피카소, 고흐, 모네, 앤디 워홀…서양거장 명작의 만찬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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세종미술관 ‘모네에서 앤디 워홀까지’ 전시
남아공 국립미술관 소장 89명 거장의 143개 작품
폴 시냑 ‘라 로셀’ 로세티 ‘레지나 코르디움’ 인기

클로드 모네의 ‘봄’. 당시 작품은 주목받지 못했고 모네는 끼니를 잇기가 어려웠지만 이후 뉴욕에서 큰 성공을 거둔다. Claude Monet, The spring, 1875, 0l on canvas, Johannesturg Art Calery.

클로드 모네의 ‘봄’. 당시 작품은 주목받지 못했고 모네는 끼니를 잇기가 어려웠지만 이후 뉴욕에서 큰 성공을 거둔다. Claude Monet, The spring, 1875, 0l on canvas, Johannesturg Art Calery.

단테 가브리엘 로세티의 ‘레지나 코르디움. 모델인 엘리자베스 시달은 로세티와 결혼 후 1년 만에 세상을 떠 났다.  Dante Gabriel Rosset, Regina Coraium, 1860 o on panel, Johamesburg Art Calery.

단테 가브리엘 로세티의 ‘레지나 코르디움. 모델인 엘리자베스 시달은 로세티와 결혼 후 1년 만에 세상을 떠 났다. Dante Gabriel Rosset, Regina Coraium, 1860 o on panel, Johamesburg Art Calery.

외젠 부댕의 ‘트루빌 항구. 모네의 스승인 부댕은 빠른 색채 터치로 바다 풍경을 그렸다. Eugene Louis Boudin, Trouville Port, 1893, Ol on canvas, Johannesburg Art Gallery

외젠 부댕의 ‘트루빌 항구. 모네의 스승인 부댕은 빠른 색채 터치로 바다 풍경을 그렸다. Eugene Louis Boudin, Trouville Port, 1893, Ol on canvas, Johannesburg Art Gallery

폴 시냑의 ‘라 로셀’은 넓은 붓터치로 맑게 그려 볼 때마다 새로운 느낌을 준다. Paul Signac, La Rochelle, 1912, Oil on canvas. Johannesburg Art Gallery.

폴 시냑의 ‘라 로셀’은 넓은 붓터치로 맑게 그려 볼 때마다 새로운 느낌을 준다. Paul Signac, La Rochelle, 1912, Oil on canvas. Johannesburg Art Gallery.
눈처럼 하얗게 만개한 꽃들, 초록빛 가득한 언덕과 나무, 푸른 하늘을 풍성하게 채운 구름. 기분 좋은 화사함을 선사하는 클로드 모네의 ‘봄’이다. 넓은 붓터치로 바다와 하늘, 돛단배와 성을 맑게 담은 폴 시냑의 ‘라 로셀’은 단번에 마음을 사로잡는다. 한참 동안 보게 된다. 금박 배경에 팬지 한 송이를 든 붉은 머리카락의 창백한 여인. 단테 가브리엘 로세티의 ‘레지나 코르디움’이다. 라파엘전파 작가들의 모델로 유명한 엘리자베스 시달로, 로세티와 파란만장한 연애 끝에 결혼했지만 오래지 않아 세상을 떠났다. 로세티는 그녀가 눈을 감기 1년 전인 결혼한 직후 이 그림을 그렸다.

‘봄’을 돋보이게 전시한 ‘모네존’. 가우디움어소시에이츠 제공

‘봄’을 돋보이게 전시한 ‘모네존’. 가우디움어소시에이츠 제공
서울 종로구 세종문화회관 세종미술관에서 열리고 있는 전시 ‘모네에서 앤디 워홀까지’는 거장들의 면면을 확인할 수 있는 명작을 한자리에서 만날 수 있다. 모네, 빈센트 반 고흐, 폴 세잔, 파블로 피카소, 앤디 워홀 등 89명의 작품 143점을 통해 400년에 걸친 서양미술사의 흐름을 짚어낸다.

