2만대 1 뚫고 스타벅스 커피대사 오른 김윤하 씨
GIST서 반도체 공학 연구하다
커피 맛에 반해 바리스타 전향
죽·누룽지만 먹으며 대회 준비
“이젠 대륙 1등도 도전합니다”
스물두 살에 치즈 베이글과 아메리카노를 처음 맛본 공학도. 커피 맛조차 제대로 알지 못했던 그가 스타벅스를 대표하는 최고의 바리스타로 거듭나 모두를 놀라게 했다. 3번의 도전 끝에 21대 스타벅스 앰배서더가 된 김윤하 씨(33) 얘기다.
최근 서울 중구 스타벅스코리아 본사에서 만난 김씨는 지난해 11월 바리스타 경연대회에서 1등을 차지한 여운이 가시지 않은 듯 보였다. 최종 결선에서 권역매니저 4명이 참가해 라테 아트, 커피 스토리텔링, 커피 지식 테스트 등을 겨룬 끝에 얻은 성취다. 김씨는 “3수 끝에 얻은 결실이라 그 기쁨은 이루 말할 수 없다”며 감격을 전했다.
스타벅스 매장엔 2만명이 넘는 바리스타가 있다. 세이렌 로고가 박힌 초록색 앞치마를 두른 이들이다. 이 중 이론·실기 시험을 거쳐 1만5000여 명의 커피마스터가 탄생한다. 커피마스터 중 다시 160여 명의 지역별 대표가 선발되고, 이 중 12명 정도가 권역별 대표에 오른다. 권역별 대표 중 1인이 다시 경연을 거쳐 커피대사가 된다. 커피대사는 각 나라를 대표해 대륙 대표가 되기 위한 경쟁을 벌이게 된다.
전남 여수에서 태어난 김씨는 광주과학기술원(GIST)에서 반도체 신소재공학을 전공했다. 형광체 개발 회사에서 2년 동안 연구원으로도 근무했다. 이런 그녀가 새로운 길을 걷게 된 것은 2014년 광주에서 처음 스타벅스에 간 것이 계기가 됐다. 커피 맛에 반한 그녀는 주저없이 진로를 바꿔 스타벅스에 입사했다. 이후 신입사원 교육에서 알게 된 커피대사의 ‘블링블링’한 앞치마를 보고 바리스타의 꿈을 키웠다. “앞치마의 무늬가 화려하고 반짝반짝했어요. 저 화려한 앞치마를 두르고 사람들에게 커피 원두에 관해 설명해주고 싶었죠.”
우여곡절도 많았다. 경연에서 결정적인 원두 감별 평가를 위해서 예민한 감각이 필요했다. 원두 감별 평가는 주어진 시간에 3잔의 커피 중 맛이 다른 1잔을 찾는 블라인드 테스트다. 원두에 대한 지식과 섬세한 혀끝이 중요한 시험이다. 그는 대회 전후로 자극 있는 음식을 끊고 죽과 누룽지만 먹었다. 세 번째 대회를 준비할 땐 석 달 전부터 훈련을 시작했다. 좋아했던 마라탕, 떡볶이마저 손절했다.
코로나19 시절 대회를 준비할 땐 독특한 방법으로 감각을 일깨우려 하기도 했다. 코로나에 걸려 후각 능력이 저하된 시기에 김씨는 사라진 미각, 후각을 자극하기 위해 매일 통후추를 코앞에 가져다 대고 자극을 주면서 미후각이 살아나기를 바랐다. 그는 “훈련 이후 후추 향과 비슷한 알싸하거나 스모키한 풍미를 내는 원두는 백발백중으로 맞힐 수 있었다”고 말했다. 그는 이번 대회와 지난 대회의 관능(커피 감별) 평가에서 2년 연속 만점을 받았다.
커피대사는 앞으로 전국 매장에서 열리는 커피 세미나를 주관하고 기획한다. 김씨는 1년간 ‘별다방 클래스’ 150여 회, ‘리저브 클래스’(프리미엄 강좌) 300여 회를 꾸려나간다. 커피 역사와 원두에 대해 소통할 것이라고 했다. 그는 “카페는 사람을 만나고, 업무를 하고, 공부하며 시간을 보내는 곳이면서도 커피와 원두를 깊이 있게 고민하는 곳”이라면서 “카페에서 ‘커알못’(커피를 알지 못하는)이 들려주는 커피 얘기 한번 들어봐 주셨으면 한다”며 미소를 지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