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1906년 프랭클린 윌리엄스 선교사(1883~1962)가 충남 공주에 기독교 사립학교인 영명학교를 세웁니다. 8년 후인 1914년 이 학교에 당시 12세이던 유관순 열사가 입학하지요. 100여 년 전 이 땅에 선교사들이 뿌린 씨앗은 그렇게 대한민국이 독립하고 성장하는 데 지대한 영향을 끼쳤습니다.”(서만철 한국선교유적연구회장)
한국 기독교 140주년을 맞아 한국교회총연합(한교총·대표회장 김종혁 목사) 지도부가 24, 25일 전북 군산, 충남 논산·공주 일대의 기독교 근대 문화유산 탐방에 나섰다. 한국 개신교계는 140년 전인 1895년 4월 아펜젤러 선교사(1858~1902·미국 북감리회)와 언더우드 선교사(1859∼1916·미국 북장로회)가 인천항에 도착한 때부터 한국 선교가 시작된 것으로 보고 있다.
최초의 한국 침례교회인 충남 논산 강경 ‘ㄱ자형 교회(구 강경침례교회)’. 이곳에서 시작된 한국 침례교는 전 세계 4000여 개 교회로 성장했다. 논산=이진구 기자 sys1201@donga.com
1897년 에드워드 폴링(1864~1960) 선교사가 세운 논산 강경읍 ‘ㄱ자형 교회(구 강경침례교회)’는 한국 침례교가 처음 시작된 곳. 당시 강경은 금강을 통해 서해의 수산물과 호남의 쌀 등 곡물, 중국의 물산까지 드나들던 대표적인 포구로 배가 하루 100척 넘게 드나들었다고 한다. 이런 입지 조건으로 강경은 충청지역 선교거점으로 자리 잡았고, 이후 1906년 국내 침례회 최초의 총회가 열리기도 했다.
충남 공주 영명고 내 유관순 열사(오른쪽 ·1902~1920)와 내무부 장관을 지낸 조병옥 박사(가운데·1894~1960), 이 학교 1회 졸업생인 황인식 교장(1899~1966) 흉상. 유관순 열사는 1914년부터 2년간 이 학교를 다녔다. 공주=이진구 기자 sys1201@donga.com
군산 지역 선교는 1895년 봄 윌리엄 전킨(1865~1908)·알렉산드로 드루(1859~1926) 선교사가 초가집 두 채를 구입해 예배와 진료를 시작하면서 출발했다. 1899년 당시 ‘궁멀’이라 불리던 곳에 궁멀교회(현 구암교회)를 세운 전킨 선교사는 이후 멜볼딘여학교, 영명 남학교(현 군산제일중고교), 군산 예수병원 등을 잇달아 설립했다. 군산을 넘어 전북 지역 선교의 뿌리를 내리게 한 전킨 선교사는 이곳에서 세 아들을 풍토병으로 잃었다. 그 자신은 미국에서 소천했지만, 구암교회가 있는 궁멀에 묻어달라는 유언을 남겼다. 한교총 지도부는 이 밖에도 전킨 선교사가 세워 인재 양성의 요람이 된 군산제일고, 6·25전쟁 중 공산당에 의해 66명의 목사와 신자들이 순교한 논산 병촌성결교회, 시인 이상화, 백범 김구, 유관순 열사의 유물과 기록이 보존된 공주기독교 박물관(옛 공주 제일감리교회) 등을 답사하며 선인들의 뜻과 넋을 기렸다.
행사를 주관한 소강석 한국기독교 140주년 기념대회 상임대회장(새에덴교회 담임목사)은 “140년 전 아펜젤러, 언더우드 선교사의 입국으로 시작된 한국 기독교는 우리 사회의 교육, 의료, 독립운동 등 다양한 분야에서 깊은 영향을 미쳤다”라며 “과거를 통해 오늘을 비추는 것은 더 나은 대한민국을 만드는데 초석이 될 것”이라고 말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