베선트 장관은 14일 한국과의 협상 일정을 공개하면서 “보통 가장 먼저 협상을 타결하는 사람이 최고의 합의를 하게 된다. 각 나라가 뭘 들고 왔는지 보고 협상을 시작할 것”이라고 했다. 같은 날 한덕수 대통령 권한대행 국무총리도 “산업통상자원부 장관 중심의 협상단을 구성하고, 이른 시일 안에 방미를 추진해 본격적 협상에 착수할 것”이라고 했다.
최근 트럼프 대통령은 한국 일본 영국 등 동맹국과 협상을 재촉하고 있다. 미국의 ‘안보우산’을 필요로 하는 동맹국의 경우 경제적 득실만 따지는 다른 나라들보다 수월하게 많은 양보를 얻어낼 수 있다는 판단일 것이다. 더욱이 미국이 원하는 건 밝히지 않으면서 각국의 협상안을 받아본 뒤 가부를 결정한다는 ‘고자세’를 취하고 있다.
동맹국 중에서도 한국은 취약한 처지다. 작년 한국 수출의 5분의 1이 미국행이었고, 경제 성장의 95%는 수출에 의지했다. 90일 유예됐지만 한국에 매겨진 25% 상호관세율은 동맹국 가운데 제일 높다. 중국, 유럽연합(EU)처럼 보복관세를 물리거나, 다른 나라와 공동 대응하며 시간을 끌 수 있는 상황도 아니다.그럼에도 한국이 카드를 모두 꺼내 놓고 미국의 ‘선처’만 기대하는 건 현명한 협상전략이 아니다. 방위비 분담 등 안보 현안과 무역·경제 사안을 하나의 패키지에 담을 경우 자칫 미국이 원하는 ‘원스톱 쇼핑’에 판을 깔아주는 일이 될 수 있다. 알래스카 액화천연가스(LNG) 사업 참여도 투자액에 비해 성공 가능성이 낮아 정밀한 검토 없이 섣불리 수락할 일은 아니다.
미국의 물가, 주가, 국채금리가 불안해지자 트럼프 대통령은 스마트폰, 반도체의 관세 부과 시점을 미뤘다. 자동차 부품 관세의 조정 가능성도 내비치는 등 협상 환경은 쉴 새 없이 바뀌고 있다. 한국은 호흡부터 가다듬어야 한다. 조선 협력, 미국산 에너지 구매 확대 등 미국이 간절히 원하고, 한국에도 필요한 것부터 차근차근 풀어가야 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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