13~14일 ‘2026 한영애 50주년 콘서트 - ’스노 레인‘ 서울’ 현장
고유의 자연주의를 톺아보는 철학적 성찰의 장
지드래곤 ‘무제’·‘삐딱하게’ 커버 무대도
14일 동시간대 열린 ‘영희 페스티벌’서 한영애 존중·커버 무대도
빨간 재킷과 하얀 드레스를 입고 등장한 한영애는 인더스트리얼 록 풍의 ‘회귀’로 포문을 열었다. 무녀 혹은 연극배우 같은 제의적 퍼포먼스는 공간의 공기를 단숨에 장악했다. 정확한 박자감과 여전히 송곳 같은 목소리, 우아한 무대 매너는 경탄을 불러왔다. 이는 50주년을 맞은 거장이 버텨온 시간에 대한 예우가 아닌, 여전히 현장진행형인 뮤지션에 대한 생생한 감탄이다. 특히 ‘바람’과 ‘바라본다’로 이어지는 부드러움과 웅장함의 우아한 공존은 이 거장 뮤지션의 뿌리가 어디인지 확인케 했다. ‘바라본다’ 막판 애드리브에선 한영애가 노래하는 것이 아닌, 곡이 한영애를 노래한다는 착각이 들 정도였다.
이날 공연은 고유의 자연주의를 톺아보는 철학적 성찰의 장이기도 했다. ‘달’, ‘바람’, ‘코뿔소’, ‘나무는 알고 있네’, ‘여울목’ 등 자연에서 영감을 받은 곡들은 여성의 뿌리, 나아가 인간의 근원이 어디서부터 왔는지를 객석에 묵직하게 물었다. ‘소리의 마녀’로 대중에 알려진 한영애는 팬들 사이에선 애칭 ‘나무’로 불린다.
물리적 시간을 이겨내는 현역 아티스트의 형형한 자부심은 타협 없는 자기 증명에서 비롯된다. 음을 표준음에 맞추어 고르게 조율(調律)하는 노래의 거목은 사실 삶을 조율하는 장인이었다. 대중에게 각인된 ‘소리의 마녀’는 무대 위에서 인간의 삶을 껴안는 ‘마법사’로 완벽히 도약했다.과거의 영광에 갇히기를 거부하는 예술가의 시선은 맹렬히 현재를 향한다. “저도 K-팝 아닌가요…?”라며 수줍게 운을 뗀 그는 감성적인 피아노 반주에 맞춰 ‘빅뱅’ 지드래곤의 ‘무제’를 애절하게 부르더니, 이내 강렬한 일렉트로닉 사운드와 밴드 연주를 대동하고 ‘삐딱하게’를 연달아 소화했다. 세대와 장르의 경계를 넘어 음악으로 대중을 설득해 내는 거장의 단단한 오만함이 빛나는 순간이었다.
그의 궤적이 후배들에게 남긴 벼락 같은 영감은 같은 시간, 다른 공간에서도 메아리쳤다. 한영애 콘서트 시간대와 겹치는 14일 오후 서울 마포구 마포아트센터 ‘영희 페스티벌’ 무대에 오른 이 축제 기획자 싱어송라이터 오지은은 “국민학생 시절 생애 처음으로 본 라이브 공연에서 번개를 맞았다”며 한영애를 향한 완전한 리스펙트로 ‘누구 없소’와 ‘조율’을 커버했다. 한 예술가의 치열한 실존이 어떻게 다음 세대의 미학적 척도가 되는지를 증명하는 장면이다. 오지은은 영희 페스티벌에 한영애를 초대하고 싶었지만 그녀의 단독 공연과 해당 페스티벌 일자가 겹쳐 이를 내년으로 미뤘다고 했다.
공연에서는 지난 4월 부활의 김태원이 작사, 작곡해 선물한 신곡 ‘스노 레인’의 무대도 펼쳐졌다. 조건 없이 내리는 눈과 비처럼, 좋았던 기억도 아팠던 시간도 결국 모두 추억이 된다는 삶의 관조가 담겼다. 한영애는 텍스트의 이면을 집요하게 파고드는 고유의 태도를 잃지 않았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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