한덕수 ‘4월 춘몽’… 헌재서 시작해 헌재서 제동

1 day ago 4

헌재 재판관 지명이후 대선 차출론
헌재 효력정지에 국힘내 명분 줄어
“출마 바람직안해”66% “바람직”24%

고심 한덕수 대통령 권한대행 국무총리가 17일 정부서울청사에서 열린 아시아태평양경제협력체(APEC) 정상회의 준비위원회에서 안경을 벗고 있다. 국민의힘 일부 의원들이 한 권한대행의 차출론을 띄우는 가운데 이날 공개된 전국지표조사(NBS)에서는 한 권한대행의 대선 출마가 ‘바람직하지 않다’(66%)는 답변이 ‘바람직하다’(24%)보다 높았다. 뉴시스

고심 한덕수 대통령 권한대행 국무총리가 17일 정부서울청사에서 열린 아시아태평양경제협력체(APEC) 정상회의 준비위원회에서 안경을 벗고 있다. 국민의힘 일부 의원들이 한 권한대행의 차출론을 띄우는 가운데 이날 공개된 전국지표조사(NBS)에서는 한 권한대행의 대선 출마가 ‘바람직하지 않다’(66%)는 답변이 ‘바람직하다’(24%)보다 높았다. 뉴시스
국민의힘 대선 경선판을 흔들던 ‘한덕수 차출론’에 제동이 걸렸다. 한덕수 대통령 권한대행 국무총리의 헌법재판소 재판관 후보자 지명에 대해 헌재가 16일 효력정지 가처분 신청을 전원 일치로 인용하면서 한 권한대행의 대선 출마를 반대하는 목소리가 커지고 있기 때문이다. 정치권에선 대통령 몫 헌재 재판관 후보자 지명권 행사로 범보수 진영에서 나온 한 권한대행 대선 출마 가능성이 헌재 가처분 인용 결정으로 흔들리고 있다고 지적하며 “‘한덕수 차출론’이 헌재에서 시작했다가 헌재로 끝나는 ‘4월 춘몽’이 될 수 있다”는 평가가 나온다.

17일 정치권에 따르면 한 권한대행은 헌재 결정과 관련해 주변에 별다른 입장을 밝히지 않은 것으로 전해졌다. 본안 판단이 나올 때까지 지켜보겠다는 입장으로 현재로선 헌재 재판관 지명 철회도 검토하고 있지 않은 것으로 알려졌다.

하지만 엠브레인퍼블릭·케이스탯리서치·코리아리서치·한국리서치가 14∼16일 전국 만 18세 이상 유권자 1001명을 대상으로 진행해 이날 공개한 전국지표조사(NBS)에선 한 권한대행의 대선 출마가 ‘바람직하지 않다’는 응답은 66%로, ‘바람직하다’는 응답(24%)을 크게 웃돌았다.

국민의힘 내부에서도 한 권한대행 차출론을 두고 “명분이 있어야 의원들도 출마를 요구하는데, 헌재 결정으로 민주적 정당성에 문제가 생겼다”는 목소리가 나오면서 주춤하는 분위기다.

더불어민주당은 후임자가 없는 헌재 재판관의 임기를 연장하고, 대통령 권한대행이 대통령 몫 헌재 재판관을 임명할 수 없도록 하는 내용의 헌법재판소법 개정안을 이날 국회 본회의에서 통과시켰다.

8일만에 흔들린 ‘한덕수 차출론’… 국힘 후보들도 “출마 안돼”

헌재 재판관 지명뒤 차출론 부상
트럼프 통화-CNN 인터뷰도 한몫
“효력정지로 정치적 흠결” 지적 나와… 한동훈 “무임승차” 홍준표 “자격미달”
나경원 “韓대행, 관세협상 가장 중요”


‘한덕수 차출론’이 흔들리는 것은 차출론을 지탱하던 한덕수 대통령 권한대행 국무총리의 대통령 몫 헌법재판소 재판관 후보자 지명이라는 ‘정치적 결단’이 헌법재판소의 효력 정지 가처분 신청 인용 결정으로 흠결이 생겼기 때문이다. 한 권한대행을 차출해야 한다던 주장의 배경에는 국민의힘 경선 후보들의 부진한 지지율과 한 권한대행의 ‘보수 성향 헌재 재판관 지명’에 대한 보수 진영의 지지가 있었는데 이 중 한 축이 무너진 것이다. 당내 대선 경선 후보들도 한덕수 차출론 힘 빼기에 나섰다. 경선 국면이 점차 본궤도에 오르고 기존 후보들에 대한 관심이 높아지면 차출론은 더욱 흔들릴 수 있다는 전망이 나온다.● 헌재 결정에 韓 차출론 흔들

한 권한대행이 윤석열 전 대통령 파면 나흘 뒤인 8일 ‘대통령 몫’ 헌재 재판관 후보자 2명으로 이완규 법제처장과 함상훈 서울고법 부장판사를 지명하자 국민의힘 의원들은 물밑에서 의견을 나누던 ‘한덕수 차출론’을 본격적으로 수면 위로 올리기 시작했다. 이번 대선을 ‘체제 전쟁’으로 보고 있는 보수 진영이 한 권한대행의 헌재 재판관 지명을 진영을 지키기 위한 ‘결단’으로 평가했기 때문이다. 한 권한대행 지지층에선 “헌재 구도가 진보 우위로 넘어가는 걸 한 권한대행이 막아내려 했다”는 목소리도 나왔다. 이어진 CNN과의 인터뷰, 도널드 트럼프 미국 대통령과의 통화 등도 한 권한대행의 대선을 염두에 둔 정치 행보라는 해석이 뒤따랐다.

