. 총학생회는 "한예종이 비서울로 이전한다면 문화예술 인프라가 집중된 수도권 생태계와 단절되고, 젊고 실력있는 예술가 지망생들은 지방으로 내려가기보다 다른 서울 소재의 예술대학을 선택할 것"이라며 "결과적으로 한예종은 우수 인재 유치에 실패해 경쟁력을 잃고, 지방자치단체는 껍데기만 얻게 되며, 우리 학교가 이미 구축한 서울-비서울을 잇는 네트워크는 사라져 서울 중심주의는 오히려 공고해질 것"이라고 지적했다.
끝으로 총학생회는 "정부는 K-컬처 시장규모 300조원, 문화수출 50조원을 꿈꾸는 시대에 '문화예술 산업계 종사자들이 일궈낸 K-콘텐츠 열풍에 국가가 날개를 달아드리겠다'고 약속한다면서, 예술계 인력 처우개선에 힘쓰지는 못할망정 의회가 대한민국 유일한 국립예술대학을 더 어려운 상황으로 몰아넣는 광경을 보고만 있는가"라며 "정치논리와 행정편의로 우리 학교 학생들의 예술 활동에 불안감을 조성하지 말라"고 촉구했다.
허세민 기자

4 hours ago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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