백악관 문서담당 비서관 샤프
트럼프 행정명령 서명쇼 ‘신 스틸러’
대통령 책상에 올릴 문서 결정 권한
집권 2기 ‘젊은 충성파’ 핵심 꼽혀
최근 도널드 트럼프 대통령이 진행하는 행정명령 서명식 때 단골로 비치는 한 남성이 주목받고 있다. 무표정한 얼굴로 트럼프에게 서류를 건네주며 어떤 내용인지를 간략히 설명해주는 모습이 연일 TV로 생중계되고 있는 것. 트럼프 대통령과 가장 가까운 거리에서 긴밀히 대화를 나누는 모습도 자주 포착된다. 주인공은 백악관 문서담당 비서관을 맡고 있는 윌 샤프(39).24일(현지 시간) AP통신 등에 따르면 백악관 문서담당 비서관은 대통령에게 가는 모든 서류를 관리하고, 고위 관계자들의 검토가 필요한 서류를 회람하는 역할을 맡아 ‘백악관의 중추신경’으로도 불린다. 어떤 문서가 언제 ‘결단의 책상(resolute desk·대통령 집무실 내 책상)’에 올라갈지를 결정하는 것도 그의 핵심 임무다. 트럼프 대통령 명의로 발표되는 문서의 초안도 작성한다. 대통령의 관심사와 속내를 꿰뚫고 있어야 맡을 수 있는 자리인 셈이다.
샤프 비서관은 프린스턴대와 하버드대 로스쿨을 졸업한 뒤 항소법원 재판연구관과 연방 검사보 등을 지냈다. 이후 2016년 공화당 미주리 주지사 후보의 선거운동 캠프에서 일하며 정치에 입문했다. 2023년 10월 잭 스미스 연방 특별검사에 대응하기 위한 트럼프 대통령 측 법률팀에 가세해 ‘대선 결과 뒤집기 시도 사건’의 변호인으로도 활동했다. 그는 지난해 7월 연방대법원이 대통령의 공적 행위에 대한 면책 권한을 인정한 판결을 내릴 때 핵심적인 역할을 한 것으로 알려졌다. 단순히 트럼프의 변호인 역할만 한 게 아니라, 방송 출연과 언론 기고를 통해 여론전에도 적극 나섰다.
샤프 비서관은 지난해 미주리주 법무장관에 도전했지만 당내 경선에서 탈락했다. 그러다 트럼프 대통령 당선 직후인 지난해 11월 문서담당 비서관에 임명돼 새로운 기회를 얻었다.외신은 일종의 문고리 권력을 행사할 샤프의 영향력이 트럼프 2기 행정부에서 적지 않을 것으로 보고 있다. 이른바 ‘어른들의 축’으로 불린 관록 있는 관료들이 트럼프의 충동적 정책 결정을 견제한 집권 1기 때와는 달리, 2기 땐 샤프 등 젊은 충성파들이 트럼프 곁을 지키고 있어서다. 또 샤프 같은 젊은 충성파를 직접 견제할 인물이나 그룹이 딱히 없다는 것도 이들의 영향력이 커질 배경으로 꼽힌다.
김보라 기자 purple@donga.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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