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한 대 뽑으시죠'…'삼전닉스' 돈잔치에 수입차 딜러들 신났다 [인더스토리]

6 days ago 8

삼전닉스 반도체 호황에 수입차 판매 쑥
딜러들 임직원 만나기 위해 발벗고 영업
삼전닉스 인근 식당 평균 결제액도 증가
"반도체 호황 지역경제 활성화 효과"

대학 수험생들을 상대로 하는 한 강사가 자신의 인스타그램 계정을 통해

대학 수험생들을 상대로 하는 한 강사가 자신의 인스타그램 계정을 통해 "전자과, 반도체가 이제 미래"라며 이 같은 게시글을 올렸다. 그러면서 SK하이닉스 공장 앞에 슈퍼카들이 빼곡히 줄지어 서 있는 인공지능(AI) 생성 이미지를 올렸다. 사진=인스타그램 캡처.

"올 들어 SK하이닉스 임직원에게 판매한 차량은 작년 같은 기간보다 두 배 늘었어요. 삼성전자도 20% 정도 확대됐구요."

이른바 '셔세권'(셔틀+역세권)에서 근무하는 BMW 딜러사 직원은 지난 24일 기자와 만나 "반도체 초호황의 온기가 수입차에 옮겨붙는 걸 실감하고 있다"며 이 같이 말했다. 셔세권은 기업 셔틀(통근버스) 정류장이 있는 주거지를 뜻하는 신조어지만, 요즘엔 서울 및 경기 남부권(분당·수지·동탄·영통)과 평택·수원·이천 등 삼성전자와 SK하이닉스 캠퍼스를 오가는 셔틀버스 정류장만 콕 집어 부르는 용어가 됐다.

이날 찾은 셔세권 일대 수입차 매장엔 전시 차량을 둘러보는 방문객이 가득했다. 매장 직원은 "손님의 상당수는 두둑한 성과급을 받은 삼성전자와 SK하이닉스 가족"이라며 "몇몇 딜러는 삼성과 하이닉스 사업장 근처나 셔틀버스 정류장에 나가 영업하기도 한다"고 귀띔했다.

반도체 초호황이 셔세권 수입차 딜러에게 안겨준 낙수효과는 수치로도 확인된다. 한국수입자동차협회(KAIDA)에 따르면 성남시 분당구의 올 1분기 수입차 판매량은 전년 동기 대비 17% 증가했다. 삼성전자 사업장을 곁에 둔 화성시 동탄구는 1038대 팔려 경기도 '넘버2'에 올랐다. 삼성전자와 SK하이닉스 직원이 많이 거주하는 용인시 수지구 판매량은 1년 전보다 52%나 뛰었다. SK하이닉스 사업장이 있는 이천시의 증가율은 79.5%에 달한다.

화성시 관계자는 "화성에는 삼성전자에 다니는 부부가 많이 거주하기 때문에 반도체 호황이 오면 소비 규모가 달라진다"며 "올 1분기에 역대급 실적을 거둔 만큼 화성시 살림살이는 물론 식당 등 자영업자의 주머니 사정도 나아질 것"이라고 말했다.

지난해 11월 경기 평택 고덕동 삼성전자 평택캠퍼스 P4부지 모습. 사진= 임형택기자

지난해 11월 경기 평택 고덕동 삼성전자 평택캠퍼스 P4부지 모습. 사진= 임형택기자

지난해 늘어난 삼성전자 평균 급여는 전년 대비 21.5% 수준. 하지만 반도체 부문(디바이스솔루션·DS)만 따로 떼어내면 얘기가 달라진다. 2024년 15%였던 초과이익성과급(OPI) 지급률이 지난해 47%로 확대되면서 성과급으로만 평균 7400만원을 거머쥐었기 때문이다. 기본급을 더한 지난해 평균 실질 수령액은 2억원을 웃돌았을 것이란 추정이 나오는 배경이다. 올해 영업이익은 300조원을 넘을 것으로 예상되는 만큼 성과급 규모는 올해보다 몇 배 커질 가능성이 높다는 관측이 나온다.

SK하이닉스는 지난해 영업이익의 10%를 초과이익분배금(PS) 재원으로 활용하고 기본급 1000% 상한선도 폐지했다. 올초엔 PS 지급률을 2964%로 정했다. 올해 영업이익 250조원을 올리면 25조원을 성과급으로 뿌린다는 얘기다. 전체 임직원(약 3만5000명)으로 나누면 1인당 평균 약 7억원에 이른다. 내년 전망은 더 밝다. 글로벌 투자은행 맥쿼리는 SK하이닉스의 내년 영업이익을 447조원으로 내다봤다. 이렇게 되면 1인당 평균 12억9000만원을 성과급으로 받게 된다.

"하이닉스 임직원은 특별 할인"...'삼전닉스' 지역 경제에도 긍정적

두둑해진 지갑은 지역 상권 활성화로 직결되고 있다. 네이버 지도에 나오는 삼성전자와 SK하이닉스 사업장 인근에 있는 인기 회식 장소의 평균 결제액이 다른 지역의 2배에 이른다는 게 모든 걸 말해준다.

SK하이닉스 이천사업장 인근 한 프랜차이즈 고깃집의 평균 결제액은 저녁 기준 10만~10만5000원으로 다른 지역에 있는 같은 프랜차이즈 식당의 평균 결제액(5만~6만원)의 두 배에 달했다. 삼성전자 평택캠퍼스 앞 한 프랜차이즈 고깃집의 저녁 시간 평균 결제액도 8만~8만5000원으로, 같은 시간대 서울 종로 매장(5만5000~6만원)을 압도했다.

삼성전자와 SK하이닉스가 증설에 나선 것도 이들 기업을 품은 지역에는 중장기적으로 호재다. 충북 청주 테크노폴리스 산업단지 인근 식당 사장은 SK하이닉스가 인공지능(AI) 메모리용 첨단 패키징 팹을 짓는다는 소식에 "유동 인구가 늘어나는 것보다 더 큰 호재는 없다"고 했다.

이준영 상명대 경제금융학부 교수(한국소비문화학회장)는 "성과급은 계획한 가계살림에 추가적으로 더해지는 '보너스 수입'인 만큼 예상을 뛰어넘는 성과급은 소비로 이어지는 사례가 많다"며 "삼성전자와 SK하이닉스 임직원의 두둑한 성과급이 지역 상권에 고루 뿌려질 가능성이 크다"고 설명했다.

'인더스토리(industry+story)'는 격변하는 산업 현장의 생생한 이야기 안에서(in the story) 의미와 재미를 쏙쏙 골라 풀어냅니다. 테크부터 제조업까지, 일견 딱딱하고 나와 관계 없는 얘기 같지만 실은 흥미진진하고 우리 삶과 밀접한 이야기를 다룹니다.

최수진 한경닷컴 기자 naive@hankyung.com
김대영 한경닷컴 기자 kdy@hankyung.com
홍민성 한경닷컴 기자 mshong@hankyung.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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