>> 네덜란드 황금기, 인상주의…9개 주제

요하네스버그 아트 갤러리(JAG)를 설립한 필립스 부부의 초상화가 있는 ‘필립스부부존’. 가우디움어소시에이츠 제공

요하네스버그 아트 갤러리(JAG)를 설립한 필립스 부부의 초상화가 있는 ‘필립스부부존’. 가우디움어소시에이츠 제공
이번 전시는 남아프리카공화국 국립미술관인 요하네스버그 아트 갤러리(JAG)가 소장한 작품으로 구성됐다. 앞서 열린 경주, 부산, 제주 전시에는 20만 명이 관람했다. 서울에서 올해 5월 16일 개막한 후 열흘 만에 관람객 2만 명을 돌파할 정도로 관심이 뜨겁다. JAG는 17세기 네덜란드 황금기 작품을 비롯해 18, 19세기 영국과 유럽 미술 거장들의 작품, 현대미술작품에 이르기까지 3만 점이 넘는 작품을 보유하고 있다. JAG는 ‘아프리카의 빅토리아 앨버트 미술관’을 꿈꾸던 플로렌스 필립스(1863∼1940)의 노력으로 설립됐다. 필립스 부부를 비롯해 남아공 부호들의 기부와 후원으로 소장품을 확대해 나갔다.

안토니오 만치니가 그린 ‘필립스 부인’. Antonio Mancini, Lady Phillips, 1909, oil on canvas, Johannesburg Art Gallery.

안토니오 만치니가 그린 ‘필립스 부인’. Antonio Mancini, Lady Phillips, 1909, oil on canvas, Johannesburg Art Gallery.
전시는 △17세기 네덜란드 황금기 △빅토리아 시대 영국 미술 △인상주의 이전 △인상주의 △인상주의 이후 △20세기 초반 아방가르드 △20세기 컨템포러리 △20세기부터 오늘날까지 남아프리카공화국 예술 △필립스 부부까지 총 9개 주제로 구성했다.
‘필립스 부인’으로 불린 플로렌스 필립스는 유럽 미술품을 20세기 초반 남아프리카로 들여와 요하네스버그를 문화와 예술의 중심지로 만들기 위해 애썼다. 금광과 다이아몬드 광산을 소유한 리오넬 필립스는 아내의 예술 작품 수집을 적극 지원했다. 전시장에 들어서면 가장 먼저 리오넬 필립스, 필립스 부인, 그리고 필립스 부인에게 조언해 인상파 작품으로 컬렉션을 확장하게 한 아일랜드 출신 수집가 휴 레인의 초상화를 볼 수 있다. 리오넬 필립스는 지오반니 볼디니가, 필립스 부인과 휴 레인은 안토니오 만치니가 각각 그렸다. 원화로 두 작가의 작품을 만나긴 힘들다.

다니엘 세이거스의 ‘꽃병에 꽂힌 꽃’Daniel Seghers, Flower in a vase, pre-1661, oil on oak panel, Johannesburg Art Gallery.

다니엘 세이거스의 ‘꽃병에 꽂힌 꽃’Daniel Seghers, Flower in a vase, pre-1661, oil on oak panel, Johannesburg Art Gallery.

알프레스 시슬리의 ‘브뇌 강가’. Alfred Sisley, Riverside at Veneux, 1881, oil on canvas, Johannesburg Art Gallery.

알프레스 시슬리의 ‘브뇌 강가’. Alfred Sisley, Riverside at Veneux, 1881, oil on canvas, Johannesburg Art Gallery.
꽃 그림으로 이름을 떨친 다니엘 세이거스의 ‘꽃병에 꽂힌 꽃’에는 줄무늬 튤립이 눈길을 끈다. 벨기에에서 태어나 네덜란드에 정착했던 그는 네덜란드를 상징하는 꽃인 튤립을 담아냈다. 튤립 중에서도 줄무늬 튤립은 특히 가격이 비쌌다.

조지프 말로드 월리엄 터너의 수채화 ‘안더나흐의 해머스타인’. Joseph Mallord William Turner, Hammerstein below Andernach, 1817, watercolor, Johannesburg Art Gallery.

조지프 말로드 월리엄 터너의 수채화 ‘안더나흐의 해머스타인’. Joseph Mallord William Turner, Hammerstein below Andernach, 1817, watercolor, Johannesburg Art Gallery.
‘영국 근대 화가의 아버지’로 불리는 조지프 말로드 월리엄 터너의 수채화 ‘안더나흐의 해머스타인’도 만날 수 있다. 심성아 도슨트는 “많은 관객들이 색상이 화려하고 돋보이는 유화를 좋아하는데, 종이에 그린 수채화는 작품을 옮길 때 더욱 세심하게 주의를 기울여야 하기에 수채화도 눈여겨보길 권한다”고 말했다. 윌리엄 터너의 초상화는 20파운드짜리 지폐에 사용될 정도로 그가 영국 미술계에서 차지하는 위상은 절대적이다. 그의 다른 작품 ‘성 아래의 목초지’는 멀리 보이는 성과 한가롭게 풀을 뜯는 소, 피리 부는 목동을 원근감 있게 담아냈다. 왕립 아카데미에서 원근법 강의를 한 그의 실력이 드러난다.

