파업 불참자에 '경고'한 삼성 노조…30조 피해 우려에도 "마이웨이" [이슈+]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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지난 23일 경기 평택시 고덕동 삼성전자 평택캠퍼스에서 열린 삼성전자 노동조합 공동투쟁본부 '4·23 투쟁 결의대회'에서 조합원들이 구호를 외치고 있다. 사진=뉴스1

지난 23일 경기 평택시 고덕동 삼성전자 평택캠퍼스에서 열린 삼성전자 노동조합 공동투쟁본부 '4·23 투쟁 결의대회'에서 조합원들이 구호를 외치고 있다. 사진=뉴스1

삼성전자 첫 과반 노조인 '삼성그룹 초기업 노동조합 삼성전자지부(초기업노조)'가 다음 달 총파업에서 회사 편에 설 경우 "동료로 바라보기 어렵다"고 경고했다. 회사가 반도체 생산 차질과 글로벌 공급망 충격을 우려해 최소 인력만이라도 정상 근무해줄 것을 요청한 상황에서 오히려 파업 불참자를 강도 높게 압박하고 나선 것이다.

삼성전자 노조 "총파업 불참자, 동료로 보기 어려워"

초기업노조는 27일 최승호 위원장 명의로 된 입장문을 통해 "함께하지 않는 동료에게 진심으로 호소한다. 함께 하여 바로 세우자"고 밝혔다. 이 글은 동참을 호소하는 형식을 띠고 있지만, 파업에 참여하지 않는 직원을 향한 경고성 메시지를 담고 있다.

최 위원장은 "7만6000명의 조합원이 삼성전자를 바꾸기 위해 모였고 (지난 23일 투쟁 결의대회 당시) 4만명의 조합원이 잘못된 제도를 바꾸기 위해 직접 밖으로 나섰다"며 "그건 자신만을 위한 것이 아닌 함께하지 않은 동료의 미래를 위한 것이기도 하다"고 했다.

이어 "다가올 총파업에서조차 끝내 사측의 편에 서서 동료들의 헌신을 방해한다면 우리는 더 이상 당신들을 동료로 바라보기 어려울 것"이라면서 "7만6000 조합원이 한마음으로 뭉쳐 삼성전자를 바로 세우자"고 촉구했다.

초기업노조는 입장문을 통해 앞선 집회에 따른 생산량 감소를 '성과'처럼 내세우기도 했다. 실제 입장문을 보면 단 하루의 집회만으로 '파운드리 생산량 58% 감소, 메모리 생산량 18% 감소 결과'를 만들었다는 대목이 나온다.

초기업노조는 "시황만으로 좌우된다는 경영 실적이 우리 조합원들의 헌신에(서) 나온다는 사실을 결의대회로 보여줬다"며 "총파업 18일의 기간에 가져올 30조원의 공백은 절대 가볍지 않을 것"이라고 강조했다.

이들은 또 '기업은 곧 사람'이라는 삼성의 '인재 제일' 원칙이 사라졌다고 지적했다. 노조 측은 성과급 상한제 폐지를 요구하고 있다. 영업이익 중 15%를 성과급 재원으로 활용해야 한다는 입장도 고수하는 중이다.

파업 현실화 땐 '웨이퍼 폐기'…공급망 차질 우려↑

삼성전자는 파업이 글로벌 공급망 차질로 이어지는 초유의 상황을 우려하고 있다. 회사는 노조의 단체행동권을 존중하지만 반도체 사업장의 안전보호시설 운영만큼은 법률상 의무라는 입장이다.

회사 측은 사내게시판 공지문을 통해 반도체 사업장에서 유독성·가연성 가스와 화학물질을 대량 취급하기 때문에 쟁의행위 중에도 안전보호시설을 반드시 정상 유지·운영해야 한다고 설명했다. 안전보호시설이 멈추면 화재나 화학물질 누출로 인한 피해가 사업장을 넘어 인근 주민에게 미칠 수 있다는 것이다.

삼성전자는 전체 직원 12만8000명 가운데 약 5% 수준의 인력에 대해서만 정상 업무 수행을 요청한 상태다. 회사는 이 요청이 사측 편의나 경영상 목적이 아니라 노동조합법이 정한 법적 의무를 이행하기 위한 조치라고 강조했다. 노조법은 사업장 안전보호시설의 정상적인 유지·운영을 정지·폐지하거나 방해하는 행위를 금지하고 있다. 삼성전자는 법이 요구하는 기준도 '최소 유지'가 아니라 '정상적 유지·운영'이라는 점을 특히 강조했다.

원료·제품 변질을 막기 위한 보안 작업도 쟁점으로 떠올랐다. 반도체 제조 공정의 핵심 원료인 웨이퍼는 공정 대기 한계시간 안에 후속 공정을 거치지 않을 경우 산패돼 비가역적으로 손상될 수 있다. 클린룸도 항온·항습 유지, 필수 약액과 소모품 교체·보충, 비상정지 대응이 제때 이뤄지지 않으면 설비에 복구하기 어려운 손상이 발생한다.

게다가 현재 글로벌 반도체 웨이퍼 시장은 구조적인 공급 부족 상태에 놓여 있는 실정이다. 웨이퍼 확보에 최소 4~5년이 소요되는 상황. 2030년까지 전 세계 웨이퍼 공급 부족이 20% 이상 지속될 것이라고 전망되고 있다는 관측도 나온다. 파업으로 대량의 웨이퍼가 폐기될 경우 납기 지연과 공급 불이행으로 이어질 가능성이 큰 이유다.

삼성전자는 지난 16일 수원지법에 안전보호시설 정상 운영, 원료·제품 변질 방지 작업 수행 방해, 생산시설 점거 등 위법 쟁의행위를 금지해 달라는 가처분 신청을 냈다. 사후 손해배상만으로는 회복하기 어려운 피해가 발생할 수 있다는 판단에서다. 회사 측은 엔비디아·AMD 등 주요 고객사 공급 차질과 글로벌 반도체 공급망 혼선을 막고 국가 경제에 미칠 부담을 줄이는 데 역량을 집중하겠다는 방침이다.

노조, 이재용 집 앞 집회도…회사 "원칙 따라 대응"

하지만 노조 측은 압박 수위를 높이고 있다. 초기업노조는 다음 달 21일 오후 1시께 서울 한남동 이재용 삼성전자 회장 자택 앞에서 집회를 열겠다고 경찰에 신고한 것으로 파악됐다. 신고 인원은 약 50명으로 알려졌다. 실제로는 집회가 아닌 총파업 계획을 발표하는 기자회견 형식이 될 가능성이 거론된다. 노조는 같은 날부터 오는 6월7일까지 총파업에 돌입하겠다고 예고했다.

삼성전자 안팎에선 노사 갈등이 생산라인과 이 회장 주거지 앞 집회로 번지는 상황을 두고 우려가 커지고 있다. 초기업노조가 파업 불참자를 압박하면서 내부 구성원 간 갈등이 불거질 가능성도 배제할 수 없게 됐다.

회사 관계자는 "임직원과 지역사회의 안전을 지키는 한편 고객사 피해와 납기 차질, 글로벌 공급망 혼선, 국가 경제에 미칠 부담을 줄이기 위해 법과 원칙에 따라 대응해 나가겠다"고 말했다.

김대영 한경닷컴 기자 kdy@hankyung.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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