다발계통위축증
몸이 굳고 걸음이 느려지며 자꾸 넘어진다. 손발이 떨리고 말이 어눌해진다. 증상만 보면 파킨슨병과 비슷하지만 병의 진행 속도는 훨씬 빠르다. 여기에 기립저혈압과 배뇨 장애, 수면 장애까지 동반된다면 희귀 신경 퇴행 질환인 ‘다발계통위축증(MSA)’을 의심해야 한다.
다발계통위축증은 파킨슨병처럼 도파민 신경계 이상으로 운동장애가 나타나지만 소뇌와 자율신경계까지 함께 손상되는 질환이다. 문제는 초기 증상이 비슷해 상당수 환자가 파킨슨병으로 오인된 채 치료를 시작한다는 점이다. 하지만 시간이 지날수록 반복적인 낙상과 혈압 저하, 배뇨 장애 등이 빠르게 악화하며 환자와 가족의 삶 전체를 흔들어 놓는다.
파킨슨병은 도파민 부족으로 인한 운동장애가 중심이며 약물 반응이 비교적 좋은 편이다. 반면 다발계통위축증은 파킨슨병 치료제인 레보도파 반응이 제한적이고 진행 속도도 훨씬 빠르다. 유수연 서울의료원 신경과 과장은 “다발계통위축증은 초기부터 기립저혈압, 배뇨 장애, 변비, 발음장애, 삼킴곤란 같은 자율신경계 이상이 두드러지게 나타난다”며 “소뇌 기능 이상으로 균형을 잃고 반복적으로 넘어지는 경우도 많다”고 말했다.문제는 진단 자체가 쉽지 않다는 점이다. 초기에는 파킨슨병과 구별이 어려워 환자들이 여러 병원을 전전하는 경우가 적지 않다. 학계에서는 실제 다발계통위축증 환자 상당수가 파킨슨병 코드로 등록돼 있을 가능성도 제기한다. 현재 국내 환자 수는 3000명 미만으로 추정되지만 정확한 규모조차 파악되지 않고 있다.
치료 환경도 녹록지 않다. 현재까지 질환 진행 자체를 늦추는 근본 치료제는 없다. 혈압 저하나 배뇨 장애, 수면 장애 등을 증상별로 조절하는 수준에 머물러 있다. 병이 빠르게 악화하면서 수년 내 휠체어나 보행 보조기 사용이 필요한 환자도 많지만 국내 의료 체계는 여전히 ‘파킨슨병 중심’으로 운영되는 경우가 많다. 희귀질환 특성상 전문 재활과 장기 돌봄, 호흡·영양 관리까지 통합적으로 연결되는 시스템도 부족하다.
반면 유럽 일부 국가는 희귀 신경질환을 국가 단위에서 관리하고 있다. 덴마크는 희귀질환 환자를 위한 국가 네트워크 기반의 진료 체계를 운영하며 대학병원 중심 희귀질환센터를 통해 신경과·재활의학과·비뇨의학과·영양팀·사회복지팀이 함께 환자를 관리한다. 환자 등록과 장기 추적 관리, 재활·돌봄 서비스 연계까지 통합적으로 이뤄지는 구조다. 또한 희귀질환 단체 연합체인 ‘Rare Diseases Denmark’를 중심으로 환자 교육과 상담, 정책 연계도 지원하고 있다.최근 국내에서도 다발계통위축증 환자 관리 체계를 개선해야 한다는 목소리가 커지고 있다. 전문가들은 단순히 희귀질환 지정에 그칠 것이 아니라 조기 진단 체계와 전문 재활, 돌봄 시스템까지 함께 구축돼야 한다고 강조한다. 환자 수가 적다는 이유만으로 질환 부담까지 가벼운 것은 아니라는 지적이다.홍은심 기자 hongeunsim@donga.com
© dongA.com All rights reserved. 무단 전재, 재배포 및 AI학습 이용 금지
- 좋아요 0개
- 슬퍼요 0개
- 화나요 0개

3 days ago
11

![[시승기] 쿠페형 실루엣에 하이브리드 효율 더한 플래그십…‘르노 필랑트’](https://dimg.donga.com/wps/NEWS/IMAGE/2026/05/29/134018286.1.jpg)

![[단독]최태원, 내달 TSMC 회장과 회동 추진…엔비디아 포함 ‘삼각동맹’ 다진다](https://dimg.donga.com/wps/NEWS/IMAGE/2026/05/29/134017120.1.jpg)

![“돼지국밥 라면부터 프리미엄 한상까지”…테이스티키친, 부산 대표 F&B 꿈꾼다 [농업이 IT(잇)다]](https://dimg.donga.com/wps/NEWS/IMAGE/2026/05/29/134016592.1.jpg)

![[크립토퀵서치] 미국 디지털자산 규제 ‘클래리티 법안’ 어떤 내용인가요?](https://dimg.donga.com/wps/NEWS/IMAGE/2026/05/29/134016232.1.jpg)



!['통한의 극장골 실점 패배' 주승진 김천 감독 "뒷심이 부족했다" [전주 현장]](https://image.starnewskorea.com/21/2026/05/2026051714010261496_1.jpg)
![[전화성의 기술창업 Targeting] 〈395〉 [AC협회장 주간록105] 마이클 잭슨 자산과 스타트업 경영](https://img.etnews.com/news/article/2026/05/04/news-p.v1.20260504.773e529e3f474adea55b425cf6daf8c2_P3.jpg)



English (US)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