한미약품이 차세대 비만약 시장에서 새로운 가능성을 입증했다. 비만 관련 세 가지 단백질에 동시 작용하는 ‘HM15275’로 한 달 만에 체중이 최대 10%가량 줄어드는 효과를 확인한 것으로 알려졌다.
16일 업계에 따르면 한미약품은 오는 20~23일 미국 시카고에서 열리는 미국당뇨병학회(ADA)에서 글루카곤유사펩타이드(GLP)-1계열 삼중작용제 HM15275와 또 다른 비만 신약 후보물질 ‘HM17321’의 연구 결과를 공개한다.
HM15275의 사람 대상 1상시험 데이터는 이번 학회에서 처음 공개된다. 의료계 등에 따르면 비만 환자에게 이 약을 주 1회씩 네 번 투여한 29일 차에 위약 대비 평균 5%가량의 체중 감소 효과가 나타난 것으로 알려졌다. 일부 임상 참가자는 체중이 10%가량 줄었다. 이번 임상시험의 구체적인 데이터는 20일 ADA 2025를 통해 공개된다.
비만약 시장 선두 주자인 노보노디스크 ‘위고비’와 일라이릴리 ‘마운자로’의 4주차 감량률은 2% 정도다. HM15275는 GLP-1과 위억제펩타이드(GIP), 글루카곤(GCG) 등에 작용하는 삼중작용제다. 업계는 기존 비만약보다 체중 감량 효과 등을 높일 수 있을 것으로 기대해 왔다. 위고비는 GLP-1에만 작용하는 단일작용제, 마운자로는 GLP-1·GIP 이중작용제다.
HM15275의 임상 1상시험은 건강한 성인과 비만 환자 74명을 대상으로 이뤄졌다. 약물을 투여한 뒤 심각한 이상 반응은 없었다. 1상을 통해 안전성 등을 확보했기 때문에 올해 하반기 2상시험에 들어갈 수 있을 것으로 업체 측은 내다봤다.
이번 학회에선 한미약품의 또 다른 비만신약 후보물질 HM17321의 후속 연구 결과도 공개된다. 기존 비만약과는 다른 단백질(CRF2)을 표적으로 삼는 UCN2 유사체다. 지방을 선택적으로 줄이고 근육은 늘리도록 설계됐다. 한미약품이 개발 단계 물질을 공개한 뒤 글로벌 기업 등의 러브콜이 잇따랐던 이유다. 올해 하반기 임상 1상에 진입하는 게 목표다.
이지현 기자 bluesky@hankyung.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