한국은행과 금융위원회, 금융감독원이 25일부터 '디지털 화폐'를 사용할 일반 국민을 모집한다. 테스트에 참여하면 개설된 은행 계좌와 연동한 전자지갑을 통해 '예금 토큰'을 발행받아 편의점과 카페 등에서 실제로 사용할 수 있게 된다.
한은은 24일 이같은 내용을 담은 '디지털화폐 테스트 프로젝트 한강 일반 이용자 실거래 실시 계획'을 발표했다. KB국민·신한·하나·우리·NH농협·IBK기업·BNK부산 은행 등 7개 은행은 25일부터 실거래 테스트에 참가할 일반 국민을 선착순 방식으로 모집한다. 5대 은행은 1만6000명, 나머지 2곳은 8000명씩을 모집해 최대 10만명으로 테스트를 진행할 예정이다.
테스트 참가자로 선정되면 다음달 1일 10시부터 지정 앱을 통해 비대면 방식으로 전자지갑을 개설할 수 있다. 이 지갑에 은행 계좌를 연동해 예금을 '예금토큰'으로 전환해 거래하는 방식이다. 일반 이용자의 예금 토큰 보유 한도는 100만원, 기간 중 예금 토큰으로의 총 전환 한도는 500만원으로 설정했다.
이용처는 서점, 편의점, 커피전문점, 대형마트 중 일부로 제한된다. 교보문고와 세븐일레븐 전 매장, 이디야는 부산과 인천에 있는 100개 매장, 농협하나로마트 6개점포 등이 이번 테스트에 참가한다.
이번에 사용되는 디지털 화폐는 중앙은행이 발행할 수 있는 디지털 화폐(CBDC) 중 기관용(wholesale) 디지털 화폐에 한한다. 한은은 테스트에 필요한 디지털 화폐를 이미 실제로 발행했고, 이를 거래에 이용할 방침이다. 개인이 사용할 수 있는 디지털 화폐(retail CBDC)는 발행하지 않는다.
이 때문에 소비자 입장에서는 실거래 테스트에 참여하더라도 기존에 이용하던 간편결제 등과 비교해 특별히 변화를 체감할 수 없다는 지적이 나온다. 김동섭 디지털화폐기획팀장은 이와 관련해 "당장 체감하기는 어렵지만 참가자들은 얼리 어댑터로서 미래 디지털 화폐 인프라를 체험하고, 혁신 서비스 개발의 준비과정에 참여했다는 데 의의를 둘 수 있다"며 "사행성을 조장하지 않는 범위의 경품 등을 마련해 참여 유인을 높이겠다"고 말했다.
다만 이번 테스트가 성공적으로 진행된 후에는 프로그래밍 거래 등 소비자에게 도움이 되는 쪽으로 발전할 가능성이 높다고 덧붙였다. 프로그래밍 거래는 특정 목적의 거래에만 작동하도록 조건을 달고 사용하는 방식이다. 예컨대 자녀에게 문제집 구입비를 줄 때 사용처를 서점의 특정 카테고리로 제한해 목적에 맞게 돈을 사용하도록 할 수 있다. 전세금을 지불할 경우에도 임대인의 선순위 대출이 확인되면 이체가 이뤄지지 않는 방식으로 진화할 수도 있다.
실거래 테스트에 참여하는 소상공인 등 이용처의 입장에선 거래비용을 크게 줄이는 효과가 있을 것으로 예상된다. 카드로 결제한 경우 대금 지급까지 시차가 있는 반면 디지털 화폐를 통한 거래의 경우 현금처럼 판매 대금을 즉시 받을 수 있기 때문이다. 또 카드사 수수료를 내지 않아도 돼 실제 부담도 줄어든다.
김 팀장은 "스테이블 코인이나 암호자산 등 토큰 기반 대안자산의 혁신성은 유지하면서 은행들이 안전하고 편리한 제도 틀 내에서 새로운 기술을 구현해낼 수 있는 인프라를 만들겠다는 것"이라며 "실거래 종료 후 이용자들의 의견을 수렴해 시스템을 정비한 후 프로그래밍 거래 등 후속 실거래를 진행할 계획"이라고 밝혔다.
강진규 기자 josep@hankyung.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