평범한 일상의 힘…마틴 파 아시아 첫 회고전 서울서 개막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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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서울, 대한민국’(2004). ⓒ 마틴 파 / 매그넘 포토스

‘서울, 대한민국’(2004). ⓒ 마틴 파 / 매그넘 포토스
다큐멘터리 사진이라고 하면 전쟁이나 자연재해, 빈곤과 같은 극적인 상황을 흑백으로 무겁게 담은 사진이 흔히 떠오른다. 그런데 등산복 차림의 관광객, 시장 매대 상품, 휴양지에 벌러덩 누운 사람을 총천연색으로 담아도 사회를 기록했다는 가치가 있을까.

전설적인 사진가 앙리 카르티에 브레송(1908~2004)이 “나와 전혀 다른 태양계의 인물”이라고 했던 영국 출신 사진가 마틴 파(1952~2025)의 아시아 첫 회고전이 16일 서울시립 사진미술관에서 개막했다. ‘마틴 파: We Are Martin Parr’전은 지난해 작고한 파의 대표 연작 14개 시리즈의 사진 500여 점과 사진집 90점을 선보인다.

전시에선 먼저 현대인의 관광지나 여가 문화를 다룬 연작을 만날 수 있다. 스위스의 아름다운 설경 앞에서 기념 스카프를 고르는 사람들, 아테네 신전 앞에서 ‘뽀글이’ 파마머리를 하고 기념사진을 찍는 모습, 인파가 몰리고 쓰레기가 넘치는 휴양지에서 휴식을 취하는 이들을 담았다.

파가 소속된 에이전시인 ‘매그넘 포토스’의 글로벌 컬쳐 디렉터 안드레아 홀스헤르는 15일 간담회에서 “윗세대 사진가들은 슈퍼마켓이나 휴양지를 촬영하는 그의 관심을 전혀 이해하지 못했다”며 “그러나 시간이 지날수록 그의 사진이 우리 사회를 기록하며 다큐 사진의 영역을 확장했음이 드러났다”고 설명했다.

파는 생전 현지 인터뷰에서 “평범한 주유소에서 사진을 찍으면 다들 미쳤다고 했지만 40년이 지나면 주유기, 사람들의 옷차림, 자동차 등이 모두 변해 그 시대의 소비주의를 보여주는 가장 훌륭한 기록이 된다”며 지루한(boring) 소재의 특별함을 강조했다.

‘평양’(1997). ⓒ 마틴 파 / 매그넘 포토스

‘평양’(1997). ⓒ 마틴 파 / 매그넘 포토스
국내 관객에게 특히 더 흥미로울 연작은 ‘북한’과 ‘남한’ 시리즈다. 파는 1997년 패키지여행을 통해 북한의 평양을 방문하고 사진을 남겼다. 김일성 동상 앞에서 참배하는 시민들과 공동경비구역(JSA) 군인, 시장의 노인, 기념 촬영하는 관광객까지 프레임에 담았다. 작가는 “막상 북한에 가보니 영화 세트장 같았다”고 회고했다.

이어 1998년부터 2007년까지는 수 차례 한국을 방문하며 여러 풍경을 담았다. 남대문 시장, 대형 할인마트와 용인 에버랜드 등 급속한 경제 성장을 이룬 한국의 소비 여가 문화를 돌아볼 수 있는 작품들이다. 한국인들이 좋아하는 관광지인 제주도도 찾아 자연환경이 관광 상품이 된 실태를 담아내기도 했다.

다채로운 색채와 적나라한 플래시가 담긴 사진들은 처음엔 웃음을 자아낸다. 하지만 그 안에 담긴 우리 사회의 실상을 곱씹으면 마냥 우습지 않은 뒷맛이 느껴진다. 전시기간 중 다양한 행사도 마련됐다. 18일에는 마틴 파 재단과 매그넘 포토스 관계자, 국내외 사진가가 참여하는 국제 심포지엄 ‘왜 마틴 파인가?’가 열린다. 다큐멘터리 영화 ‘아이 엠 마틴 파’가 상영되며, 영화평론가 김도훈과 박시영 디자이너가 참여하는 관객과의 대화도 9월 5일 개최된다. 10월 18일까지.

김민 기자 kimmin@donga.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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