요식업체 한국피자헛, 전자상거래업체 티몬과 위메프, 대형마트업체 홈플러스, 명품 플랫폼 발란, 모두 우리에게 익숙한 업체인데, 회생절차에 들어갔다. 가상자산 예치 서비스업체 하루인베스트의 관계회사 하루매지니먼트, 전두환 씨 장남 전재국 씨가 세운 북플러스는 파산절차에 들어갔다. 패밀리 레스토랑의 대명사였던 티지아이 프라이데이스(TGI Fridays)도 미국에서 우리나라의 회생절차에 해당하는 절차에 들어갔다. 모두 최근에 일어난 일이다.
상황이 이러니 회생절차, 파산절차에 관한 사회적 관심이 높아졌다. 기업은 기업대로, 일반인은 일반인대로 관심의 이유가 다를 뿐이지 관심이 높아진 것은 사실이다. 이러한 절차에 관하여 우리 법무법인에 문의를 하고 상담을 요청하는 건이 늘어난 것을 보면 관심의 정도를 바로 알 수 있다.
그런데 관심은 관심이고, ‘회생절차’, ‘파산절차’, ‘도산절차’ 등의 용어는 듣는 이에게 어감 자체로 좋은 느낌을 주지는 않는다. 모두 경제적 파탄에 직면한 회사 또는 사람을 구제하고 관련 이해관계를 조정하기 위한 법적 제도인데도, 그 회사 또는 사람이 경제적 파탄에 직면하였다는 사실이 좀 더 주목받기 때문이다. 그렇지만 중요한 제도이니 알고 있어서 나쁠 게 없다.
기업 생존의 3가지 길
회생절차, 파산절차에 관한 칼럼을 처음 시작하는 것이니, 여기서 굵은 줄기부터 설명해야겠다. 채무자 회생 및 파산에 관한 법률(‘채무자회생법’이라고 많이 부른다)에 규정된 회생절차와 파산절차를 통틀어 도산절차라고 한다. 이와 비슷한 제도로는 자율협약, 기업구조조정 촉진법에 기한 워크아웃이 있다.
먼저 자율협약은 말 그대로 채권자와 채무자 사이의 자율적인 합의에 따른 방식이다. 이러한 방식은 모든 채권자와의 채무조정 합의가 가능하거나 소수 채권자(주로 금융기관)와의 합의에 의한 일부 채무조정만으로 재정적 어려움을 극복할 수 있는 경우에 적합하다.
다음으로 기업구조조정 촉진법에 기한 워크아웃이 있다. 기업구조조정 촉진법은 2005년을 기한으로 2001년에 제정된 한시법으로 시작했으나, 그 후 거의 같은 내용으로 반복해 한시법으로 제정되며 현재에 이르고 있다.
이 워크아웃 절차는 주채권은행이 주도하는 것이어서, 주채권은행이 워크아웃에 호의적인 경우에 가능하다. 그리고 금융채권자들의 다수결(금융채권액 3/4)에 의하여 금융채권(채권금융기관의 채권을 포함한 모든 신용공여 채권)에 대한 채무조정을 하는 것이므로, 금융채권 채무조정만으로 재정적 어려움을 극복할 수 있는 경우에 적합하다.
회생절차는 재기, 파산절차는 청산
도산절차에 속하는 회생절차와 파산절차 사이에도 차이가 있다. 회생절차는 경제적 파탄에 직면한 채무자에 대한 채권자, 주주 등의 이해관계를 조정하고 채무자가 사업이나 일을 계속함으로써 재기할 수 있도록 하는 제도다. 회생절차에는 일반회생절차와 개인회생절차가 있는데, 두 절차는 별개의 절차다.
파산절차는 회생이 어려울 정도로 경제적 파탄에 직면한 채무자의 재산을 모두 처분하여 환가한 후 그 돈을 채권자에게 공평하게 분배하는 제도다. 파산절차에는 개인파산절차도 포함되지만, 회생절차와 달리 개인파산절차도 파산절차라는 동일한 절차의 테두리에서 진행된다.
채무자가 위와 같은 제도 중 어느 걸 이용할지는 채무자와 그 산업분야가 처한 경제적 상황, 사회 상황 등의 사정을 고려하여 적절히 선택할 수밖에 없다.
전문가도 헷갈리는 도전절차
여기까지가 굵은 줄기다. 그런데 독자들은 알 것 같기도, 모를 것 같기도 할 듯하다. 세부적으로 들어가면 복잡한 법률용어가 난무하는 데다가 회생절차와 파산절차에서 비슷한 의미인데 용어만 다른 경우도 있다. 도산절차에 관심이 있는 사람들을 상대로 강연을 해봐도 어려워서 잘 못 알아듣겠다는 반응이 많다. 더 이상의 설명은 독자들의 짜증만 부채질할 뿐일 것 같으니 그만 그치겠다.
다음 컬럼부터는 위에서 설명한 것들의 심화학습이라고 보면 된다. 그런데 걱정이 앞선다. 법조인조차도 잘 알지 못하는 도산절차에 관해서 심화학습을 하면 과연 독자들이 읽어볼까 하는 염려 때문이다. 되도록 단순화하여 쉽게 설명하려 노력하겠지만 노력한다고 하여 아주 쉬워지는 건 아니니 독자들의 작은 각오가 필요하다.
김동규 법무법인 세종 변호사 I 서울대 법과대학을 졸업하고 제39회 사법시험에 합격한 후, 공익법무관을 거쳐 부산지방법원 동부지원 판사로 임관하였다. 서울중앙지방법원, 서울고등법원 판사를 역임하고, 대법원 재판연구관, 서울회생법원 부장판사, 서울남부지방법원 부장판사를 거쳐 2024년 세종에 합류하였다. 특히, 수원지방법원 파산부 부장판사 재직 시절, ARS 프로그램과 기업구조조정촉진법(기촉법)에 따른 워크아웃을 처음으로 함께 적용한 사건을 처리하며 주목을 받았고, 서울회생법원 부장판사로 재직하면서 굵직한 회생·파산 사건들을 다수 담당하는 한편, 회생사건실무(상, 하) 제6판을 공동집필하는 등 도산 분야의 최고 전문가로 알려져 있다. 현재 회생·파산, 워크아웃 업무 및 관련 분쟁, 형사소송 등을 주로 담당하고 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