시인의 사랑 담은 ‘랭보’
영화 소재 ‘홀리 이노센트’
낭만·퇴폐 도시 파리서 펼쳐
예술가에게 프랑스 파리는 특별한 무언가가 있다. 물론 파리가 낭만적이기만 한 곳은 아니고 때론 퇴폐·위선·병약적이기도 하다. 서울 대학로 소극장에서 프랑스 파리를 배경으로 한 뮤지컬 ‘랭보’와 ‘홀리 이노센트’가 성황리에 공연 중이다. ‘랭보’는 시를 중심으로, ‘홀리 이노센트’는 영화를 중심으로 이야기가 전개된다.
네 번째 시즌인 창작 뮤지컬 ‘랭보’는 프랑스 상징주의 대표 시인 랭보와 당대 시인의 왕이라 불렸던 베를렌느의 실제 이야기를 그렸다. 1871년 랭보는 파리 문단의 유명 인사였던 폴 베를렌느에게 몇 편의 시를 보냈고 베를렌느는 랭보의 시에 매료돼 그를 파리로 초대한다. 두 사람은 영혼의 동반자가 되었지만 가치관의 차이와 경제적인 문제로 잦은 충돌을 겪는다.
두 거장의 시가 뮤지컬 넘버로 재탄생했다. 랭보와 베를렌느의 시가 각 10편 정도 등장한다. 베를렌느의 시 ‘하얀 달’이 “아, 꿈을 꿔야 할 시간/별들이 달빛에 젖어/드넓고 따뜻한 고요가 창공을 뒤덮는/아름답고 찬란한 순간”이라고 노래 불러진다. 시와 뮤지컬은 상호보완적인 장르다. 시는 뮤지컬의 대사가 되어주고, 뮤지컬은 시의 음악이 되어준다. 여기에 방탕한 시인 랭보와 미쳐가는 시인 베를렌느까지 등장하면 극적인 뮤지컬에 딱 맞는다.
자유연애를 상징하는 파리에서 두 거장은 파격적인 사랑을 나눈다. 랭보는 불과 17세로 미성년자였고 베를렌느는 그보다 10살 연상으로 막 신혼 생활을 시작한 참이었다. 둘은 동성애 성향이 드러나며 불륜 관계로 발전, 결국 그의 가정을 파탄내고 만다.
뮤지컬 ‘랭보’의 무대장치는 19세기 유럽 분위기로 고풍스럽다. 무대는 갈지자로 된 계단식 길로 표현됐다. 배우들이 그 길을 뛰어다니며 몸을 아끼지 않고 길 위에 넘어지고 구른다. 무대 뒤 큰 스크린은 오직 색깔만 표현하는데 작품 전체 분위기를 만든다. 파스텔 계통의 푸른 하늘과 바다, 붉은 노을을 표현한다. 눈 감은 랭보가 붉은 노을 속 파이프 담배를 피는 모습은 액자 속 그림같다. 오는 8일까지 서울 대학로 예스24스테이지.
초연인 창작 뮤지컬 ‘홀리 이노센트’는 1968년 프랑스 파리에서 일어난 68혁명이라는 혼란스러운 시기 불완전한 세 명의 젊은이 이야기다. 매일 시네마테크 프랑세즈 영화관을 찾는 미국인 유학생 매튜는 자신과 마찬가지로 영화를 사랑하며 자유분방하고 매력적인 쌍둥이 남매 테오와 이사벨을 동경한다.
주요 소재는 영화인데 매튜는 “누군가는 말했다. 프랑스어는 영화의 언어라고. 그게 내가 미국을 떠나 프랑스로 유학을 온 이유였다”고 말한다. 프랑스 정부의 결정으로 영화관이 폐쇄되자 파리의 젊은이들은 “금지하는 것을 금지한다”며 문화적 자유를 요구하는 시위를 벌인다.
혼란 속 프랑스의 저항정신과 위선이 동시에 표현된다. 테오는 정부에 맞서 저항하지만 비겁한 위선자이자 모순적인 인물이기도 하다.
무대장치로는 여러 겹의 얇은 흰 커텐이 쓰인다. 그 위에 옛 영화가 상영되거나 당시 파리의 풍경이 스케치로 표현된 미디어아트가 펼쳐진다. 또 흰 커텐과 담배라는 소재를 통해 몽환적이고 퇴폐적인 파리가 표현된다. 쌍둥이 남매가 한 침대에서 자고 함께 샤워하는 모습이 그려진다. 오는 8일까지 서울 대학로 링크아트센터드림.