역대급 폭염이 예고된 올여름, 쾌적한 미술관에서 세계적인 현대미술 거장들과 교감하며 영감을 채워보면 어떨까. 아모레퍼시픽미술관(관장 전승창)에서 열리는 현대미술 소장품 특별전 ‘APMA, CHAPTER FIVE―FROM THE APMA COLLECTION’이 8월 2일 전시 종료를 앞두고 관람객들의 발길을 모으고 있다.
아모레퍼시픽미술관 현대미술 소장품 특별전 전경. 전병철 사진
로즈 와일리(Rose Wylie) ‘Spindle and Cover Girl’ (2022)
이번 전시는 국내외 40여 명의 작가가 빚어낸 80여 점의 회화, 사진, 조각, 설치 작품을 통해 현대미술의 거대한 흐름을 한자리에서 조망한다. 로비에 놓인 로버트 인디애나의 기념비적인 조각 ‘LOVE’를 시작으로, 총 7개의 전시실에 걸쳐 시대와 국경을 초월한 예술적 실험들을 선보인다.
키키 스미스(Kiki Smith) ‘Sky’ (2012)
캐롤 보브(Carol Bove) ‘Coniferous Prism’ (2025)
1∼3전시실은 동시대 해외 작가와 현대미술 거장들의 작품으로 풍성하게 채워졌다. 빛과 색채로 가장 눈부신 찰나를 그린 거장 데이비드 호크니, 미니멀리즘의 대가 도널드 저드의 작업은 물론, 생명과 죽음을 탐구하는 키키 스미스, 일상의 이미지를 새롭게 구성하며 70대에 만개한 로즈 와일리, 산업 재료를 활용해 조각의 구조와 물질성을 확장해 온 캐롤 보브 등 미술계가 주목하는 작가들의 회화, 조각 및 태피스트리가 돋보인다.
백남준의 기념비적인 대형 설치 작품 ‘콘-티키’(1995)
개인과 사회, 기술이 교차하는 지점을 다룬 4전시실은 가장 주목할 만한 공간으로 꼽힌다. 비디오 아트의 선구자 백남준의 서거 20주기를 맞아 초대형 설치 작업인 ‘콘-티키(Kon-Tiki)’와 무려 20여 년 만에 미술관에서 최초로 공개하는 ‘절정의 꽃동산(TV Vertical Flower)’ 등을 볼 수 있다. 근대가 꿈꿨던 이상과 그 좌절의 역사를 바탕으로 현대 문명의 불안과 균열을 드러내는 이불의 작품도 전시된다. 5전시실에서는 실을 매체로 공간에 선과 구조를 구축하는 프레드 샌드백과 시오타 치하루의 작업을 통해 색다른 공간적·감각적 경험을 선사한다.
갈라 포라스-김(Gala Porras-Kim) ‘The weight of a patina of time [2125]’ (2024)
6전시실에서는 1980년대 이후 한국 현대미술의 양상을 짚어본다. 이우환, 김창열, 이건용, 송현숙, 갈라 포라스-김, 이강승, 구본창 등의 작업을 볼 수 있다. 7전시실은 일상적 사물과 산업 재료로 제도와 권력을 탐구한 양혜규의 신작으로 시작해, 조각 매체를 다채롭게 확장한 노상균, 엘름그린 & 드라그셋 등의 작업으로 전시를 마무리한다.
9월 개막 ‘솔 르윗’ 전, 하반기 최고 기대작으로 미술계 이목 집중
하반기에는 최대 기대전시인 ‘Sol LeWitt: Open Structure’를 개최한다. 20세기 중후반 개념미술의 새로운 언어를 구축한 선구자 솔 르윗(Sol LeWitt, 1928―2007)을 조명하는 국내 첫 대규모 개인전으로, 9월 1일부터 내년 2월 28일까지 열린다.
솔 르윗은 20세기 중후반 개념미술의 새로운 언어를 구축한 작가다. “아이디어 자체가 곧 예술 작품이 될 수 있다”는 신념 아래 새로운 예술 형식을 제시했다. 그는 작가가 직접 제작하지 않더라도 지시문(instruction)에 따라 제3자가 이를 실행하며 작품이 완성되는 방식을 확립했다. 이는 창작 주체와 예술의 성립 방식에 대한 근본적 물음을 던지며 동시대 미술 담론의 결정적 전환점으로 평가받는다.
이번 전시는 월드로잉(Wall Drawing), 기하학적 입체 조각, 회화, 드로잉 등 다양한 형식의 작업을 아우른다. 미술관 공간에 맞춰 새롭게 실행되는 월드로잉과 무한한 변형을 탐구하는 궤적을 따라가다 보면, 관람객은 예술을 물리적 대상이 아닌 개념과 구조로 사유했던 솔 르윗의 논리를 직접 경험할 수 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