하지만 16일 헌재가 한 권한대행의 지명권 행사에 대한 효력정지 가처분 신청을 전원 일치로 인용하면서 분위기가 흔들리기 시작했다. 일단 국민의힘 권영세 비상대책위원장은 17일 비대위 회의에서 “헌재가 본안 판단에서 올바른 결정을 내려야 한다”고 원론적인 입장을 밝혔지만 당내에선 한 권한대행에게 정치적 타격이 간 상황이라는 진단이 나온다.

특히 한 권한대행 측이 헌재에 낸 의견서에서 “지명한 게 아니라, 장차 공직에 임명하겠다는 의사를 밝힌 후보자 발표였다”고 한 것에 대한 비판이 나왔다. 국민의힘의 한 재선 의원은 “한 권한대행이 헌재 재판관 후보자 2명 지명으로 여기까지 온 건데, 철회하면서 낸 의견서 때문에 쌓아 온 지지 절반은 무너질 것 같다”며 “이제부터는 한 권한대행을 향한 지지가 깎여 나가게 될 것”이라고 했다. 다른 초선 의원은 “차출이든 추대든 명분이 있어야 의원들의 뜻을 모으는데, 헌재 결정으로 정당성 문제가 생겼다”고 했다.

다만 여전히 한덕수 출마론을 주장하는 다른 4선 중진 의원은 “헌재 재판관이 진보 진영에 다 넘어가면 삼권분립이 무너지는데, 나라를 걱정하는 마음에서 헌재 재판관 지명에 나섰다는 걸 국민들이 알게 된 것 아니냐”고 했다. 다른 중진 의원도 “헌재의 평가가 어떻든 한 권한대행이 강단 있게 지명한 모습을 보여준 것”이라고 했다.

한 권한대행에 대한 부정적인 대선 출마 여론 역시 차출론의 걸림돌이 될 수 있다는 전망이 나온다. 엠브레인퍼블릭·케이스탯리서치·코리아리서치·한국리서치가 14∼16일 전국 만 18세 이상 유권자 1001명을 대상으로 진행한 전국지표조사(NBS)에서 한 권한대행의 출마가 ‘바람직하지 않다’(66%)는 답변이 ‘바람직하다’(24%)보다 높았다. 중도층은 ‘바람직하지 않다’가 73%, ‘바람직하다’가 20%였으며 무당층 역시 부정, 긍정이 각각 49%, 23%였다. 국민의힘 지지층에서는 55%가 긍정 의견이었고, 부정은 38%였다.

● 대선 경선 주자들 “韓 출마 안 돼”

경선 후보들은 한 권한대행 차출론 힘 빼기 수위를 끌어올렸다. 한동훈 전 대표는 “경선이라는 중요하고 아주 치열한 절차는 생략하고 그냥 무임 승차할 준비를 밖에서 미리 하고 있는 것”이라고 날을 세웠다. 홍준표 전 대구시장 역시 “한 대행은 탄핵당한 정부의 총리를 했다”며 “이 선거가 ‘탄핵 선거’가 되면 우리가 이길 수 있다고 보느냐”고 출마 자격 자체를 문제 삼았다. 안철수 의원은 “안 나오는 게 맞다”고 했고, 나경원 의원은 “(한 권한대행에게) 가장 중요한 것은 트럼프 정부와의 관세 협상 문제”라고 강조했다.

각 대선 주자 캠프에선 당내 경선이 고조되면 한 권한대행에 대한 관심도 줄어들 것이란 관측이 나온다. 경선 토론회를 거치며 당내 후보 간 관심도와 지지율이 오르면 한 권한대행에 대한 주목도가 줄어들 수밖에 없다는 것. 다만 한 재선 의원은 “최종 후보 경쟁력에 따라 차출설은 언제든지 커질 수 있는 카드”라고 했다.

더불어민주당 역시 헌재 결정을 계기로 한 권한대행에 대한 공세를 강화했다. 민주당 박찬대 당대표 직무대행 겸 원내대표는 이날 정책조정회의에서 한 권한대행을 향해 “헌재 재판관 후보자 지명을 철회하고 위헌 행위를 한 것에 대해 국민께 석고대죄해야 한다”고 했다. 김민석 수석최고위원은 정부서울청사 앞에서 “위헌적 헌재 재판관 지명을 사과하라”며 1인 시위를 했다.

김준일 기자 jikim@donga.com
신나리 기자 journari@donga.com
이상헌 기자 dapaper@donga.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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