존 에버렛 밀레이의 ‘한 땀! 한땀!’ 등이 있는 ‘영국존’.가우디움어소시에이츠 제공

존 에버렛 밀레이의 ‘한 땀! 한땀!’ 등이 있는 ‘영국존’.가우디움어소시에이츠 제공
‘오필리아’로 유명한 존 에버렛 밀레이가 바느질하는 여성을 그림 ‘한 땀! 한 땀!’과 두 소녀를 담은 ‘뻐꾹!’도 있다. ( ‘레지나 코르디움’의 모델 엘리자베스 시달은 ‘오필리아’의 모델이기도 하다) 밀레이는 라파엘전파의 창립 멤버이자 이 운동의 대표주자였지만 점점 거리를 두기 시작했고 동료들이 지지했던 스타일과는 다른 방향으로 전환했다. 심 도슨트는 “일상 속 장면을 우아하고 유려하게 그린 초상화는 당시 대중에게 인기를 끌었지만 다른 작가들로부터 상업적인 그림 양식에 무릎을 꿇었다는 비판을 받기도 했다”고 말했다. >> 밀레, 드가, 로댕…눈이 즐겁다

장 프랑수아 밀레가 종이에 목탄으로 그린 ‘농군’은 농민의 삶을 작품에 담아내는데 심혈을 기울였던 그의 노력을 확인할 수 있다. 네덜란드의 ‘밀레’로 불리는 요제프 이스라엘이 그린 ‘목가’는 너른 벌판이 펼쳐진 가운데 나무 옆을 걸어가는 남성과 여성 농민의 모습이 소박하고 평화로운 분위기를 자아낸다.

모네의 스승인 외젠 부댕의 작품도 놓쳐선 안 된다. 튜브 물감이 발명되면서 화가들은 실내를 벗어나 야외에서 그림을 그릴 수 있게 됐다. 부댕은 풍경을 야외에서 그리기 시작한 작가 중 한 명으로, 바다 풍경을 많이 그린 것으로 유명하다. ‘아르장퇴유의 보트들’, ‘트루빌 항구’, ‘트루빌 부두’는 캔버스의 절반 이상을 하늘로 채우고 구름의 움직임을 빠른 터치로 사실적이면서도 속도감 있게 담아냈다. 시원하고 탁 트인 느낌을 준다.

에드가 드가의 ‘두 명의 무희들’.(왼쪽 사진) 왼쪽에 있는 발레리나의 일부를 일부러 그리지 않아 더 넓은 배경을 상상하게 한다. Edgar Degas, Two dancers, 1898, pastel on paper, Johannesburg Art Gallery.

에드가 드가의 ‘두 명의 무희들’.(왼쪽 사진) 왼쪽에 있는 발레리나의 일부를 일부러 그리지 않아 더 넓은 배경을 상상하게 한다. Edgar Degas, Two dancers, 1898, pastel on paper, Johannesburg Art Gallery.
에드가 드가는 ‘두 명의 무희들’에서 왼쪽에 있는 발레리나의 일부를 일부러 그리지 않았다. 그림에서 보이는 것보다 더 넓은 배경을 상상하게 만든 것. 폴 세잔의 석판화 ‘목욕하는 사람들’은 그에게 중요한 주제인 생트 빅투아르산과 목욕하는 사람들을 결합한 작품이다.

고흐가 종이에 목탄으로 그린 ‘늙은 남자의 초상’도 눈여겨 볼 작품이다. 고흐는 짧은 시간에 즉흥성을 살릴 수 있는 흑백 드로잉을 중시했다. 드로잉을 작품 제작의 근본적인 부분으로 여겨 에너지를 쏟았다.

