한국인에겐 깐깐하게 굴더니…외국인 비자관리는 천하태평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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입력2025.04.15 15:06 수정2025.04.15 15:06

사진=연합뉴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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정부 재외공관이 비자 관리를 허술하게 하는 탓에 불법 체류 외국인들이 관광 비자로 입국하는 등 부작용이 속출하는 것으로 나타났다. 해외 체류 중인 한국인들에겐 불필요한 행정 서류를 요구하는 등의 '갑질'을 한 사례도 지적됐다. 감사원은 이 같은 감사 결과를 외교부 장관, 법무부 장관, 경찰청 등에 통보하고 개선방안을 마련하도록 조치했다.

불법체류, 사증 위조 못 거르는 재외공관

감사원은 15일 이 같은 내용을 담음 '재외공관 운영실태 감사 결과'를 공개했다. 미국 대사관과 미국 LA 총영사관, 말레이시아 대사관, 베트남 다낭 총영사관, 중국 광저우 총영사관 등 전세계 17개 공관이 이번 감사 대상이었으며, 필요한 경우 모든 공관을 대상으로 조사를 실시했다.

감사원이 감사 기간(2024년 5월 27일~6월 28일) 주호치민 총영사관에서 관광비자를 받고 한국에 입국해 불법 체류 중인 베트남인 중 113명을 무작위로 선정해 점검한 결과, 남의 은행 계좌를 제출하고 비자를 받는 등 확인 절차 부실이 드러났다. 외국인이 한국에 입국하기 위해 비자를 신청했을 때 입국규제정보 등을 확인하는 통합사증정보시스템의 설계도 미흡한 탓에 입국규제자 여부를 확인하는 데 어려움을 겪는 것으로 나타났다.

중국인 등의 여권·사증 위변조를 확인하는 바이오정보시스템의 경우 신청인의 바이오정보가 시스템에 제대로 입력되지 않고 있었다. 2023년 한 해에 6700여 건의 신원 불일치 혐의가 검출되는 등 위조 시도가 빈번하다. 그럼에도 외교부는 2024년 6월 현재 총 167개 재외공관에서 4만2431명의 바이오정보를 입력하지 않고 방치하는 것으로 나타났다. 법무부는 여권사진의 상태 불량 등으로 비자신청인 5만4750명의 바이오 정보를 감식하지 못하고도 이를 외교부에 통보하지도 않았다.

이 같은 관리 부실은 공관의 인력 부족 문제 때문으로 파악됐다. 공관별 비자심사 업무량이 크게 차이가 있는데도 인력을 불균형하게 배치한 탓이다. 어떤 공관은 비자 발급 건수가 하루 평균 1건도 안 되고, 어떤 곳은 한명이 하루 최대 500건 이상을 처리하는 것으로 나타났다.

한국인에 대한 '갑질' 여전

해외 체류 중인 한국인이 행정 업무를 할 때 법령에 규정되지 않은 서류 등을 추가로 요구하는 등 재외 공관의 '갑질'도 근절되지 않는 것으로 나타났다. 주일본대사관 등 13개 공관은 출생신고를 할 때 서명으로 할 수 있음에도 반드시 날인 등을 위해 신고인의 도장을 지참하도록 안내하는 것으로 지적됐다. 주베트남대사관 등 일부는 출생신고를 할 때 공증 서류 등을 제출하도록 요구하는 사례도 있었다.

교포들이 현지 기업이나 정부에 제출하기 위해 한국 경찰에 범죄·수사경력 회보 민원을 신청했을 때 경찰청은 대체 수단이 있음에도 일률적으로 기본증명서를 요구하는 등 행정 편의적으로 업무를 처리하는 사례도 지적됐다. 이 같은 서류 요구로 국내에 출생신고를 못해 주민등록번호 뒷자리가 없는 한인교포 3·4세, 19세 미만자 등이 불편을 겪는 것으로 나타났다.

재외공관이 행정정보공동이용시스템을 활용하면 직접 조회할 수 있는 사항에 대해서도 임의로 민원인들에게 서류를 요구하기도 했다. 병역의무자 국외여행(기간연장) 허가신청을 처리할 때 행정망을 활용하지 않고 민원인에게 가족관계증명서 등 서류를 제출 요구하는 것으로 나타났다.

이현일 기자 hiuneal@hankyung.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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