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평등한 사회? 그런 건 애초에 없었다”…인류에 계급 등장한 시기는 [Book]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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장 자크 루소와 토머스 홉스는 각각 사회 불평등의 기원을 농업혁명과 인간 본성의 전쟁 상태로 해석하였으며, 이는 현대 정치 철학에서도 여전히 중요한 논의거리이다.

신간 '모든 것의 새벽'은 불평등이 문명화의 필연적 대가가 아니라고 주장하며, 수렵 채집인들도 정치적 자의식을 가지고 있었음을 보여주는 다양한 고고학적 증거를 제시한다.

이 책은 기존의 유럽 중심 역사관을 해체하고, 인류가 다양한 사회모델을 실험했음을 강조하며, 미래의 선택이 우리의 손에 달려있다고 역설하고 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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모든 것의 새벽
데이비드 그레이버·데이비드 웬그로 지음, 김병화 옮김, 김영사 펴냄

인류학·고고학자인 저자들
기존 사회이론 조목조목 반박

농업혁명때 정치자아 탄생?
빙하시대 무덤과 건축물서
계급·지위 나눈 흔적 발견

스톤헨지 [사진 = 픽사베이]

스톤헨지 [사진 = 픽사베이]

계몽주의 철학자 장 자크 루소는 1754년 ‘인간 불평등 기원론’에서 사회적·정치적 불평등의 기원을 농업혁명에서 찾았다. 수렵 채집 시절 인간은 평등하고 순진한 자연 상태였는데 농업혁명이 일어나고 도시가 출현한 후 문명과 국가가 등장하고, 사유재산이 허용되면서 불평등이 심화했다고 서술했다.

반면 17세기 영국 철학자 토머스 홉스는 1651년 출간된 ‘리바이어던’에서 사회 상태 밖에서 인간은 만인에 대한 만인의 전쟁상태가 된다고 말했다. 원초적인 자연 상태에서 “인간의 삶은 고독하고, 가난하고, 험악하고, 잔인하고, 그리고 짧다”는 것이다. 무질서와 전쟁상태를 벗어나기 위해선 ‘사회계약’과 ‘주권’이 필요하다고 주장했다.

이 둘은 인류의 자연 상태에 대한 해석은 달랐지만 사회계약과 근대국가의 출현을 진화론적 관점에서 설명한 것은 비슷하다. 현대 정치 철학가와 역사가들도 대부분 루소나 홉스의 후예다. 유발 하라리는 ‘사피엔스’에서 수렵 채집인 무리를 정치적 자의식 없는 유인원으로 취급한다. 제러미 다이아몬드와 프랜시스 후쿠야마는 복잡한 대규모 인간사회는 위계질서와 관료제를 피할 수 없다고 본다. 이들 모두 ‘사냥 채집 사회 → 농업 → 국가 형성 → 계층화’라는 사회 진화 도식에서 자유롭지 못하다.

사진설명

신간 ‘모든 것의 새벽(원제: The dawn of everthing)’은 기존의 인류 문명 발전 담론에 정면으로 도전장을 내밀며 학계에 격렬한 논쟁을 일으킨 도발적 저작이다. 역사·인류학·고고학적 증거를 통해 “불평등은 문명화의 필연적 대가가 아니다”라고 주장한다. 저자인 데이비드 그레이버는 예일대와 런던정경대에서 인류학 교수를 역임했으며 ‘월가를 점령하라’를 비롯한 세계 정의 운동에 참여한 활동가였다. 2020년 59세의 이른 나이에 세상을 떠나 이 책이 유작으로 남았다. 공동 저자인 데이비드 웬그로는 유니버시티칼리지런던 고고학연구소 비교고고학 교수다.

이들은 수렵 채집인도 정치적 자의식을 갖춘 인간이었다고 주장한다. 유라시아 서부에서 발견한 빙하 시대 수렵 채집인들의 화려한 무덤과 장신구, 튀르키예 남동부 괴베클리 테페에서 발견한 거대한 구조물은 농경시대 이전에도 대규모 집회와 협력적 건축이 가능했으며 농업 없이도 복잡한 사회와 지위, 계급, 세습 권력이 가능했음을 시사한다. 북극권의 이누이트족은 여름에는 소규모로 쪼개져 수렵 채집을 하면서 강력한 가부장제를 작동시키는 반면, 겨울에는 한데 모여 평등한 집합적 삶을 산다. 계절에 따라 통치체제를 바꾸며 정치적 실험을 했다.

또한 중동지역에서 농경으로의 이행은 3000년에 걸쳐 이루어졌으며 브라질 남비콰라족은 ‘취미 농사’라 부르는 느슨하고 유연한 농업 체제를 갖고 있었다. 과거와의 급격한 단절을 부른 ‘농업혁명’은 없었다는 얘기다.

사유재산은 농경으로 인한 잉여 생산물을 처리하는 과정에서 등장했다는 종전의 주장도 배격한다. 배타적이고 독점적인 소유권은 신성 개념에 뿌리를 두고 있다는 주장이다. 제의에 사용되는 신성한 물건은 세상과 격리되어 보존된다. 어떤 물건이 ‘내 것’이 되는 순간 그것은 타인의 손길에서 격리되어 나의 절대적 권한 아래 놓인다. 사적 재산 개념과 신성 개념은 모두 본질적으로 배제의 구조를 띤다.

멕시코 피라미드 [사진 = 픽사베이]

멕시코 피라미드 [사진 = 픽사베이]

더 놀라운 것은 민주주의와 자유·평등의 이념도 유럽 계몽주의 지식인이 아니라 아메리카 선주민에서 발원했다는 주장이다. 스페인 문헌에 따르면 16세기 아스텍에 대항해 틀락스칼라와 동맹을 맺는 과정에서 스페인인들은 틀락스칼라의 민주적 사회 운영 시스템에 감명받았다. 당시 유럽인들은 거의 모두 반민주적이었기 때문에 중앙아메리카의 만남에서 새로운 무언가를 배울 가능성이 있다는 추론이다.

총 900쪽이 넘는 ‘벽돌책’엔 유럽 중심주의 역사관을 해체하는 새로운 고고학·인류학 증거들로 빼곡하다. 지적이고 대담한 여정이지만 기존의 역사관을 전복시키기에는 아직 고고학적 증거가 뚜렷하지 않다는 한계도 지니고 있다. 다만 인류가 과거에 다양한 사회모델과 협력 방식을 실험했듯 미래 역시 우리의 선택에 달려있음을 강력하게 서술하고 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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