피카소만 12점 … 20세기 시각혁명을 만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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피카소만 12점 … 20세기 시각혁명을 만난다

입력 : 2026.05.19 17:27

퐁피두센터 한화 개관전
브라크·피카비아 등 112점
항공기 6대로 '특급 공수'
원근법 파괴·복수 시점으로
추상·개념미술 발판 만들어

파블로 피카소 '여인의 흉상'. 큐비즘의 시작을 알린 피카소의 '아비뇽의 처녀들'과 비슷한 시기인 1907년 제작됐으며 얼굴 표현이 유사하다.  퐁피두센터

파블로 피카소 '여인의 흉상'. 큐비즘의 시작을 알린 피카소의 '아비뇽의 처녀들'과 비슷한 시기인 1907년 제작됐으며 얼굴 표현이 유사하다. 퐁피두센터

20세기 예술의 판도를 바꾼 큐비즘(cubism·입체파)의 거장들이 한국에 상륙했다. 다음달 4일 개관하는 퐁피두센터 한화의 첫 전시 '큐비스트: 시각의 혁신가들'을 위해 파리 퐁피두센터 소장품 중 파블로 피카소, 조르주 브라크, 프랑시스 피카비아 등 54명의 원화 112점이 항공기 6대로 국내에 도착했다. 이 작품들의 총보험가액은 1조5000억원 안팎으로 알려졌다. 특히 피카소 작품만 12점이 왔다.

큐비즘의 기원은 아프리카 부족 미술과 폴 세잔의 철학으로 거슬러 올라간다. 1907년 파리 트로카데로 민족지학박물관을 방문한 피카소는 아프리카 가면을 코와 눈을 삼각형, 사각형 같은 도형으로 과감하게 단순화한 방식에 충격을 받았다. 앞서 폴 세잔은 "자연의 모든 것은 구, 원뿔, 원기둥으로 이뤄져 있다"고 밝혔다. 결국 이러한 영향은 큐비즘의 시작을 알린 피카소의 걸작 '아비뇽의 처녀들'로 결실을 맺었고 동료 조르주 브라크에 영향을 끼쳤다. 1908년 브라크의 그림은 평단으로부터 "기하학적 도식, 즉 큐브(cube)로 환원됐다"는 비판을 받았다. 큐비즘이라는 용어의 역사적 출발이었다. 큐비즘은 회화를 3차원 공간처럼 보이게 하는 전통적인 원근법을 부정했다. 대상을 바라보는 하나의 고정된 시점 대신에 복수의 시점을 한 화면에 구현해 회화의 본질을 찾고자 했다. 볼륨을 체계적으로 해체하고, 눈에 보이는 시점이 아닌 인식하는 시점을 그리는 혁신은 이후 추상미술과 개념미술로 나아가는 발판이 됐다.

전시를 위해 내한한 로랑 르본 퐁피두센터 관장은 19일 언론 간담회에서 "퐁피두센터는 입체파 최고의 소장품으로 인정받고 있다"며 "입체파가 파리에서 탄생해 전개·확장된 20세기 최초의 아방가르드 운동이기 때문"이라고 강조했다.

전시의 백미는 피카소로 귀결된다. 제일 먼저 마주하는 그림도 피카소의 '여인의 흉상'이다. '아비뇽의 처녀들'과 비슷한 시기인 1907년 작품으로 아프리카 가면에서 영감을 받은 흔적이 역력하다. 또 '아비뇽의 처녀들'에 나오는 맨 오른쪽 인물과 얼굴이 유사하다. 전시는 총 9개 섹션으로 구성된다. 세잔의 영향 아래 시작된 초기 실험에서 출발해 형태 해체가 본격화된 분석적 큐비즘, 살롱 전시를 통해 대중과 만났던 살롱 큐비즘, 색채와 리듬에 초점을 맞춘 오르픽 큐비즘, 콜라주를 본격 끌어들인 종합적 큐비즘, 파리를 넘어 유럽으로 확산된 큐비즘으로 이어진다.

시기적으로 1907년부터 1927년까지를 보여준다. 피카소뿐 아니라 큐비즘 공동 창시자이자 화면에 악기를 자주 등장시켰던 조르주 브라크, 현대의 기계 문명과 도시 노동자의 삶을 표현한 페르낭 레제, 강렬하고 화려한 색채를 적극적으로 도입한 프랑시스 피카비아 등 한국에서 보기 어려웠던 큐비스트들의 다양한 면모를 비교·확인할 수 있다. 티켓 가격은 2만8000원. 전시는 6월 4일 개막해 10월 4일까지.

[이향휘 선임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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