브론즈 ‘이브’가 있는 ‘로댕존’.  가우디움어소시에이츠 제공

브론즈 ‘이브’가 있는 ‘로댕존’. 가우디움어소시에이츠 제공
오귀스트 로댕의 브론즈 ‘이브’도 눈길을 끈다. 360도에서 이브를 온전히 감상할 수 있다. 로댕의 드로잉 ‘누드 연구’도 있다. 로댕은 조각가로 유명하지만 드로잉을 단순히 조각을 위한 준비 스케치가 아니라 그 자체로 작품이라 생각해 열정을 쏟았다. 심장을 움켜쥔 여성과 남성을 그린 에두아르 뭉크의 드로잉 ‘두 인물’은 뭉크의 심리 상태가 그대로 전해져 오는 듯하다. 미소 짓고 있는 여성과 달리 우울한 표정을 한 남성은 불안한 뭉크의 내면을 드러내는 것 같다. 어머니와 누나, 남동생을 폐결핵으로 잃고 자신도 죽음의 고비를 넘기면서 뭉크가 겪은 고뇌와 공포, 우울을 직관적으로 느끼게 한다.

인상파 화가 카미유 피사로의 아들 루시엔 피사로가 그린 ‘아침 햇살’은 청명한 기운을 머금었다. 피에르 보나르의 ‘봄의 일몰’은 부드러운 스타일과 시적이고 분위기 있는 인상주의 양식을 활용하되 형태를 단순화하고 강렬한 색상을 사용해 추상화 경향을 예고하고 있다는 평가를 받는다.

>> 거장 기교 돋보이는 판화도

앙리 툴루즈 로트렉의 석판화 ‘코르셋을 입은 여자’, ‘빗질을 하는 여자’도 시선을 붙잡는다. 모델과 발레리나, 거리의 여성과 가까이 지내며 그들의 내밀한 일상을 따뜻한 시선으로 묘사한 로트렉의 작품 세계를 확인할 수 있다.

‘어릿광대의 두상Ⅱ’ 등으로 구성된 ‘피카소존’. 가우디움어소시에이츠 제공

‘어릿광대의 두상Ⅱ’ 등으로 구성된 ‘피카소존’. 가우디움어소시에이츠 제공
피카소의 석판화 ‘목걸이를 한 여인’, ‘모던 스타일의 흉상’은 단순하면서도 천진한 느낌을 준다. 파스텔로 그린 ‘어릿광대의 두상Ⅱ’에서는 순수함과 자유로움이 느껴진다. 피카소는 평생을 어린 아이처럼 그리기 위해 노력했다고 말했다. 정교한 묘사가 돋보이는 앙리 마티스의 석판화 ‘꽃과 여인’, ‘앉아 있는 여인’, ‘거울 속의 댄서’도 만날 수 있다.

프란시스 베이컨의 ‘남자의 초상에 관한 연구’는 고통과 긴장감을 고조시킨다. 로이 리히텐슈타인의 ‘크랙!’, ‘금발’은 만화 스타일을 차용한 특유의 작품 세계를 확인할 수 있다. 자기만의 개성을 지닌 작품에 대해 고민하던 로이 리히텐슈타인은 만화책에 빠진 아들을 보며 영감을 얻었다고 한다. 요셉 보이스에 대한 경의를 담아 앤디 워홀이 작업한 ‘요셉 보이스’도 관람객들이 오래 감상하는 작품이다.

남아공의 유명 작가 이르마 스턴의 ‘국화’, ‘녹색 사과들’도 있다. 제라드 세코토의 ‘오렌지와 소녀’는 인종 차별이 심했던 남아공에서 JAG가 처음 소장한 흑인 미술가의 작품이다.

전시 총괄 큐레이터를 맡은 이탈리아 출신 미술사학자·평론가인 시모나 바르톨로나는 “피카소와 로트렉 등은 유화 뿐 아니라 판화에서도 매우 훌륭한 작품을 남겼다. 작가들 개개인의 기교가 판화에서도 잘 드러나기에 판화도 자세히 감상하면 전시가 더 흥미로울 것이다”라고 말했다.

전시장은 유명 미술관의 공간을 모티브로 구성해 주제별로 각각 다른 느낌을 준다. 전시는 8월 31일까지 열린다. 전시 기간 중 휴관일은 없다. 관람 시간은 오전 10시∼오후 7시로, 입장 마감은 오후 6시다. 무료 오디오 가이드를 이용할 수 있다. 평일에 하루 3회(오전 11시, 오후 2시, 오후 4시) 김찬용 심성아 등 스타 도슨트가 직접 설명하는 도슨트 프로그램도 무료로 운영한다. 예약하지 않아도 되며 시작 시간에 맞춰 가면 전시장에서 바로 들을 수 있다. 어린이 미술 교육 프로그램과 전시 연계 특강도 진행한다. 성인 2만 원. 청소년 1만6000원. 유아동 1만2000원.

손효림 기자 aryssong@donga.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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